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결정적 리더십의 교과서, 책 읽어드립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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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 벨리가 살았던 15세기 이탈리아는 내부로는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외부로는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외세의 침략으로 마치 춘추전국과 같은 혼란한 시기였다. 작은 도시국가 피렌체 공화국의 공무원있었던 마키아 벨리는 14년간 외교관으로 복무하다가 공화정이 무너지고, 메디치 가문에 의해 공직에서 쫓겨나서 고문을 받은 후 추방을 당했다. 그후 귀향살이를 하면서도 공직의 꿈을 놓지 않았던 마키아 벨리는 관직에 오르길 기대하며 군주 메디치에게 군주론을 집필하여 상납하였다. 말하자면 자신이 이 정도의 능력이 있으니 채용해 달라는 일종의 자소서나 포트폴리오 같은 느낌으로 쓴 책인 것이다.


군주론은 이상적인 군주의 모델을 제시하는 군주를 위한 행동양식 지침서이다. 군주가 가져야할 요소와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상 군주제가 사라진 현대에 와서 군주론이 무슨 소용일까 생각도 들지만 군주론에서 말하는 통치이론은 꼭 과거 군주제에서의 군주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공화정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제나 영국 같은 입헌군주제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내용이고, 오히려 과거보다 더 많은 국가들이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지금의 국제외교관계에서는 더욱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기본적으로 군주를 위해 씌여진 책이지만 일반 국민들도 이 책을 통해 국익을 위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고 혹은 견제할지 생각해보게 해준다.


운명을 내 편으로마늘기 위해서는
인색함과 두려움과 과단성과 임기응면
그리고 더 큰 도덕을 위한 부도덕과 함께
악행도 서슴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군주론의 기본개념은 군주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악행도 저지를 수도 있고, 치사하거나 비겁한 행동을 해도 괜찮으며, 공포정치를 행할 필요도 있다는 내용이다. 국익이라는 가장 큰 목표를 위해서는 부도덕도 용인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국익이란 아마 당시의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탈리아의 상황으로 봐서는 국가의 존립에 관여된 사안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국가 공동체의 존립에 관여된 사안이나 국가 안보 및 경제 등 핵심적 이익 등에 있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국익이라는 큰 목적을 위해 행하는 일은 일반의 현실사회적 도덕의 개념으로 그것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마키아 벨리가 군주론을 쓴 것도 일개 개인을 위해서가 쓴 것이 아니라 군주를 위해 쓴 것이므로 도덕이나 가치판단의 기준도 현실사회적으로서의 개인의 윤리가 아닌 군주의 윤리로 일반의 그것과는 다르게 취급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너그럽기만 한 이상적인 군주는 현실 생활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군주는 자기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악도 행할 줄 알아야 하며, 선을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의, 자비, 동정, 신뢰 같은 것만으로는 어지러운 세상에 질서를 바로잡기가 어려우므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악덕을 저질러야 한다면 악을 행하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고, 잘못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말한다. 세상사는 흑백논리로 구분되는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악한 것처럼 보여도 실천해놓고 보면 안정과 번영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란다. 한마디로 결과가 목적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군주론의 배경에는 성악설이 깔려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악하기 때문에 악한 사회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군주도 악하고 독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동양적 가치로는 인과 덕이 있는 군주가 좋은 군주라고 말하는데 이런 동양적 사상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주장이다. 넉넉함보다는 인색함이 낫고, 인자함보다는 잔인함이 더 낫다고 한다.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을 받는 것이 못하지 않고, 이 두려움, 공포정치야 말로 효과적인 통치수단이라고 한다. 다만 두려워하는 대상은 될지언정 경멸과 미움받는 대상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것만 피한다면 신의를 저버리는 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된다고 한다.


상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지혜에 의한 방법과 힘에 의한 방법이다. 지혜의 방법은 인간의 것이고 힘의 방법은 짐승의 것이지만 지혜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힘의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며, 짐승의 방법을 취하게 된다면 여우의 책략과 사자의 용맹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교묘한 책략을 쓰기도 하고, 강하게 밀어부치기도 하면서 어찌되었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군주론을 삼국지에 대입해보면 마키아 벨리가 말하는 좋은 군주란 조조고 그렇지 못한 군주는 유비이다. 유비는 인의와 덕으로 백성을 다스렸고 백성들도 유비를 마음으로 따랐다. 반대로 조조는 난세의 간웅으로 권모술수에 능하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했으며, 극악무도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종국에는 유비의 촉나라는 조조의 위나라에 먹히고 만다.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에 따르면 아무리 덕이 있고, 성품이 좋아도 자신의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백성을 지키지 못하는 군주는 좋은 군주가 되지 못한다. 권모술수를 부리고, 간웅이란 말을 듣더라도 난세에 백성들을 지키고 전쟁에서 이기는 강한 군주인 조조가 더 좋은 군주인 셈이다.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해방 이후 정권을 잡은 대통령들은 거의 모두 이 군주론에서 내세우는 가치를 가진 군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위 마키아벨리즘을 앞세워 독재를 하거나 공포정치를 일삼은 사람들이다. 물론 일제강점기와 6.25라는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국익을 위해서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강한 리더쉽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세계패권경쟁으로 급변하는 한반도 국제정세와 국가성장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강한 리더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백보양보해서 군주론에서 말하는 그러한 군주상에 부합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된 것 또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독재자들은 군주론에서 말하는 군주들이 가져야 할 덕목을 가졌을지언정 군주들이 피해야할 덕목까지도 모두 취해버렸다.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군주론에는 군주가 가져야할 요소와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 이외에도 군주가 경계하고 해서는 안될 덕목들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들은 그것을 삼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 모두 하나같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적어도 한국의 경우만 본다면 군주론의 개념은 현실정치와는 맞지 않는 실패한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즉, 장 자크 루소의 말처럼 이 군주론이라는 것이 정말 군주들이 지향해야 할 덕목이 아니라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신의도 저버리고, 술책만 쓰는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책에는 마키아 벨리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에 대해 추가적으로 기술해놓고 있어서 군주론에 담긴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정서, 마키아 벨리가 군주론을 쓰게 된 배경과 당위성 등을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았다. 마키아 벨리가 군주론에서 제시했던 군주의 덕목은 지금의 개념에서 보면 맞지 않는 것이지만 마키아 벨리의 생애와 그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 상황을 이해한다면 왜 그런 것을 군주의 덕목이라고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 반대로 말하면 군주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당시의 시대상황과 시대정신을 알아야만 한다는 뜻도 될 것이다. 그러니 본문을 읽기 전에 우선 뒷부분의 마키아 벨리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먼저 읽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씌여진 군주론이 현대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상적인 군주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어떤 정치인을 좋은 정치인이라고 해야 할지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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