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이 책이 외국인이 집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루'라는 개념을 쓴 것도 그렇고, 서두에 '해빙'이란 개념을 자신의 인생에 도입하여 인생이 바뀌고,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사람들의 후기가 모두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이라서 외국에서 발간된 책을 한국에 번역하여 출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은 한국 사람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해외에 먼저 출간하고 정작 한국에는 뒤늦게 출간을 한 것이었다. 책의 내용이나 용어들도 한국인의 정서보다는 외국인의 정서에 더 맞는 것 같다. 즉, 애초에 이 책은 한국인이 아닌 해외시장, 해외의 독자를 타켓으로 쓰여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흔히 한국 사람들은 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거나, 해외시장에서 관심을 받은 것에는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도 일종의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이 이렇게 관심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해외에서 화제가 된'이라는 타이틀이 크게 기인했다고 장담한다. 책의 내용이 이렇게나 열광할만한 내용인가 하면 개인적으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의 프로필에서 이해가 안되는 분분이 있는데 어린 나이에 동양의 고전을 마스터 하고, 수만 명의 데이터를 구해 사례 분석까지 마쳐서 '부자들의 구루'로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의 이름을 듣고 대기업의 창업주, 주요 기업의 경영인, 대형 투자자 등 상위 0.01%에 속하는 부자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저자에게 자문을 구한 후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거나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등 인생의 퀀텀 점프를 이루어냈다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0.01%가 된 것이 아니라 이미 상위 0.01%의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무슨 기회를 잡고, 무슨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이재용이 저자를 만나 자문을 구하고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식인데 저자가 최순실이 아닌 이상 무슨 기회를 더 얻는단 말인가? 이게 나만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가?


솔직히 책에는 별다른 비법이나 큰 가르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해빙이 부와 행운을 끌어당긴다는 것인데 해빙이란 지금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가진만큼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쓰는 만큼 소비의 행복을 느끼고 그 시간을 누린다면 저절로 행운과 부가 따라 온다는 개념이다. 일종의 카르페디엠이다.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가 아니라 물이 반씩이나 있다는 식으로 없음이 아니라 있음, 가짐에 포커스를 맞추고,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한 마인드를 유지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데 잘사는 중산층의 동료가 항상 유치원비, 베이비시터, 세금, 보험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서 늘 돈이 없다고 투덜댄다고 하는데 돈이 있어서 유치원도 보내고, 돈이 있어서 세금, 보험금도 낼 수 있는 것임에도 그것을 모르고 돈이 없다고 투덜거리기 때문에 쪼들린다는 식이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애초에 유치원에 보내고, 세금에 보험까지 다 낼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돈이 없다고 투덜거리건 매일 돈에 쪼들린다고 징징거리건 어떻게든 살아간다. 사실 그런 사람들은 징징거리건 말건 걱정할 것이 없다. '정말 문제가 되는 사람'은 돈이 없어서 보험을 해약하고, 돈이 없어서 방세도 못내서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이 아닌가?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데 말 그대로 가진게 없는 사람은 무엇에 감사하고, 무엇에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말인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그들은 희망 대신 간이 알맞은 무우말랭이가 공장 식탁에 오르기를 더 원했다. 말하자면 자신들이 현실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거기서 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고 나빠질 뿐이었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 하는 것은 '가진 것이 있는 사람'뿐이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현재에 감사하면 안된다. 그 상황에 머무르지 말고 투쟁하고 싸우고 차가운 눈보라를 헤치고 앞으로 나서야 한다. 현재에 감사하면 바뀌는 것은 없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낭비나 과시적 소비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죠.

파도를 타듯 자연스럽게 부의 흐름을 타게 되는 거에요


물론 능력도 안되면서 명품을 사거나, 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낭비나 과시적 소비를 멀리하게 된다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이 그런 화려하고 남이 부러움을 사는 삶이라면 그 둘을 따로 떨어트려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남들이 다 사고, 유행이라고 하니 나도 무리를 해서 하는 사람이 있는데 반대로 삶의 질을 높혀주고, 좋고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유행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는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밤새 줄을 서서 구매하는 것 정도로 여겨졌다. 피쳐폰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저런걸 사야하는 건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었고 삶의 형태와 질을 완전히 바꾸는 매개체였다. 지금도 여러 이유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이제는 비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행동으로 취급되진 않는다.


최근 무선 이어폰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너나 할 것없이 모두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데 유선 이어폰은 굉.장.히. 불편하다. 물론 그렇게 불편한 이어폰을 수십년간 사용해왔지만 그런 많은 불편함을 없애주는 제품이 나왔다면 그것을 이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심리다. 이것을 단순히 유행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엄마들은 그냥 선있는 이어폰 쓰면 되지 뭣하러 돈을 주고 무선이어폰을 사냐고 하실거다. 엄마의 눈엔 그것이 낭비라고 생각될테니까. 자, 그러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유행을 따르는 것과 일치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일반의 시각에 낭비라고 생각되는 영역의 소비라면 그것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초에 책에서 말하는 것은 너무 1차원적으로 단순화시켜서 말을 하고 있어서 전혀 이해도 설득도 안된다.


책의 내용도 별다른 것이 없다. 그저 저자가 돈 쓰며 한가롭게 부자의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을 나열했을 뿐이다. 말하자면 인기 있는 셀럽의 화려한 인스타용 삶을 텍스트로 옮겨놓았을 뿐이다. 그래서 해빙이라는 것을 하면 당신도 나처럼 멋드러지고 화려한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부추긴다. 일상 속에서 해빙을 실천하는 방법은 커피전문점에 들어섰을 때 커피 볶는 향기를 음미하고, 결제하는 그 순간 내가 돈이 있어서 커피를 살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식이라는데 가볍게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사서 마실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돈걱정을 안한다니깐? 정말 돈이 없는 사람들은 커피 전문점에 갈 생각을 안한다. 아니,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해빙의 핵심은 편안함이에요. 부자여서 마음이 편안한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안한 마음이 우리를 부자로 이끌어요


돈이 지출되는 것을 아까워만 하지 말고 내 수중에 돈이 있으니 이렇게 지출도 하는거니 감사하다라고 생각하라는건데 평소 돈이 없으니 감사도 못하는 것이다. 자꾸 논점을 흐리지 말자. 얼마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왔을 때 어렵게 살다가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오랜만에 가족들과 삼겹살 파티를 했다며 너무 고맙다는 식의 글이 많이 올라왔었다. 40에서 많게는 100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주어지자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돈을 쓰는 행복을 느꼈다. 요컨데 돈쓰는게 행복한 것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돈 쓰는 것만큼 기분 좋고 짜릿하고 행복감을 주는 일도 없다. 하지만 평소 돈을 쓰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것은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돈은 한정되어 있고, 꼭 필요한데 쓰고나면 하고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 점심을 사먹으면 나중에 저녁 사먹을 돈이 없다면 지금 점심을 먹는 것이 행복일 수 있을까? 책에서는 그것에 행복하고 감사하라고 말을 하지만 그런 것에 감사한다고 행운과 부가 따라올 것 같지는 않다.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도 부자들의 하룻밤 유흥비에 불과한 100만원이 생기자 기분 좋게 돈을 쓰고, 행복해했다. 저자가 말하는 소위 해빙을 느끼는 것이다. 즉, 해빙의 정신이란 건 누구나 가지고 있고, 아주 직관적인 감각이다. 다만 돈이 없으니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주변에 수십억 자산가가 두어분 있다. 이 분들은 평소에 고민이 참 많으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건물 관리 때문에 항상 신경을 많이 쓰신다. 엘레베이터가 있는 건물주는 안전교육도 받으러 가야 하고, 엘레베이터가 자주 고장이 나서 수리도 자주 해줘야 한다면서 너무 골치아프다고 불평이 많으시다. 세입자 관리도 어렵다고 불만을 표출하실 때도 있다. 또 다른 분은 이번 정권 들어서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많이 내게 되었다며 짜증내고 불만이 많으시다. 말하자면 이 분들은 저자가 말하는 해빙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이분들은 점점 재산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해빙을 하지 않아도 재난이 불어난다. 부를 끌어모으는 것은 해빙이 아니라 돈이기 때문이다. 해빙이 아니라 돈이 돈을 끌어모은다. 반대로 가진 것에 만족하고 워라벨하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지인은 돈이 전혀 안모인다. 여전히 물이 새는 전세집에서 살고 있다. 그냥 속만 편할 뿐이다. 자 그럼 다시 생각해보자. 해빙은 부와 행운을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속편하게 살게 해주는 자기 만족, 정신적 자위행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말장난 같다는 것이었다. 없어도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끼라는 것 같은데 분명한 것은 똥 속에 구르는 돼지들도 행복해한다. 하지만 똥 속에서 행복해한들 그것이 일반의 시각에서도 행복한 삶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똥 속의 돼지가 아무리 행복해한들 돼지들의 삶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저 불행한 삶을 행복하다고 자기최면을 거는 것에 불과하다. 솔직히 돈만 있으면 해빙 하지 말라고 해도 다 한다. 문제는 해빙의 정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는 것이다. 해빙, 가진게 없는데 어떻게 해빙을 할 수 있겠나? 결국 해빙이란 '가진 것이 있는 사람'이 돈을 쓸 때 행복함을 느끼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해빙(가진) 사람이 더 해빙(더 가지는) 것이 세상 이치다. 이렇게 생각하니 책의 서두에 0.01%의 다 가진 사람들이 저자에게 상담을 하러 왔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이 책의 글은 돈을 아주 많이 해빙한 사람들이 더 해빙하는데 필요한 것이지 없는 사람들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내용같다. 모르긴 몰라도 해빙으로 돈을 버는 건 작가와 출판사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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