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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토르트 심리학 - 만화로 보는 심리학 교양서
강호걸 지음 / 채륜 / 2020년 6월
평점 :

사회적으로 살기가 팍팍해지고, 극도의 스트레스와 긴장이 만연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우울증이나 공황, 신경쇠약, 강박증 같은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심리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분위기다. TV나 팟캐스트 방송에 심리학자들이 출연하여 상담을 해주고, 심리학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미디어나 서적 등에서 다루는 심리학은 대부분이 개인의 정신건강 같은 측면에 국한된다. 행복하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법, 가진게 아무것도 없지만 가졌다고 정신승리 하는 법 같은 힘든 인생을 체념하고 살기를 도와주는 카운셀러의 역할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고, 심리를 읽어내는 학문이라거나 정신질환과 관련하여 심리상담을 하는 등의 몇 가지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심리학 관련 방송이나 서적, 강연 등은 개인의 정신건강 같은 한정된 주제에 대해 집중되어 있고, 심리학을 연애심리나 성격풀이, 심리테스트 또는 이성의 마음을 얻고 호감 얻는 법 같은 내용으로 가볍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고정화된 이미지가 더욱 고착화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심리학은 굉장히 넓고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임상, 상담, 산업, 조직, 사회, 성격, 심리측정 등 총 15분과가 있고, 미국에서는 더욱 세분화된 56분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단순히 심리치료를 하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그런 것이 아니라 엄연한 학문인 것이다.
이 책은 심리학에는 어떤 이론들이 있고 어떤 방법으로 연구되어 왔는지, 그리고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심리학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심리학 책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거나, 환자들의 상담내용과 상태를 서술하는 것이 많은데 그런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저자는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갈 수 있고, 이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심리학을 폭넓게 알게 된다면 우리 자신, 타인, 세상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진다는 것이다. 심리학 그 자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쌓이면 진정한 심리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거라고 한다.
하지만 역으로 그렇게 다양하게 활용되고 폭넓은 분야에 걸친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라면 그것을 공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될거라는 뜻이 된다. 대학교 교양 시절 심리학개론을 배웠을 때 인상찍히기, aka 각인 같은 걸 배운 것이 기억나는 데 심리학을 알기 위해 아무 쓸모도 없는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면 차라리 심리학을 모르고 사는 것이 더 속편할수도 있다. 심리학의 도움을 받기 위해 어려운 심리학 공부를 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지고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심리학의 여러 이론들과 각 분과들의 이론적 내용을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나 여러가지 재미있는 사례들도 살펴보며 알려준다.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딱딱한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심리학이라고 하면 기대하는 재미있는 실험과 심리분석 같은 형식을 빌어 설명하기 때문에 아주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유명한 심리학 실험과 심리학 이론, 이 업계에서 한자리 하는 이름난 심리학자와 심리학의 분야에 대한 설명 등 심리학에 관련된 스무가지 주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으로 치환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처음 책 서두에 대부분의 심리학 서적이 개인의 정신건강 같은 한정된 주제에 집중되어 있다고 비판을 해놓고 정작 그런 느낌의 주제로 심리학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자신이 비판했던 형식으로 진짜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풀고 있다. 나쁘지 않은 형식이고 매우 효과적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책은 만화로 되어 있어 이론서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분명 이성에게 인기 끄는 법을 써놓은 연애심리학 서적 같은 것이 아님에도 그런 것마냥 쉽고 재미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공부한다는 느낌이 없이 심리학 공부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만화는 한마디로 약빨고 그린 것이다.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온라인 상에서 인기있는 온갖 패러디와 짤을 막 갖다 쓰는데 그것만 보고 있어도 어지간한 코믹 웹툰보다 더 웃기고 재미있다. 이건 진심 작가가 약빨았다. 도핑테스트 한번 해봐야 한다.
비슷한 사람과 반대인 사람, 어느 쪽이 끌릴까?, 세상에는 비정상적 인간이 왜 이리 많을까?, 저 사람은 왜 자꾸 변명만 늘어놓을까?, 내가 세운 계획은 왜 항상 어긋날까? 무조건적인 긍정은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등 한번쯤 생각해보고, 궁금하게 여기던 질문들에 대해 심리학으로 답을 찾아가며 재미있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심리학 이론과 용어들을 하나씩 익히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많은 고민과 행동이 심리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고, 우리의 일상의 의문들에 대해 심리학이 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심리학이란 학문에 대해 배워보고, 심리학의 효용과 가치, 실생활에의 활용법을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동안 재미있는 웹툰을 읽는 것처럼 큰 즐거움, 빅재미를 느낄 수도 있어서 심리학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은 초심자에겐 추천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