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 육지, 바다, 하늘을 지배한 힘의 연대기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박연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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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패권 쟁탈의 연대기였다. 인류는 세계의 패권을 놓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서로 견제하며 경쟁을 벌여왔다. 패권 쟁탈전을 겨루다 국가에서 국가로, 제국에서 제국으로, 대륙에서 대륙으로 패권을 잡은 대상은 변해가고 세계는 그에 따라 팽창하고, 역사가 새로 씌여졌다. 이 책은 5,000년의 세계사를 수업시간에 배웠던 시간 순서에 따른 역사가 아니라 장소와 영역에 중점을 둔 패권을 쥐었던 나라들과 그 나라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의 특징으로 세계의 역사를 알아보는 독특한 시각의 세계사책이다. 패권국과 다른 주변국과의 관계, 패권국과 그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여러 지역 세계의 특징과 상호 교류, 흥망성쇠, 각 세계의 연결고리를 통해 패권의 흐름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패권 쟁탈의 세계사는 전쟁사와는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처음엔 패권 쟁탈을 전쟁이란 개념으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패권 쟁탈이란 단순히 전쟁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기술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경쟁하고 싸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시점으로 세계의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중이고 한국과 일본도 경제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총과 칼로 싸우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경제로 패권을 다투는 케이스는 최근들어 많이 보이는 경향이다. 앞으로는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경제의 세계화에 따른 상호의존관계가 강화되어서 대국 간에 전쟁이란 단순한 형태로 패권다툼이 일어나긴 사실상 어려워졌다. 앞으로는 지금 미중이 보이는 것처럼 무역전쟁과 같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패권의 주인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쟁과 같은 파괴적 방식으로 패권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세계 패권의 주요 무대는 육지에서 바다로, 다시 바다에서 하늘로 이동해왔다. 지난 5,000년 동안 세계사는 크게 세 가지 공간으로 흐름이 이동했는데 유라시아에서 오래 지속된 육지의 역사, 다섯 대륙이 대양으로 연결된 바다의 역사, 항공망과 인터넷 가상공간으로 이루어진 하늘의 역사 순서로 변화했다. 각 시대별로 육지, 바다, 하늘을 지배한 나라는 패권을 장악했고, 세계를 일체화하는 데 앞장서는 패권국이 됐다. 저자는 각각의 공간에서 패권을 주도한 대표적인 세력으로 육지의 몽골 제국, 바다의 대영제국, 하늘의 미국을 꼽는다.


유라시아에는 환경적 요인으로 넓은 건조지대가 만들어졌고, 세계사는 대부분 오랜 시간동안 이곳을 무대로 이루어졌다. 유라시아에 동서로 길게 형성된 건조지대는 건조함이라는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굶주림에 시달렸고, 물과 식량을 둘러싼 다툼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유라시아의 패권은 페르시아 제국, 이슬람 제국, 몽골 제국으로 흐름이 이동하였다. 페르시아 제국은 전쟁으로 통해 패권을 거머쥐었으나 이슬람 제국은 상업으로 육지 세계를 통합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 유라시아의 패권은 강력한 기마 군단으로 유라시아를 통일한 몽골족이었고, 이들을 이끈 것이 바로 징기스칸이었다. 몽골의 패권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이슬람과 러시아에 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15세기 중반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바다가 새로운 패권 무대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다. 이런 의식의 변혁이 진정한 의미의 공간혁명이라 칭한다. 유럽인의 이민을 통한 식민지 확대와 해상무역으로 대항해시대는 절정을 맞게 된다. 19세기가 되자 본격적으로 바다를 중심으로 육지 세계를 재편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바다가 육지를 제패하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는 대형 철제 선박의 대량 생산과 육지를 잇는 증기선 항로의 보급 및 전신으로 인한 정보 전달 속도의 향상으로 가능해졌다. 영국은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통해 이러한 흐름을 형성하고 세계화를 이루며 바다 세계의 일체화가 실현되었다.


19세기에 일어난 도시화로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이민도 늘었다.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대규모의 사람들이 이주했고,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경제는 급성장한다. 20세기가 되자 유럽에서 발생한 1차 세계대전과 세계적으로 전개된 2차 세계대전으로 유라시아의 여러 제국이 멸망하고 유럽도 몰락한다. 신흥세력인 독일과 소련도 전쟁으로 황폐해지고, 19세기의 패권국가 영제국도 몰락하게 된다. 이로써 패권은 신대륙의 미국으로 옮겨간다. 전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는 미국이 패권을 강화하는 구실이 된다. 미국은 세계의 패권을 바다에서 하늘고, 유라시아에서 신대륙으로 이동시켰다. 책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전세계적인 가상전자공간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패권시대를 하늘 패권 2기로 분류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진행중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IT산업의 대혁명기를 앞두고, 중국은 국가 정책으로 막대한 자금을 IT산업에 집중하고 5G 전환을 통해 단숨에 하늘 세계에서 패권을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저자는 패권을 장악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다수에게 지지를 받고 전쟁을 막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책임을 다하는 역할과 같다고 말한다. 자국의 세력 강화만을 목표로 한다면 패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몽 발언과 일치한다. 중국이 꾸는 꿈이 중국만의 꿈이 아닌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었을 때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그 꿈을 함께 할 것이고, 비로서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즉, 패권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의미이다. 세계를 천하로 인식하는 중국식 내셔널리즘도, 미국 제일주의도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고 기여하는 점이 없다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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