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생강 지음 / 로그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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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직장생활을 하다가 여러 일을 겪은 후 일을 그만 두고 발리로 떠나버립니다. 대책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서 서핑, 요가, 명상, 살사댄스 등을 배우면서 자아를 돌아보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가게 되었다고 하네요.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나의 인생을 보는 듯한 곳도 많이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나같은 사람이 도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너무나 크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말했어요.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보내고, 특별한 꿈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었다죠. 특별히 가고 싶은 학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당시 유행하던 학과, 부모님이 권하는 학과 등을 떠올리며 그걸 해야하는 건가 라는 식으로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이건 아마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에서는 어쩔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에 가는 것만이 인생의 커다란 목표이고, 그것만을 목표로 전력질주를 하기 때문에 그 이외의 인생의 설계나 비전 등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아서 공부해서 대학 가는 게 목표, 졸업하고 대기업 가는 게 목표. 이런식의 스테레오 타입의 인생만을 그리게 되고, 그것이 성공한 인생처럼 말해지는 것 같네요.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인이 된 저자는 처음엔 의욕이 넘쳤지만 점점 의욕이 사라지고 회사에 마음을 두지 못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어요. 첫직장에서 처음엔 의욕뿜뿜으로 열정적으로 노력하며 잘하진 못해도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한달 두달, 육개월, 일년이 지나면서 열정은 사라지고, 의욕도 없어졌죠.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만 가득했고 그냥 학교 다닐 때 가방만 메고 왔다갔다 하듯이 좀비처럼 왔다갔다 하기만 하게 되었죠.


나를 잃은 기분...?
하지만 정확히 뭘 잃었다고 할 수 있지?
애초에 나다운 게 있었나?


저자는 그런 상황을 두고 나를 잃은 기분이 되었다고 표현했어요. 하지만 애초에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도 않아서 나는 누구인지, 뭘하고 있는 건지, 내가 걸어가야 할 앞날은 어떤 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막막하기만 했었습니다.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계속 제자리 걸을을 하는 듯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회사일이 너무 싫고, 재미도 없고, 관심에서 멀어져만 갔고, 저자의 말처럼 무관심은 곧 무능력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첨엔 회사생활을 잘하고 싶었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어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티를 내고, 회사 사람들이랑 사적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담당자를 잘 구워삶아야 하고.. 저자도 저도 그들이 바라는 모습은 나에게 선천적으로 부족한 것이었고, 그런 건 노오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생활은 더욱 힘들기만 했죠.


회사 일에는 관심이 더욱 멀어지고 일에 대한 무관심이 무능력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럴 수록 업무는 더욱 버거워만지고 일에서 도망치고만 싶어졌고, 악순환은 계속 되어갔습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것이 지름이었다고 하네요. 사소한 것을 여러개 사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했는데 그럴수록 잔고의 바닥은 빨리 보이게 되었겠죠. [돈을 벌자→휴, 힘들당→다 써버렷!→돈이없네] 이런 사이클이 계속 된다는 거죠. 쇼핑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거나 다른 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돈 버는게 힘들어서 다른 것에 몰두하다보면 그걸 위해 더 돈을 벌어야만 하는 무한모드에 빠지게 됩니다.


그쯤되자 직장 생활도 총체적 난국으로 일도 싫고, 사람도 싫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데 저 역시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싫고, 일도 싫고 너무 불행하고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습니다. 회사에서 가져온 부정적인 기분은 진드기처럼 달라붙어서 나머지 삶마저 물들여버렸다고 하는데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회사에서 시달리다보면 그 더러운 기분이 회사문을 나가서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나쁜 기분에 빠져서 24시간을 부정적인 기운에 찌들게 됩니다. 저자는 공황장애가 와서 병원에 다녔다는데 저 역시 우울증에 빠져 오랜 시간 힘들어 했었습니다.


무기력한 집순이인 저자가 할 수 있었던 일이란 주말 내내 잠자고, 예능 몰아보고, 게임하고, 웃긴 동영상 보고, 연예 기사 보는 것 정도였는데 힘들이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잘 가고, 스트레스도 풀렸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건 그때뿐인 일회용품 같은 행복일 뿐이었다고 합니다. 딱 제가 그랬어요. 일을 할 수록 너무 무기력해져서 다른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고, 뭔가를 할 에너지도 없어서 집에서 뒹굴거리며 자거나 영화를 보거나 예능을 보고, 게임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고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머리가 텅 비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살 수 있었지만 휘발성이 너무 강해서 곧 우울한 현실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저자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두 편의 영화를 보고 훌쩍 발리로 떠났다고 합니다. 월터는 잃어버린 삶의 정수, 혹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내용이고, 먹기사에서는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발리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전통 치료사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발리에서 치료사를 만나 치유를 한다는 것에 매료되어 발리를 향했다고 하네요.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늘 뒷전이었다.
그렇게 방치된 마음은 마치 파도 앞의 모래성과 같아서
살면서 겪는 작은 좌절에도 쉽게 휩쓸리고 무너져버렸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소중한 자신을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잘하는 것, 원하는 것 같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요. 나를 위한 시간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스스로를 돌보며 마음의 방파제를 쌓음으로써 더 이상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게 될 것이라는 자신이 생긴 것 같네요.


두 달 동안의 여행 중 가지게 된 여러가지 생활 습관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현실에 맞게 변형되었지만 '아침 5분 명상' '저녁 간단 일기'라는 두 가지만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아침에 명상과 함께 오늘 할일을 떠올려보고 일기를 통해 하루를 돌아보고 마무리를 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하루 20분 정도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게 되고, 삶의 균형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는 따라해보면 좋을만한 일인 것 같아요. 매일 나를 돌아보고, 나의 감정을 다스리며, 나를 살필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면 그만큼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자의 성격과 회사생활이 저와 비슷해서 많이 공감되고 더 무겁게 다가오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자는 두 달동안의 긴 여행을 통해 자아성찰을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알게되었다는데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당장 그렇게 긴 여행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나를 돌아보고, 나의 감정을 느끼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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