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평점 :

수학 좋아하니?라고 물어보면 꼭 수학은 못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좋아하냐고 물었지 누가 잘하는지 물어봤냐고 호불호에 대한 의견을 재차 물으면 역시나 싫어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못하는 걸 좋아할리가 만무하니 두 번 째 질문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수학은 못해도 좋아할 수는 없는 걸까? 개인적으로 수학을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늘 가지고 있고, 그래서 관심도도 의외로 높지만 수학의 벽은 높기만 하다. 관심은 있지만 수학이란 학문이 워낙에 어려운 탓도 있고, 영어나 철학, 인문학처럼 일상에서 써먹을 곳이 없다보니 졸업후엔 따로 수학을 공부할 생각을 가지기도 어렵다. 내가 어릴 적엔 입시를 위한 문제풀이로만 수학을 배웠고, 실용수학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한지 한참 지난 지금은 그때 배운 걸 다 잊어버렸고,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기 상 학교를 벗어나서는 수학을 다시 만날 기회는 좀처럼 없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수학은 그렇게 잊혀진 학문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학교 다닐 때는 수학에 관심이 있고, 문제를 푼다는 행위에 일종의 도전의식과 모험심 같은 것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그저 입시를 위한 문제풀이만을 해야 했던 학교 교육제도의 한계 때문에 수학에 호기심과 재미를 계속 가져가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물론 수학을 못했던 것을 교육제도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학에 호기심을 가지고 수학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앞서도 말했지만 열심히 배워놓아도 학교 졸업과 함께 수학은 더 이상 쓸데가 없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부를 이어나가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입시 시험을 칠 것도 아닌데 수학학습지를 펴놓고 문제 풀이를 하고 있는 것도 좀 우습긴 하다.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개념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말하지만 우리의 교육과정은 입시준비를 위한 문제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가 배우는 수학이라는 것은 수능 문제 풀이에 함몰되어 있어서 그저 펜을 들고 주구장창 무작정 하염없이 계속 문제만 푼다. 하지만 개념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은채로 문제만 푸는 것은 제대로 된 수학 공부가 되지 못한다. 이 문제가 어떤 수학적 개념을 물어보는 것인지, 문제를 풀기 위해서 어떤 수학적 원리가 요구되는지 그런 것들을 알아야 하는데 보통은 그런 것은 알려주지 않은채 일단 문제를 푸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즉, 원리와 개념을 알려주고나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과정 속에서 그것을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형태의 공부법인 것이다. 눈치 빠르고 똑똑한 학생은 빨리 개념을 캐취해서 스스로 수학의 경쟁력을 가지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작정 문제만 계속 풀게 된다.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것은 해답을 보고 대충 이해를 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응용문제가 나오면 전혀 손도 못대고 또 틀리게 된다. 이게 전부 개념을 잡아주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수학의 개념이란 일종의 뼈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뼈대가 잘 잡혀 있어야 튼튼한 집을 지어올릴 수가 있는데 뼈대가 없으니 집은 금방 무너지게 된다. 아무리 쌓아올려도 제대로 집을 지을 수 없으니 수학에 흥미를 잃고 수포자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학에 재미를 느끼고, 잘하기 위해서는 개념을 이해하고, 원리를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수학적 개념을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예시를 통해 친근하게 설명해주는 수학놀이책이다. 놀이책이라고 말한 것은 책이 딱딱한 문제풀이나 교과서 같은 형태로 적혀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는 입시 문제로서의 수학이 아닌, 숫자 그 자체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꼭 입시공부를 위한 수학공부도 아니고, 어렵고 복잡한 공식과 기호를 외울 필요도 없다. 오히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수학의 세계를 보여주며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해주고 응용문제를 풀면서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암기과목처럼 암기 스트레스도 없이 그냥 편하게 다양한 수학의 개념과 문제들을 풀어보며 수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일상의 상황에 수학적 개념을 접목하여 흥미를 유발시키고, 어렵고 무겁지 않게 설명을 하고 있어서 수학에는 자신이 없지만 수학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총 5챕터로 되어 있으며 당연히 갈수록 어려워진다. 수론, 도형, 미적분, 확률, 도박이론, 물리학에 응용된 수학 등 수학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들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생소한 용어와 개념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자칫 어렵거나 시작하기도 전부터 겁이 날 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읽어내려가면 전혀 이해못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책에는 다양한 수많은 공식과 정의, 개념들이 소개된다. 공식이 나온다고 직접 계산을 하며 풀어보거나 하는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설명을 따라가며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책에는 정말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우리가 평소 접하던 생활 속 상황이나 사물을 대응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뭐? 여기에도 수학적 개념이 있었단말인가? 이런 기분이 되면서 흥미를 가지고 탐구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꼈던 곳은 파트4인데 SNS 채팅군으로 항등원을 갖는 결합 법칙을 따르는 이항 연산을 갖춘 대수 구조인 모노이드를 설명하고, 60갑자로 순환군을 설명하는 식의 새로운 발상이 재미있었다.
솔직히 그렇다하더라도 중간중간 어려운 파트가 많이 있는게 사실이다. 이걸 전부 아무렇지도 않게 다 이해한다면 그 사람은 수학자 수준인거지 오랜 시간을 수학과는 친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 책 한 번 읽는다고 이걸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특히 공식과 관련된 부분은 책을 읽고 그것을 전부 이해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너무 스트레지 받지 않고 일단 이해되는 만큼 이해하며 쭉 읽어나가다보면 수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흥미로움을 채울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