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 어느 날 내가 주운 것은 곤충학자의 수첩이었다
마루야마 무네토시 지음, 주에키 타로 그림, 김항율 옮김, 에그박사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평점 :

어릴 때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 하기도 했었다. 지금보다는 많았겠지만 그 당시에도 그나마 학교 운동장에나 가야 화단과 수풀에서 이런저런 벌레를 만날 수 있었지 도시의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다양한 곤충을 발견하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비나 잠자리, 벌, 개미, 쥐며느리, 송충이, 무당벌레 정도가 도시에서 접할 수 있었던 곤충의 전부였다고 기억한다. 아마도 더 많은 곤충을 봤었지만 이름을 알지 못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건 지금은 그때보다 더 곤충을 보기가 힘들어졌고, 어느덧 곤충은 우리 일상 속에서 흔한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릴 적 여름방학이 되면 자연, 모험, 탐구 같은 단어들이 가슴을 울리고, 자연 속에서 탐험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되기도 했었는데 아마 그것이 어린아이식의 자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자연인의 마음으로 곤충을 탐구하는 아이들을 위한 365일 데일리 곤충 탐구 도감이다. 꼬꼬마 어린이가 곤충채집을 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녹색의 수첩을 줍게 되는데 그것은 유명한 곤충학자의 수첩으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동안 볼 수 있는 곤충들이 일지처럼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달마다 관찰할 수 있는 곤충들의 메모와 그날에 발견한 곤충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그려놓고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혀놓았다. 그리고 벌레와 관련해서 도움이 될만한 토막 상식까지 기록해두어서 벌레에 대한 깊은 정보와 지식을 알 수 있었다라는 설정이다.
책은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이라는 말 그대로 매일 그 달에 발견할 수 있는 곤충들을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곤충 박사의 다이어리는 마치 일기를 적듯이 매달 매일 해야할 일들과, 그날 그날 만난 새로운 곤충을 자세히 적어놓았다. 이렇게 달별로 만날 수 있는 곤충을 분류해놓은 것이 매우 좋았다. 꽃과 식물들도 계절에 따라 다르게 자라듯 벌레들도 활동하는 기간이 전부 다르므로 여름벌레, 가을벌레 식으로 구분해야 하지만 실제로 우리들은 여름이면 모기, 매미가 나오고, 가을에는 고추잠자리가 나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벌레들이 활동한다는 인식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도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개미, 바퀴벌레, 거미 등은 사시사철 나오는 것이라서 철에 따른 벌레들의 변화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계절별로 벌레들을 확인하니 계절의 변화를 곤충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조금 더 벌레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벌레라고 하면 여름, 가을에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봄과 겨울에도 활동하는 벌레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사계절 곤충 탐구라고 하지만 겨울 파트는 별다른 내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겨울이지만 찾으려고만 하면 벌레는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꽤 많은 겨울 곤충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이 무렵에는 주로 알과 애벌레, 번데기의 형태를 많이 보이고는 있지만 활동하는 벌레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책에는 단순히 벌레들을 소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벌레들에 대한 지식을 전해준다. 곤충의 크기를 재는 방법부터 곤충을 채집하는 다양한 방법, 사육상자 만드는 법, 곤충표본 만드는 법, 풍뎅이의 성장과정 등 벌레와 관련된 수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외에도 곤충과 관련된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도 적어놓고 있어서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라 내용도 충실한 곤충백과사전이라 할만하다.
벌레들의 모습은 전부 일러스트로 처리해서 귀엽고 친근하게 다가오게 했다. 벌레들은 실물을 보면 아무리 사진이라도 좀 징그러울 수가 있으므로 거부감이 없도록 일부러 일러스트로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데 그림체가 상당히 디테일하고, 벌레의 특징도 잘 잡아냈고, 귀여고 이뻐서 그 자체만으로도 삽화책 처럼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필요한 경우에는 실사를 첨부하여 실제 보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가령 벌레의 위장술을 설명하는 코너에서는 일러스트와 함께 사진으로 벌레들이 위장하고 있는 실제 모습을 보여주며 현장감을 높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