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마디가 삶의 철학이 된다 - 세계사에 담긴 스토리텔링
한수운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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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에는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의 외침이 있었다. 그들의 한마디에는 그 역사적 사건이 압축되어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그 결정적 한마디는 역사의 벽에 가로막힌 외마디 절규일 수도 있고, 험난한 벽을 넘어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어낸 환의의 함성일 수도 있다. 해당 사건이 가진 무게나 역사적 의미, 그 인물이 처한 상황 등 많은 정보가 그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고, 시대정신과 그 말을 하기까지의 당위와 사건의 경위, 시대의 요구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혹은 그 말로 인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시작되는 경우 또한 있다. 우리가 역사를 읽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런 결정적 한마디로 세계사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읽어낸다면 기존의 승리자에 의한 역사가 아니라 그 이면의 진실까지도 톺아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 결정적 한마디 속에 담겨 있는 많은 정보들로 역사를 다르게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세계사의 중심에서 그 말의 의미와 무게를 이해한다면 그 한마디에 담겨 있는 삶의 철학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는 57가지의 역사적 순간에서의 역사적 인물의 결정정 한마디가 소개되고 있다. 고대사부터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에 이르기 까지 전역사를 아우르며 각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 소명의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동,서양의 여러 철학가, 종교인, 경제학자, 문학예술인, 발명가,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다루며 시대에 따른 다양한 지도자와 엘리트 들의 표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는 결국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사적 사건의 중심이 되는 사람에 대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사람이 이루어낸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만들어낸 서사를 통해 역사의 변화를 살펴보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와 본성을 배워볼 수 있을 것이다.


떠날 때가 되었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가자
나는 죽기 위해, 당신들은 살기 위해
어느 편이 더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다. 사형 하루 전날 절친 크리톤과 동료들이 감옥으로 와서 소크라테스에게 탈옥하여 아테네를 뜰 것을 권하였지만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법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면서 아테네를 떠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그 제안을 거절하였다. 우리에겐 '악법도 법이다'란 말로 더 잘 알려진 말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짧은 구호가 보다 극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잠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독약을 마시고 말을 많이 하면 열이 올라서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사발로는 죽지 않아서 두 번 세 번 약을 마셔야 했기 때문에 사형집행인은 소크라테스에게 말 좀 그만하라고 했지만 소크라테스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마셔주면 될 것 아니냐며 화를 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계속 말을 했다고 한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고 했던가.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이란 육체를 떠나 영혼 그 자체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생각되었으므로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말을 하고는 독배를 마셨다. 그리고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고새를 못참고 다시 절친 클리톤에게 지인에게 닭 한마리 빚진 것 좀 갚아달라는 말을 건내고는 진짜 죽었다. 수다스럽긴 했지만 소크라테스가 죽음으로 보인 것은 준법정신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내로남불인데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입장과 견해가 달라지고, 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자신의 죽음으로 역설한 임팩트 있는 한마디, 임팩트 있는 퇴장이었다.


어머니가 소년을 남자로 만드는 데 20년이 걸리지만,
여자가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 데는 20분도 안 걸린다


이 격언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격언인데 아리스토텔레스를 가르키는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알렉산더 대왕이 애첩 필리스에게 빠져 용무를 게을리하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에게 여자를 멀리하라는 충고를 하였고, 알렉산더는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따라 필리스를 멀리하였고, 졸지에 독수공방 신세가 된 필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앙심을 품고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복수하려고 그를 꼬셨다. 평소 여자를 멀리하라고 가르친 늙은 철학자는 젊고 쌩쌩한 여자가 들이대자 눈이 뒤집혀 순식간에 홀랑 넘어가고 만다. 심지어 체면을 내던지고 말처럼 필리스를 태우고 네 발로 땅을 기었다고 한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필리스는 미리 손을 써서 그 광경을 알렉산더가 엿보도록 해놓았고, 작전대로 필리스를 태우고 땅을 기는 스승을 본 알렉산더는 놀란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욕보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알렉산더는 무려 위대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저럴지니 여자는 진짜 조심해야 할 존재구나 하고 생각하며 역시 자기의 스승의 말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욱 필리스를 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여자를 밝힌다는데 이 에피소드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몇 살 때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도 다 빠진 노인이 젊은 여자가 유혹한다고 정신못차리고 거기 넘어가는 것도 우습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마케도니아의 최고존엄, 절대권력인 알렉산더 대왕의 애첩이랑 정분이 난다는 것은 여간 간이 크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라는 나름 고위직이었는데 필리스를 건드렸다는 것은 지금으로 따지면 직장내 권력형 성범죄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남자는 무조건 여자조심이란 큰 교훈을 주는 사건이다.


진리는 복잡하거나 섞여 있는 것들에서가 아니라
단순함에서 발견됐다


우리는 흔히 역사의 천재라고 하면 아인슈타인을 꼽지만 사실 뉴턴이 끝판왕이라고 한다. 우린 뉴턴이라고 하면 사과와 만유인력만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온갖 물리학 법칙과 수학 공식을 뉴턴이 다 만들어버려서 이후의 과학자와 수학자들은 한동안 연구할거리가 없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과학혁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런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후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겸손함을 상징하는 말처럼 쓰이고 있는데 책에 의하면 뉴턴은 상당히 괴팍했다고 한다. 어릴적 가정사로 성격이 모나고, 한마디로 지랄같았던 모양이다. 그런 양반이 자신의 큰 업적을 겸손하게 이전의 과학자 덕으로 돌린다는 게 잘 맞지 않는다. 아마 자신은 그런 거인 선배 과학자를 누르는 위치에 있다는 뜻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뉴튼은 진리는 복잡하거나 섞여 있는 것들에서가 아니라 단순함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오컴의 면도날 이론. 가장 단순한 설명이 가장 좋은 설명이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것이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꽤 많이 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거짓과 왜곡된 사실이 진실처럼 널리 퍼진다. 진리는 복잡하지 않다. 거짓은 그것을 꾸미기 위해 많은 수사가 더해진다. 하지만 진실은 대체적으로 심플하고, 명료하다. 복잡하지도, 섞여있지도 않다. 때론 단순함이 가장 순수한 진리인 경우가 많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니체의 이 말은 너무나 멋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문구이기도 한데 요즘처럼 진영논리에 빠져 싸우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상대가 괴물이라고 말하며 상대를 헐뜯고, 폄하하고, 비난하는데 정작 자신이 괴물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내로남불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 원숭이들을 보라. 이들은 권력을 원하며, 무엇보다도 권력의 지렛대인 돈을 원한다. 이들 모두는 높은 권자를 원한다. 그러나 권좌 위에는 똥이 있는데'라고 말했다. 누구나가 권력과 돈을 원하고 그것을 가지려고 한다.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권력을 쥔자를 비판하고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한다. 권력자를 권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권력자를 괴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권력자의 자리에 올라가면 새로운 괴물이 된다. 광복이후 한국에서 두 번의 쿠테타가 있었는데 쿠테타를 일으킨 나름대로의 명분은 있었겠으나 실상은 권력을 노린 것이었고, 그들은 권력의 자리에 올라가 똥이 되었고, 종국에는 묵은 똥이 되기 위해 장기집권을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자리가 그 사람의 본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괴물이 권좌 위의 똥의 자리에 올라가 똥이 된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라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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