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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 나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티보 에렘 그림, 김효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나무와 식물계는 인류의 탄생이래로 우리 인류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존재이다. 가장 먼저 숨을 쉬는 공기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열매와 과실을 선물하였으며, 집과 가구의 원재료가 되기도 하며, 종이를 만들어 문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화석연료도 나무 등이 화석이 된 것이고, 의약품, 화장품, 의류 등 나무에서 얻는 제품은 수없이 많다. 인류가 살아가는데 있어 나무와 식물계는 필요불가결한 너무나 고마운 존재들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이런 고마운 나무의 존재를 당연시 여기고 크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보다 자연과 더 가까웠던 과거에는 천연자원인 나무를 이용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무분별한 개발로 삼림은 황폐해지고, 매년 수많은 나무들이 벌목되고 있다. 직접적인 벌목 외에도 인류가 만들어낸 기상이변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우림을 태워버리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가축을 기르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축산지로 바꾸거나 과자와 튀김을 만들 때 사용되는 야자유를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나무가 베어진다. 그외에 종이와 휴지를 생산하려고 매일 수만그루의 나무가 잘리어진다. 우리는 나무에 대해 너무 무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무에 대해 지식과 깨달음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늘 그곳에 있는 존재, 우리가 마음 껏 쓸 수 있는 자원으로만 여기지 말고 나무에 대한 애정과 함께 나무가 인간 생활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고, 오랜 세월에 걸쳐 어떻게 인간의 삶을 바꾸어 왔는지, 나무와 사람 사이에 어떻게 그 관계가 형성됐는지 등을 알아보며 나무에 대한 한층 높은 지식과 존중,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는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100가지 나무의 이모저모를 세밀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고대 문명, 무역, 종교, 토착 신앙, 건강, 의료 분야 등 다양한 시각으로 나무를 분석하며 나무가 인간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하면서 나무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해준다. 그래서 나무 이야기는 우리의 선조와 인류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책에는 인류에게 문화적, 실용적으로 큰 가치를 가지는 나무를 선별하여 다루고 있다. 또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의 나무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17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도구로 만든 회양목 부터 19세기에 널리 쓰인 감나무까지 다양한 시대의 나무를 소개한다.

각각의 나무는 그 나무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설명과 함께 다른 명칭, 원산지, 나무가 서식하는 서식지와 기후, 수명과 성장 속도 그리고 최대 높이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나무의 세밀화와 잎이나 과실, 씨앗 등의 그 나무만의 특성을 따로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무의 설명 파트에서는 나무가 자라는 고도와 토양 유형 등의 변수를 포함한 서식 범위의 자연조건을 다시 한번 알아보며 이름의 유래와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소개된 나무 중에는 우리에게 (적어도 개인적으로) 많이 익숙한 나무도 있고, 생소한 나무도 많이 있다. 이름은 많이 들었으나 나무나 열매의 생김을 본 것은 처음인 것도 있다. 가령 아보카도 같은 경우는 열매는 너무나 친숙하고 많이 먹지만 정작 아보카도 나무나 열매가 어떻게 열려있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무가 굉장히 커서 선사 시대 때는 거대 동물의 먹거리였다고 한다. 집에서 씨앗을 심어서 작은 나무가 열리는 것을 많이 보다보니 아보카도 나무 자체가 원래 작은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크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아보카도라는 이름은 멕시코 원주민 말로 고환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보카도의 형태와 열매가 짝을 지어 맺히는 것으로 인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육두구라는 향신료는 이름만 들었을 뿐 어떻게 생겼는지, 나무는 어떤 모양인지 본적이 없다. 육두구는 고대로부터 좋은 향신료로 쓰였으며 두통 발열 치료제나 최음제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 선페스트 치료제로도 쓰였는데 그 결과 동일 중량의 금보다도 비싸게 취급되었다고 한다. 몰약나무도 동일 무게의 금과 같은 가치를 가지는데 몰약나무는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바친 선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서양호랑가시나무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에 머리에 썼던 가시관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장식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북유럽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물푸레나무도 형태를 본건 처음이다. 나무의 특성은 굉장히 평범한데 북유럽 신화속에서는 중요하게 취급된다는데 그 이유는 나오지 않아서 궁금해진다. 현재 이 나무는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신화나 서양 동화에 자주 나오는 나무 중 하나는 아마 개암나무일 것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나 아서 랜섬의 책에도 이 개암나무가 등장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개암은 헤이즐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커피로 마시는 바로 그 헤이즐넛이 맺히는 나무이다. 회양목은 17만 1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도구로 사용했던 나무라고 한다. 회양목을 깎아서 땅을 팔 수 있는 도구로 만들어서 사용했다는데 회양목은 조직이 단단하여 단단한 목재를 생산하기 때문에 도구로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재료라고 한다. 피스타치오나무는 중동 전역의 사막에 가까운 건조 기후에서 자라는 강인한 나무로 2년마다 약 5만개의 씨앗을 생산한다고 한다. 피스타치오 씨앗은 9000년 이산 중요한 요리 재료로 대접받았다.

나무는 신화적으로 인간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고, 역사를 바꾸기도 했으며, 인간의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유럽의 신화와 기독교 신화에 깊은 관련이 있어 나무의 이름의 유래에 기인하기도 한다. 그동안 몰랐던 나무에 대한 놀랍고 재미있는 지식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나무 그 자체의 이해와 나무를 둘러싼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나무 이야기]는 나무에 대한 충실한 식물 교양서이자 멋진 일러스트로 만들어진 나무 도감 그 자체로서도 매우 훌륭하여 정밀하게 그려진 나무 일러스트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