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장기민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좀 쌩뚱맞은 질문이다. 홍대 앞이 홍대에 다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니 홍대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럼 왜 유독 홍대 앞에는 젊은이들이 모일까라는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홍대나 건대, 연남동 같은 소위 최근 핫플레이스라고 말해지는 곳에는 사람들, 특히 젊은층들이 많이 몰리는 데 이런 곳의 골목상권은 지역의 정체성과 타깃층이 명확하다. 홍대 앞의 상권은 홍대를 찾는 젊은이들을 위한 최적의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사람들은 홍대 앞을 학교 앞이라는 이미지로 인식하지 않는다. 홍대 앞에서 만나서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젊음의 거리는 홍대라는 학교를 떠올리게 하지는 않는다. 디자인경제학의 인식경제에서는 사물이나 그것과의 관계에 대한 규정보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에 따른 결과가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즉, 사람들이 홍대를 학교 앞이라고 규정하는 것보다 젊음의 거리, 약속장소, 놀이터와 같이 인식하게 하는 것이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는 뜻이다. 잠실에 가자는 말이 롯데월드에 가자는 뜻으로, 용인에 가자는 것이 애버랜드에 놀러가자는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이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연남동 같은 골목에 처음에 카페가 한두개 생겼을 때는 개별적 경영활동이 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연남동에는 예쁜 카페가 있다고 인식되면 그 인식을 통해 카페거리가 형성되고 골목상권이 살아나서 지역경제가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핫플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이미지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면 광고, 패션, 건축, 영상 같은 상업디자인 같은 것을 떠올리는데 디자인의 영역은 훨씬 광범위하게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디자인적인 사고가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어간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개념을 디자인 씽킹이라고 한다. 홍대의 상권에도 이런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이라는 것이 단순히 카페를 어떤 디자인 컨셉으로 만들고, 어떻게 디스플레이 하며, 가게를 어떤 색으로 할 것인가와 같은 말 그대로 '시각적이고 외형적인 디자인'에 국한된 개념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적 사고란 대중의 잠재적 욕구와 니즈를 이용하여, 전략적으로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작업방식을 일컫는다. 그래서 제품의 외형뿐 아니라 서비스, 기획, 마케팅 등 비즈니스의 전 과정에 걸쳐 디자인적 사고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디자인적 사고는 단순히 비즈니스 분야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생활, 인간관계, 지역경제, 국가전략, 문화전반 등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에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고, 디자인적 사고를 접목함으로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을 디자인 속에 녹여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아이디어부터 구성, 설정, 제작 등 모든 공정에 자신의 세계관과 철학이 들어가고, 고객의 니즈를 완벽하게 맞추게 되는데 비즈니스를 할 때에도 이런 마인드와 이런 시스템으로 자신의 철학을 접목시켜 고객의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어 비즈니스를 디자인 한다면 성공하게 된다는 식이다. 물론 비즈니스 이외의 수많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창조와 혁신'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요즘은 무슨 말만 나오면 창조와 혁신을 외치는데 디자인 씽킹도 같은 맥락처럼 보인다.


그래서 책에는 수 많은 생활경제 속에서 편의점경제학, 스타벅스경제학, 스티브잡스경제학, 이모티콘경제학, 아이스아메리카노경제학 등의 이름으로 디자인을 찾아내고 함께 생각해본다. 이런 OO경제학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저자가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가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모티콘경제학은 문자나 톡을 할 때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소비)하는데 어떻게 감정을 소비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자는 식의 흐름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니 이모티콘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돈을 벌어들이고, 이모티콘 시장이 얼마나 큰지 따위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즉, 정.말.로. 경제학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나 인식, 이미지 따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다보니 디자인 경제라는 것에 대한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우리는 디자인이라고 하면 앞서 말한대로 흔히 이미지와 외형에 국한된 상업디자인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런 개념을 초월해서 개인의 일상은 물론 비즈니스와 지역, 국가에 이르는 모든 곳에서 디자인의 영향력을 찾아보는데 그래서 어떤 것이 디자인이라는 것인지 정확히 캐치하기가 어렵다. 다른 책에서는 그것을 창조적 아이디어라거나 창의성, 융합과 혁신 등의 이름으로 설명하였는데 여기서는 디자인이라고 말하니 디자인이 곧 혁신이라는 건지, 그 둘의 차이는 정확히 뭔지 등 개념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조금 더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잡아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