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상식사전 - 이해한 만큼 보이는
아키모토 유지 지음, 나지윤 옮김 / 길벗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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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미술관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한국에서 세계적 작가의 미술전을 하는 일도 잦아졌다. 미술과 회화 감상이 보편화되고 일반적인 취미가 되었지만 서양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도 서양미술에 관심이 있고, 고흐 같은 작가를 좋아하긴 하지만 서양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잘 알지 못한다기보단 전혀 모른다고 해야할 수준에 가깝다. 아주 유명한 작가와 대표작 정도를 아는 것에 그칠 뿐 회화의 사조나 표현법, 역사적 가치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림을 볼 때에도 그저 멋있다거나 색이 화려하다, 표현이 좋다는 식의 인상비평만 하는 수준이지 정말 뭐가 어떻게 좋은지는 그림을 봐도 사실 잘 모른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좋아보인다라거나 유명한 작품이니까 라는 식의 세간의 평가에 기대어 평론가들의 말을 마치 내 의견인양 떠들며 아는 척 할 뿐이다.


서양미술은 영화나 연극 같은 다른 예술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영화도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그 역사부터 카메라 기법이나 기술적인 측면까지 복잡하겠지만 그런 것을 몰라도 비교적 쉽게 그 속에 담긴 함의나 은유를 읽어내며 즐길 수가 있지만 서양미술은 그렇지 못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이해한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분야가 서양미술이 아닐까 한다.



서양미술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미술 사조의 흐름 속에서 그려졌는가 하는 미술사와 어떤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그려졌는가 하는 세계사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즉, 그림을 잘 이해하는 수준 높은 감상자는 작품의 미술사조와 시대의 흐름을 꿰고 있어야 한다. 미술사와 시대 배경의 맥락을 알아야 그림의 변화와 그 혁신의 의미를 알 수 있고, 그래야 비로서 그 그림의 가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미술에 대해 알고 싶어서 미술사와 세계사를 공부 하려고 해도 서양미술은 그 역사가 오래되고, 광대해서 혼자 서양미술을 공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미술사와 세계사를 결합하여 르네상스 이후부터 20세기 팝아트까지 22점의 작품을 통해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보여주며 서양미술의 각 사조별로 그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을 가지고 기법이나 색채, 대상 등의 회화 요소와 관련된 미술 사조의 특징과 표현법을 알아보고, 더불어 그 작품을 제작할 당시의 정치, 경제, 사상 등 시대와 사회적 맥락을 이해함으로서 회화를 읽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순히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 하나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그 작품이 속하는 미술사조의 표현법과 사회적 시대상을 알려줌으로써 어떤 그림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선 책 첫머리에 서양미술 사조별 특징과 대표작 연표가 나오는데 서양미술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이해하고 가는 것이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흔히 무슨무슨 주의라고 말해지는 미술의 사조는 그 그림의 특징에 따라 나뉜다. 그러니 그 그림이 어떤 주의의 그림이냐를 안다면 그 사조의 표현방식과 시기에 따른 형식적인 특징 등을 자연히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배경지식은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사조가 다른 표현방식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새로운 사조가 탄생하는 이유를 아는 것도 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사조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안다면 화가가 그림에 담아내려 했던 포인트를 더 잘 짚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림 사조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그런 표현법이 탄생한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설명함으로서 사조의 특징과 테마, 기법, 세계관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킨다. 그리고 사조별로 의미있는 걸작들을 골라 그림을 보며 표현법을 디테일하게 설명한다. 그림에 담긴 작가의 특징과 작가가 새롭게 시도한 기법, 그림에 담긴 구도, 화풍 등을 짚어가며 그 당시 그림들의 특징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 당시의 시대상을 알아보며 그림과 표현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며 그림을 감상하는 눈을 한층 깊게 만들어간다.



책의 말미엔 지식과 교양을 키우는 미술 감상법에 대해 적어놓았는데 작품을 볼 때 당시 사회 배경을 대략적으로라도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혁명과 전쟁이 서양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전쟁과 혁명 같은 기존 체제를 전복시키는 사회변혁이 일어나면 예술에서도 창조와 파괴가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읽을 수 있는데 그 작품이 만들어지던 시기의 사회 분위기를 알면 예술작품에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책에 써놓은 것처럼 그 당시의 시대에 대한 역사를 미리 공부해두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서양의 윤리관과 세계관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철학도 예술에 영향을 주는 분야라서 직접적인 종교화가 아니어도 종교적 의미를 담은 작품이 많다. 그래서 서양인의 의식이 담긴 기독교 사상과 철학사상의 흐름을 파악해둔다면 한층 더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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