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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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와 책을 읽는 독자, 문학작품, 책의 장르, 책 그 자체 등 책과 책의 주체 모두에 대한 패러디물이다. 패러디라는 것이 풍자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렇다고 책이 무언가를 강하게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패러디 영화처럼 책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을 한번씩 비틀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준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문학계와 출판계의 잘못된 관행 등을 한번씩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문학작품 들은 오랜 기간 이어져오면서 장르적 특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작가와 독자들도 책을 접하고 다루는 방식도 나름의 정형화된 틀을 가지게 되었고 출판업계도 마찬가지다. 책과 관련된 문화계 전반의 여러 클리셰를 패러디함으로서 웃음과 함께 때로는 진지하게 잘못을 풍자를 하기도 한다.


패러디라는 것은 오리지날을 비틀고 기발한 방식으로 반전을 줘서 새롭게 생각해보게 만들고 거기에서 웃음과 재미를 가져오는 것인데 이 말은 오리지날을 잘 알고 있어야 반전을 준 내용에 웃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리지널을 많이 알수록 패러디에 많이 웃을 수 있지만 원본을 모르면 웃음포인트나 비평하는 포인트를 몰라서 멀뚱거리게 된다. 그리고 웃음 코드라는 것이 우리와는 정서가 사뭇 다른 서구의 그것이라서 우리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헤비 리더이거나 문학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고, 개그코드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지만 이해할 수 있는 곳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곱씹어볼수록 생각할 부분도 많이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유명을 달리하신 우리의 친애하는 책들..
여러 이유로 책을 잃어버리거나 손상된 경우를 나열했는데 목욕물에 빠지는 것보단 우리식으로는 라면 국물을 쏟거나 짜장면 국물이 튄 자국이 있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굉장히 아끼던 책을 잃어버린 적이 있어서 유명을 달리한 책에 대한 애틋함에 공감이 간다. 특히 이사를 가면서 책을 정리하거나 분실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사라진 지금은 절판된 책을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다.



#현대 추리 소설 작가들을 위한 살해 방법 몇 가지
예전 추리 소설들에서 사람을 죽이는 도구는 은촛대, 굵은 밧줄, 조각상, 리볼버 같은 것으로 천편일률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살해 방법도 그 시대에 맞게 바뀌는 것이 현실적이다.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로 목을 조르고, 독을 탄 고급 수제 브리오슈, 자율 주행 차로 치는 등은 정말로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 같아서 앞으로는 이런 클리셰가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오만한 서점
과거에는 책, 영화 등의 문학작품이 평론가들의 평론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었다. 평론가들이 이것은 좋은 작품, 이것은 괜찮은 작품, 이것은 좋지 못한 작품이라고 가치를 정해주고 사람들은 평론가의 평가대로 그것을 소비하기만 하면 되었다. 평론가가 좋은 작품이라고 하면 그건 좋은 작품이고, 아쉬운 작품이라고 말하면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블로그와 SNS로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시대가 되자 평론가의 평가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문학작품을 재평가하고, 자신들의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위 고전 명작' 중에서 '엄청나게 과대평가 된 책'이라고 느끼는 작품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평가 역시 평론가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평론가의 평론에 선입견을 받지 않으려는 선입견이 작용해서 과대평가되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


#첩보 소설 원고를 출판사에 전달하는 방법
첩보 소설에는 항상 마이크로필름이 나오고, 무대는 항상 비엔나의 오페라 극장이다. 암호명은 수선화, 대사관에서 나온 중개인과 벤치에서 만나는 장면들이 클리셰처럼 등장한다.


#이번 시즌을 강타한 출판계 신경향:독신녀!
어떤 하나의 아이템이 성공하면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아류가 쏟아진다. 사람들이 질릴 때까지 그런 아이템으로 뽕을 뽑아먹고 다른 아이템으로 갈아타는 것이 마치 메뚜기 떼가 그 지역의 농장물을 휩쓸고 다음 마을로 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업계 용어로는 우라까이라고 하는데 기존에 있던 히트작에 성공한 아이템을 끼워넣어 우라까이해서 날림으로 작품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설 쓰는 법이 히트하면 고급가이드북, 깊은 생각, 모든 것, 이것만 알면 된다.. 와 같은 제목으로 비슷한 책이 쏟아진다.


#웃긴 책
영화도 그렇지만 그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통하는 게 있다. 내용을 말하지 않아도 책 제목을 말하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고 공감대와 유대감이 형성되는 그런 현상들. 감정은 설명이 필요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예술
예술의 영역 안에서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대상을 조롱하고 마구잡이로 까고, 비난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그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표현의 자유를 들먹인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이 그 대상이 되면 명예 훼손이라며 분노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표현의 자유도 똘레랑스의 영역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내 서재
읽음, 읽을 작정임, 안 읽었지만 읽은 척함, 시간 날 때 읽으려고 아껴둠, 순전히 관상용, 읽었지만 기억이 하나도 안 남, 차라리 읽지 않는 편이 나아음. ㅎㅎ 이건 꼭 내 서재를 보는 것 같다. 책을 실제로 끝까지 읽었는지를 나타내는 호킹지수라는 것이 있는데 총균쇠같은 책은 가독성이 떨어져서 완독률이 낮다고 한다. 이런 책은 안 읽었지만 읽은 척함이나 순전히 관상용 코너에 들어가겠다. 책을 사서 서재에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나의 지식이 +1up되고 내 가치가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런 기분은 기분일 뿐이다.


#고전의 재발견
우리도 고전 한권을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거기서 소개된 고전은 '무려 그 방송에서 소개된 책'이란 띠지를 두르고 재발매된다. 그리고는 다음 방송에서 다른 책이 소개되기 전 일주일 동안 크게 화제가 되고, 책방에는 그 책이 채강 메인에 자리잡고, 사람들은 그 책에 몰린다. 그러다가 급기야 초판본, 양장, 페브릭, 금장 등의 표지전쟁이 일어난다. 마치 백선생이 이 집 맛있다라고 한마디 하면 다들 몰려가서 탠트치고 밤새 기다렸다가 기어이 그 음식을 맛보고 SNS에 맛평가를 올리는 무척이나 부지런한 사람들의 습성과도 같다.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와는 상관없이 유행에 따라 움직이고 유행에 자신의 성향을 맞추는 사람들. 하긴 개인 취향대로만 책을 읽는 것은 편협하고 어느 한 쪽에 취중될수도 있으니 다양한 독서를 위해서는 오히려 그런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도 같을 것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같다.

 

#찰스 디킨스가 오늘날 살아 돌아온다면
고전의 재발견과 이어지는 맥락이 있는데 요즘은 그냥 소설만 잘 쓴다고 인기를 얻고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는 것은 아니다. 인기 작가가 되려면 트위터로 그놈의 '소통'을 하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십분 반영하며 존재감을 끝없이 나타내어야 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석하거나 심사를 하여야 하고, 오프리 방송이나 아침마당에 나가야 한다. 혹은 TV 대본을 쓰면 드라마가 히트 했을 때 이름을 알리는 데 효과적이다. 블로그 활동도 좋다. 이것이 작가의 '현대적' 활동이라고 한다. 과거처럼 소설가가 소설만 써서는 안되는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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