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의 탄생 - 모리나가 요우의 일러스트로 보는 건들건들 컬렉션
모리나가 요우 지음, 전종훈 옮김 / 레드리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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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전 1차세계대전을 다룬 영국 드라마를 보았는데 거기에 당시 사용되었던 탱크가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탱크의 초기 모델은 말 그대로 큰 트레일러 탱크로리 같은 느낌으로 현대의 탱크와는 그 형태가 완전히 달랐고, 쓰임과 전술도 달랐다. 우리가 흔히 전쟁영화 등에서 보아오던 길쭉한 포가 달린 형태의 탱크가 아니어서 새롭기도 하고, 근대적 탱크에 대해서는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관심이 생겼더랬다. 1차 세계대전은 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전쟁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때의 무기들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탱크의 탄생과 초기 모델의 탱크에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은 탱크의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종의 전쟁사이다. 전차 이전의 화기와 탱크가 탄생하기 까지의 역사, 그리고 무한궤도의 발명과 탱크가 나오게 된 배경, 당시 전쟁의 양상, 그리고 각 나라의 근대 전차를 다루고 있으며 탱크의 탄생비화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적 탱크는 언급하지 않는다.


근대적 전차가 등장한지 100년이 지났다. 근대 전차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등장했는데 탱크의 탄생은 장갑판으로 방어하며 땅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말하자면 육상용 거북선인 셈이다. 처음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는 내연기관과 증기기관이 주된 동력이었던 시기라서 장갑판을 덧대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대포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거대한 바퀴를 달자거나, 무한궤도나 여러개의 다리를 달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방향을 바꾸는 것이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엔진과 조종석이 구분되어 있지만 당시는 불안정한 엔진 옆에 기관사가 붙어 있어야 했고, 화기 바로 옆에 휘발유를 둬도 괜찮은지조차 몰랐다고 하니 이 탱크라는 신무기가 적합한 형태를 가지고 기능성을 발휘하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전차를 '화력을 가지고' '장갑으로 둘러싸인' '어디라도 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는데 고로 탱크가 만들어지기 까지 고려되어야 했던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움직이는 기능, 장갑, 화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동력기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아무리 방어와 화력의 기능을 갖추었어도 움직일 수 없었으니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기동성은 거대 바퀴와 궤도라는 두 가지 모델로 발전을 해왔고, 최종적으로 자기 소유 선로인 지금의 탱크에 사용되는 형태의 초기 모델의 궤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장갑은 과거 성을 공략할 때 사용하던 충차나 공성망루 등에서 발전한 형태로 초기에는 고대의 전차에서 발전한 전투 우마차와 같은 동물을 이용한 형태로 만들어졌다가 증기기관을 이용한 장갑열차, 장갑차로 발전하고, 최종적으로 근대전차의 모습을 띄게 되었다. 화력의 발달은 의외로 상당히 느렸다고 한다. 힘이 약한 총포와 라이플이 등장하고, 제철 기술의 발전으로 개틀링포가 만들어졌고, 이를 기초로 기관총이 탄생했다고 한다.


고대전차의 기동력의 핵심은 동물이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전투 코끼리도 일종의 전차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그외에도 책에는 다빈치가 고안한 무적전차와 일본의 고대 우차인 안진샤, 근대 전차의 원조격인 영국의 코웬 머신도 소개하고 있다. 전차가 가진 개념인 튼실한 방어를 하면서 적진으로 돌격하여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의 요구는 언제나 있어왔으며 당시의 기술력으로 그와 같은 병기를 만드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던 것 같다. 초기엔 커다란 바퀴를 부착했던 것 같다. 적 진지의 철조망을 파괴하고 참호를 넘기 위해서는 커다란 바퀴가 유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그다지 효용성이 없어서 실제로 상용화되진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캐터필러가 탄생하고, 장갑차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그것이 발전해서 근대 전차의 모델이 등장하였다.


많은 형태의 전차가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전쟁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탱크라 부를 수 있는 탱크가 선을 보인 건 1916년 1월의 일이었다. 마더, 빅 윌리라고도 불린 영국 제국 육상전함 센터피드는 육상전함란 이름으로 부르면 비밀병기로서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물탱크란 의미의 tank라고 불렀던 것이 지금까지 사용되는 정식 명칭이 되었다고 한다.


초기의 근대 전차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의외로 많은 기종과 많은 모델이 있었고, 형태도 다르고, 운용방식과 전술도 전부 달랐던 것 같다. 아무래도 기술적인 변화와 발전을 계속해가는 도중이라 정형화 된 형태가 아니라 새롭게 개선된 모델이 선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초기 전차에 대한 이야기를 디테일하고도 꽤나 섬세한 일러스트로 보고 있으니 너무 재미있다. 사진보다 일러스트로 설명을 하는 것은 리얼리티는 당연히 떨어지지만 오히려 설명적인 측면에선 이해가 쉽고, 눈에도 잘 들어온다. 필요한 부분을 강조하여 그림을 그리고, 설명한 불필요한 곳은 생략하거나 눈에 많이 띄지 않게 그려서 집중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또 조감도나 투시도의 효과로 전차 내부의 설명까지 쉽게 할 수 있고, 전술이나, 승무원의 움직임까지 저자의 의도대로 보여줄 수 있어서 전차에 대한 설명효과는 극대화 된다.


그림체도 이쁘고, 전차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고, 전차의 역사에 대해서도 쉽게 알려주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비교적 접하기 힘든 제1차 세계대전의 전차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성도 있다. 전쟁 이야기나 전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쏙 들만한 근대 전차의 일러스트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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