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7
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 지음, 안성찬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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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의 문화의 근원이고, 영화, 드라마, 음악, 연극, 문학, 오페라, 회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차용되어 활용되고 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오거나 그 이야기의 변주들이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건, 어떤 이야기로건 우린 이미 그리스 로마 신화를 굉장히 많이 접했고, 알게 모르게 그 이야기들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걸 모른채 문화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오리지날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릴 때 아동용 이야기책이나 만화로 읽은 것이 전부이고 그 이외에는 영화로 단편적인 에피소드나 영웅의 서사시 같은 것을 봤을 뿐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이것도 그리스 로마 신화였어?'라고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도 꽤나 많았다.


신화란 기본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로, 허구이고 판타지이다. 하지만 저자는 신화라는 것이 막연히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창작물이 아니라 그 속에 기억, 전통, 관습과 같은 문화 전반이 표현되기 때문에 소설이나 동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신화는 단순히 신화 속 인물이나 사건을 미화하고 꾸미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이나 관습이 신화적인 이야기로 치환되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가령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웅녀와 결혼을 한 것을 곰부족과의 연합으로 부족국가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읽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신화는 비유적인 이야기로 되어있다. 낮과 밤이 바뀌고, 천둥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고, 태양이 움직이는 것들을 신들의 행동, 신들의 업무 같은 것으로 설명한다. 태양신이 마차를 몰아 달려가는 것이 태양의 일주를 뜻하는 식이다. 그리고 인간의 탄생과 죽음 등도 신화적 비유로 그려낸다. 저자에 따르면 그리스 철학에 근원을 둔 개념적이고 과학적인 세계상은 신화적 세계산에서 유래했고, 법이나 원인과 같은 보편적 개념을 사용하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이런 식의 비유적인 이야기를 통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비유적 개념이 그 지역 사회 내에서는 내용을 정확하게 서술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인디언들이 신화적이고 우화적인 자신들만의 표현으로 자신들의 역사나 문화를 후손에게 전파하듯이 신화 같은 비유적인 이야기는 자신들의 부족사회 내에서는 보편통용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신화 속에는 기억, 전통, 관습과 같은 문화가 들어가 있고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책에는 총 50가지의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인물, 에피소드, 주제별로 나누어 관련 신화나 신화 속 인물에 대해 설명하고, 그 신화가 차용된 회화, 조각, 미술품, 영화, 문학, 음악 등의 다양한 참고사진을 통해 단순한 텍스트에서 벗어나서 시각적으로 풍성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더 알아보기' 코너에서는 신화 원전의 내용과 함께 문학, 연극, 조형예술 등 해당 신화가 문화적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신화가 문화에 끼친 영향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정리해보기'코너는 해당 신화의 의미를 한줄 요약으로 설명해준다. 시각 자료가 많아서 신화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많은 문화 컨텐츠에 모티브를 준 신화이다. 프랑켄슈타인이 이 프로메테우스의 변주이고, 프로메테우스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연의 질서를 거부하고 신에게 도전한 개혁가이자 선동가이다. 그리고 그는 인간을 창조했다. '데우칼리온'이라는 아들을 창조, 혹은 낳았고,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는 신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판도라는 판도라의 상자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예전에 책을 읽었던 기억으로는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주었고, 그 벌로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았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인간을 만든 것도 프로메테우스고, 판도라의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알고 있던 내용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고 심각한 의미가 숨어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이야기의 교훈은 '인간은 주어진 세계의 질서를 과연 어디까지 바꾸어도 되는가?'라고 한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인간의 욕심이 인간을 파멸시킨다는 교휸이 담긴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신화 중 하나이다. 흔히 우리는 이카루스의 이름만을 기억하는데 이 신화에는 이카루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이달로스는 아테네 최고의 조각가, 건축가이자 발명가로 미노스왕에게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의 궁전 라비린토스를 만들고, 미노스의 왕비와 포세이돈이 보내온 황소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반은 인간이고 반은 황소인 미노타우로스를 안에 가두게 된다. 이카루스와 미노타우로스가 하나의 카테고리에 있다는 것은 이번에 안 사실이다. 그리고 개미에 실을 묶어 꼬불꼬불한 달팽이집을 돌아나오게 하여 실을 꿰었다는 이야기도 이카루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에피소드이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을 이야기한 이카루스의 날개에는 이렇게 더 많은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는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통해 많이 접했지만 단편적인 이야기로 소비를 하다보니 각각의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제각각으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책을 통해 주제, 인물 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큰그림 속에서 신화를 접해보니 몰랐던 내용도 알게 되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각각의 이야기 사이의 상관관계도 알게 되어 전체적인 내용의 맥이 잡히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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