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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때리는 영어 표현
이길영 지음 / PUB.365(삼육오) / 2020년 6월
평점 :

아주 좋아하는 외국 가수가 있었는데 이 가수의 노래 가사를 직접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노래도 매일 듣고 따라 부를 정도로 좋아했었다. 당시 외국어 시험을 쳤는데 나중에 틀린 문제를 복습하다가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그 노래의 가사에 나오는 단어와 표현들을 떠올리지 못해서 답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번역을 하고 매일 따라서 읊조리고 했어도 막상 시험을 칠 때, 그 표현과 단어가 필요할 때에는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할 때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힘들게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암기해도 막상 실제 그 말을 해야하는 상황에선 그것이 떠오르지가 않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시험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 대화에서는 그런 기억상실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아무리 열심히 외웠어도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상하게도 책을 보며 외운 내용들과 실제 상황이 매칭이 되지 않는다. 책에서 본 문장은 책에만 머무르고 그것이 생활 속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흔히 영어단어를 외울 때 단어만 따로 외우지 말고, 단어가 속한 숙어를 외우거나 문장을 통째로 외우라는 말을 많이 한다. 단어만 외우면 금새 잊어버리고, 말을 할 때 단어를 하나씩 나열하고 조합하여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서 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문장 전체를 외우는 것이 좋다. 또 말을 할 때 단어가 금방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문장을 함께 외운다면 의식적으로 단어를 찾지 않고도 바로 문장 자체를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장을 외우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은 대화문을 통해 단어와 표현을 익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책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서 문장을 외우는데 아예 그 상황까지도 함께 외우라고 한다. 상황을 외우라기 보단 어떤 시츄에이션 속에서 그런 표현이 사용되었는지 배경 설명을 통해 문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 상황까지 체득하게 해주는 것인데 저자가 미국 생활을 하며 실제로 겪었던 상황 속에서 직접 체험한 단어와 구절이 그 상황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사용되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단순히 대화문으로 표현을 외우는 것을 넘어서 직접 내가 그 상황 속에 들어가서 대화를 하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 좀 더 쉽게 표현을 외울 수 있고, 그 말에 담긴 늬앙스도 느끼 수 있기 때문에 표현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아지고, 그렇게 외운 표현들은 뼈에 새겨지듯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암기 기법 중에 스토리로 암기하는 이미지연상법이란 것이 있는데 책에 소개된 방식이 이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단순한 문자 암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스토리텔링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표현을 접하게 되면 인식 속에 그 상황과 맥락이 입력되어 나중에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치면 내재화되어 있던 내용들이 자동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책은 총 6챕터로 문화, 격려, 대화, 감정, 은유, 감칠맛.이라는 주제로 미국에서 실제 많이 사용하는 표현들을 소개하고 있다. 언어를 배울 때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이해하면 조금 더 언어를 배우는데 용이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언어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가 담겨 있으므로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면 그들이 사용하는 말의 특징과 표현방식 등에 대해서도 쉽게 다가갈 수가 있다. 책에서는 미국의 문화와 미국인의 정서를 바탕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영어 표현들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말과 함께 언어의 특징과 문어적 표현의 방식을 이해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 한가지 장점은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전부 실용적인 구어문이라는 점이다. 일상 생활에서 실제로 많이 사용되고, 현지인들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일상회화라서 책에서 배운 내용들은 그대로 실생활에서도 바로 활용가능하다. 이런 생생한 네이티브 표현은 일반 교재에선 접하기가 쉽지는 않을 뿐더러 이런 표현들을 알아야 실제 네이트브와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가 있다. 우리도 일상의 언어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표현을 많이 구사한다. 그래서 교과서적 표현만 공부한 사람은 막상 실제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면 너무 안들려서 대화가 잘 안되고, 영화, 드라마를 보다보면 쉬운 단어인데도 의미를 몰라서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꽤 생긴다.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실제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생생한 표현들이라서 알아두면 너무 유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