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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한 교과서 세계문학 토론 - 세계사를 배우며 읽는 세계고전문학! ㅣ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9
남숙경.박다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6월
평점 :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저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며 텍스트를 읽는 행위가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책을 양적으로 많이 읽는다 해도 비판적 성찰 없는 배움이란 '정보의 축적'일 뿐이다. 글을 읽으며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성찰하고, 지혜와 통찰을 배울 수 있다면 책을 읽는 것이 더욱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고전은 현재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지혜와 통찰력을 기를 수 있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과 삶의 태도를 배울 수도 있다. 또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에서 고전을 재해석하고 비판적 평가를 하고, 새로운 가치를 획득할 수도 있다. 고전을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서 소비하지 않고 비판적 시각에서 고전을 읽음으로서 문제 해결 능력을 신장시키고, 교양 형성에도 기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전을 제대로 읽고, 그 속에 담긴 함의를 잘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 글이 쓰여졌던 당시의 세계사적 배경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화나 책은 물론 모든 예술작품은 기본적으로 시대정신이 담겨있다. 그래서 고전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 속에서 다루는 세계사와 사회적 배경은 물론이고, 실제 그 소설이 쓰여진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 작가가 그 고전을 쓰게 된 동기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도 그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내용들이다. 흔히 사회와 정치비평의 의미가 담겼다고 말해지는 동물농장이나 걸리버 같은 대단한 고전들도 아무런 시대적 배경 지식이 없이 읽게 되면 그 속에 담긴 함의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전은 아는 만큼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총 10편의 고전들을 세계사적 시각으로 풀이하고 읽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작품 창작 시기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서 고전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다. 고전읽기는 각각 10단계로 진행되는데 우선 작품 속 갈등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선정한 이유를 알아보고, 작가에 대한 기본 지식을 제공한다. 작가의 삶은 작품에 그대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작가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고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세번째 단계로 시대사 연표를 통해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세계사를 알아본다. 당시 세계사적으로 그리고 한국사적으로 중요 사건을 보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한다. 네번째 단계로는 작품 속의 시대를 살펴본다. 작가가 작품을 쓰게 된 이유와 작품에 숨겨진 세계사 이야기를 읽어내며 고전을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게 도와준다.
다섯번째와 여섯번째로는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용어사전과 작품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세계사 인물 사전을 통해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통해 작품의 이해를 돕도록 구성되었다. 일곱번째 단계는 등장인물의 소개로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통해 캐릭터 성격과 갈등관계를 요약하여 한눈에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여덟번째로 요약한 줄거리를 통해 작품의 흐름을 생각해고 그 속에서 쟁점을 찾아 토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찬반 논점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아홉번째와 열번째 단계로 토론 요약서를 통해 찬성과 반대 논점을 추출하고 논거를 요약, 핵심적인 논점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하며 세계문학작품으로 토론을 하는 단계로 마무리 하게 한다.
10개의 작품 중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얼마전 새로 읽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파트만 짧게 살펴보면, 우선 책이 쓰여졌던 당시는 영국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빅토리아 시대로 산업혁명으로 산업이 크게 발전한 시기였다. 영국은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으며 대영제국은 세계 영토와 인구의 1/4을 차지했을 정도로 큰 번영과 부를 누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부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로 가장 암울한 시기를 동시에 겪었다고 한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면서 기존의 기독교 사상이 약화되고, 종교와 과학이 충돌을 빚는 등 인간의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산업혁명으로 농경사회가 쇠퇴하자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촌향도 현상이 벌어지고 도시에는 질병, 범죄, 퇴보한 지식인의 증가 등 온갖 사회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화려하게만 보였던 영국 사회는 그 이면에 큰 사회적 문제가 터지고 있었고, 정서적인 공황을 맞는 등 각종 모순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마치 소설 속의 지킬과 하이드 같은 영국의 분열을 의미한다고 한다.
도덕적으로 옳은 신사의 모습인 지킬, 짐승 같은 야만성과 광기를 가진 하이드는 당시 영국 지식인들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겉치레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도덕성을 강조하면서도 물질만능주의를 추구하며 사회에서 소외된 빈곤층을 외면한 당시의 지식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빈부격차로 빚어진 갈등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사회적 분열을 넘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분열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흔히 지킬과 하이드가 인간의 본성, 인격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당시 영국 사회 그 자체가 지킬과 하이드 같은 이중적인 분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부르주아, 빅토리아 시대, 산업혁명, 사회진화론, 야누스와 이중인격, 자유론, 제국주의, 프롤레타리아 같은 용어들을 알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용어들과 무관하지 않은 빅토리아 여왕, 지그문트 프로이트, 제인스 와트, 찰스 다윈,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인물들에 대한 지식을 가지게 되면 조금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쟁점의 명제는 지킬의 본성은 선하다는 것이다. 이 기본 명제에서 출발하여 하이드를 만든 지킬은 유죄인지, 지킬은 하이드의 악행을 책임져야 하는지,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해 감형해야 하는지 등 갖가지 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을 토대로 이 논제에 대해 각각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생각해보면서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이 단순히 책을 읽고 재미있다, 재미없다. 혹은 이런 정도의 의미가 담겨있는 이야기겠거니 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고전이 쓰여졌던 시대와 사회에 대한 이해, 그 책에 영향을 준, 혹은 그 고전을 읽어내기 위해 필요한 여러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심층적으로 고전을 분석하고, 하나의 쟁점을 두고 그에 따른 논제를 만들어서 의견과 근거를 펼치는 형태로 책을 읽어낸다면 이야기에 대한 이해의 폭도 깊고 넓어질 것이며,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가능하면 책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고전들도 이런 방식을 취해서 읽어가면 고전에 대한 이해와 논리력이 많이 향상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