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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과학생활 - 과학기술이 일상을 파고드는 데 정신 못 차리겠는 사람들을 위한
유윤한 지음 / 서울문화사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인류는 처음 탄생한 이래로 끊임없이 과학기술의 개발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 이전 시간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많은 업적을 남겨왔다. 인류가 개발한 과학기술은 누적되며 더 빠르고 가파르게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 사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기술이라는 것을 잘 몰라도 사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그동안의 행동 양식과 생활 패턴대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급발전한 과학기술이 상용화되고, 보편화되면서 그 기술을 모르면 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가져온다. 과학기술이란 인간의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인데 역설적으로 그것에 대해 모르면 불편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얼마전 정부에서 처음으로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신청을 한 사람들은 편하게 클릭 몇 번만으로도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소위 디지털 소외계층들은 감염의 우려를 무릅쓰고, 굳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민센터에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이정도 수준에 그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어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변하게 될 근미래에는 이런 과학기술들을 알지 못하면 그야말로 살아남기가 힘들정도가 될 수도 있다. 말하자면 디지털 진화에 도태된 사람들은 공룡처럼 멸종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있는 분위기다.
한 때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시니어 세대들을 위해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강좌가 열렸던 적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기계제품에 익숙치 않은 시니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함인데 몇 년 전엔 일상으로 파고든 진보된 과학기술이라고 해봤자 스마트폰 정도였고, 그것 하나만 배우면 되었겠지만 앞으로는 갈수록 더 많은 과학기술들이 일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고, 배울 것도 많아지게 될테니 이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변화된 생활에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적어도 그 용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것이 어떤 기술을 의미하는지, 우리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도의 개략적인 개념이라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엔 인공지능(AI),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Block Chain), 마이크로칩(Microchip), 유전자와 텔로미어(Gene and Telomere), 사이버 보안(Cyber Security)의 총 8가지의 진보된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많이 들어서 어느새 익숙한 용어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알건 모르건 이것들은 앞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게 살아가게 될 기술들이다. 이런 과학기술이 일상인 시대에는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기술빈민이 되기 쉽다. 그래서 좀 더 편리하고 행복해지려고 만든 기술을 영원히 우리 편으로 삼고 싶다면, 이런 기술의 바탕이 되는 과학이 어떻게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지 정도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얼마전 n번방 성착취 사건이 터졌을 때 운영자들은 자금을 암호화폐로 관리했다고 밝혔다. 회원들로부터 비용을 암호화폐로 납부받았는 것인데 얼마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비트코인 광풍이후로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는 오랜만에 들었다. 비트코인의 거품이 꺼진 후 이제 암호화폐는 한동안 상용화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사용되고 있었다니 굉장히 의외였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이 비트코인에 미련을 못버리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이들은 한심한 것이 아니라 남보다 한 걸음 앞서 미래를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암호화폐가 사용된다는 것에 놀라는 나같은 사람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비트코인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게 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기록하여 각자의 장부에 똑같은 거래 내역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은행이 독점으로 거래정보를 독점하고 유출되지 않게 꽁꽁 숨겨왔고, 사람들은 거래를 위해 보안을 담당하는 은행에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다. 그랬던 것을 이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두가 거래정보를 가지고 그것을 오픈해놓는 것이다. 숨기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전부 오픈을 해놓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전부 해킹하고 위조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서 중앙 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간 거래(P2P)가 자유롭게 행해지고,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며,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권력을 가지고 기록을 고치거나 해킹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불가능하다고 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거래소가 해킹당해서 개인정보와 고객들의 비트코인까지 털어간 것이다. 물론 초창기 거래소라서 해킹에 대한 대비책이 불충분했고, 해당 회사의 안전불감증으로 그런 일이 발생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안전하고 투명하지만 비트코인 거래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 사건이었다. 오히려 이런 문제가 생겨도 시스템을 갱신하거나 폐쇄할 수 없는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여준는 예가 되기도 했다. 무한 장점이 무한 단점이 되는 순간이다.
지금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동일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하나의 상품일 뿐으로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하위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실패가 블록체인의 실패와 동일시 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은 금융 거래를 수초 만에 끝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기 떄문에 앞으로 일어난 금융혁명과 핀테크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더 많이 사용될 것이고, 이 기술이 적용될 분야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책에는 과학기술과 함께 급변하는 미래사회를 대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과학기술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는 상용화, 상품된 된 기술을 소비만 하면 되는 입장이긴 하지만 앞서 알아본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한 내용처럼 그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비트코인의 투자 실패처럼 또 다른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생길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채 뒤처질 수도 있다. 기술 빈민이 되지 않도록 미래사회를 위해 이 정도는 꼭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