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와 기담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상화 지음 / 노마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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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현실이 아닌 환상과 상상속의 이야기이다. 현실에 기반하여 있음직한 일을 상상하여 만들기도 하고, 완전히 허구의 세계에 이야기를 지어가기도 한다. 판타지는 많은 이유로 만들어지는데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살기가 힘들고 고달파지면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찾게 되고 자연히 판타지를 찾게 된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일이지만 소망하고 갈망하는 것이 판타지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꼭 그런 이유뿐만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판타지를 찾게 되는 것도 잇는 것 같다.


설화와 기담은 판타지의 영역이다. 공상, 상상, 환상, 가상, 비현실의 세계이지만 어찌된 노릇인지 역사에도 신화라는 이름으로 이런 판타지가 섞여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환웅과 풍사, 우사, 운사 등의 관리들이 내려와 조선을 세웠다는 단군신화는 물론이고 삼국유사에도 알에서 태어난다거나 도깨비나 용왕이 등장하는 등 판타지스러운 장면이 수없이 나온다. 한국 역사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역사는 모두 자신들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신화를 기반으로 쓰여졌다. 세계의 국가와 민족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독특한 설화, 전설, 민담, 기담, 괴담을 가지고 있다. 판타지가 역사와 결합한 경우엔 창세신화나 전설이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민담의 형태로 구전되기도 한다. 설화와 기담, 전설, 신화 등은 민간의 문화와 결합하여 그 민족의 당시 문화나 정신, 가치관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은 국가나 민족,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인간의 똑같은 욕망이나 욕구가 공통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책에는 시대와 지역, 종교를 총망라하여 다양한 판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화와 전설, 영물과 괴물과 요괴, 괴담과 기담, 믿기 어려운 사실들 그리고 이승과 저승이라는 총 5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와 관련되거나 유사한 다른 이야기도 덧붙이고 있어서 실제로 책에서 소개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중간중간 사진 자료를 제공하여 보다 자세하고 직관적으로 설화와 기담을 이해하는데 용이하도록 하였다.

신화의 경우는 세계 공통적으로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쓰여진 것을 알 수 있다. 여성과 땅은 생식으로서의 기능으로만 묘사하거나, 남성은 지배하고 정복하는 이미지로 주로 그려진다. 한국의 웅녀와 일본의 이자나미 등 신화 속의 여신들은 후손을 퍼뜨리는 역할을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풍요와 다산,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위대한 어머니가 신격화되는 것은 석기시대 삶의 구심체였다. 2만5000년 전에 만들어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은 신체의 비례에 맞지 않게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임신한 듯 불룩한 아랫배가 형상화되어 있는데 유럽과 아시아, 홍산문명에까지 모두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고 한다. 모두 생식 숭배를 나타내는 것이고 그 당시에는 풍만하고 비대한 여성이 각광받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신화 등은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일본보다 선진문화를 가지고 있던 한반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에 일본의 신화들은 한반도 신화의 영향을 받게 된다. 혹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의 경우처럼 멀리 떨어진 문화권에서 비슷한 공통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문화의 보편성이라 부르는데 어느 곳에서 문화가 생겨나면 그것이 직접적으로 전파되거나 전달되지 않아도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도 그와 비슷한 문화가 생겨나는 것이 문화의 속성이고 보편성이라고 한다.

문화의 보편성이 나타나는 것은 공통심리성으로 설명되는데 서로 특별한 교류가 없었지만 인류의 4대 문명이 각기 다른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것이나,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네트 등의 성인들도 각기 다른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것들이 그 예라고 한다. 동일한 발전단계에 이르러 형성되는 유사한 사회 환경 속에서 서로 비슷한 심리작용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유사한 문명이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서양을 떠나서 서로 비슷한 신화나 기담이 존재하는 것인가보다.


신화 뿐만 아니라 괴물이나 요괴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가령 예티와 빅풋, 새스콰치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불리지만 비슷한 괴물을 칭한다. 그리고 좀비나 강시, 구울, 언데드, 은줌베는 서로 비슷한 개념의 살아있는 송장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것들도 앞서 말한 문화의 보편성이 기인해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어쩌면 실제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만 하다. 창세신화를 보면 어느 나라건 간에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대홍수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이는 실제로 그 당시에 전지구적 차원의 대홍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것처럼 예티나 빅풋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책에서는 존재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해봐도 재미있다.


환상의 동물 중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것은 용이다. 그런데 이 용은 서양과 동양에서는 다르게 취급된다. 동양에서는 용은 신령한 영물로 받아들여지지만 서양에서는 사악한 괴물이거나 악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취급된다. 한중일에서는 고대부터 용이 하늘의 뜻을 실행하고 비를 내리게 하는 등 초자연, 초능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풍요와 미래를 상징하는 유익하고 긍정적인 존재이며 봉황과 함께 제왕의 상징이기도 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동양권에서 용이 비슷하게 인식되었던 것은 중국 문화권의 영향 때문에 중국에서 만든 용의 이미지가 각 나라로 수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기원전부터 용이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는 중국처럼 군주의 상징이 아니라 평민계층에서 풍요와 만사형통의 상징의 수호신처럼 숭배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조선에 와서는 중국의 영향으로 용이 군주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중국의 영향권에 들었지만 그 이전부터 독자적인 용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서양에선 유일신인 하느님과 맞서는 적그리스도를 짐승으로 보았는데 그 상징으로 뱀을 의인화한 용을 적으로 규정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신의 위치에 대항하는 괴물과 악마를 용으로 상징하고, 인간의 형상을 한 신이 용을 제거하는 것이 신화의 골격이 되는 것이다.


시대별 전세계의 다양한 괴담과 신비로운 이야기, 신화, 설화를 살펴봤는데 역사나 민족성, 당시의 시대정신이 들어간 내용도 있어서 단순히 상상속의 판타지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역사나 인간의 심리적인 다양한 측면에서 읽으며 그 속에 담긴 함의를 찾아보거나 각 이야기 간의 유사점과 다른점을 비교해보며 해당 국가와 문화권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이 이야기들을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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