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 영어원서 나도 이제 영어로 읽는다 : 어린 왕자 단계별 영어 원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 도서출판 동행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영어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해외여행에 가서 대화가 통하는 수준이라거나 자막 없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나름의 목표를 가진다. 그 중 한 가지가 원어로 책을 읽는 것이다. 대화를 하는 것은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있으면 넘어가고 알고 있는 다른 단어,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여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말할 수도 있고, 영화도 말하는 게 들리지 않아도 장면의 상황을 보면 대충 어떤 말이 오가는지 짐작이 된다. 하지만 책은 그런 치트를 쓸 수가 없다. 정확히 그 단어, 그 표현을 모르면 그 문장을 읽어내지 못하고, 그러면 어떤 내용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영어로 읽기는 꽤 높은 수준의 영어실력을 요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좀 한다하는 사람도 영어로 된 원서를 읽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웬만한 원서는 도전하기도 벅차다. 원서를 읽다가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막혀버리기 때문에 사전을 찾게 되고, 계속 사전만 찾느라고 영 진도가 나가지 않게 되고, 그러다보면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고 책을 덮어버리게 된다. 단어 뿐만 아니라 문장 구조에 익숙치 않으면 아는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라고 해도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운 경우조차 있다. 그렇다고 완전 유아용 서적이나, 아이들용 책은 반대로 너무 쉽거나, 유치해서 너무 낮은 수준의 단어와 표현들을 보는 것은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영어읽기에 적당한 원서를 찾는 것부터 쉽지가 않다.


5단계로 나누어서 단계별로 읽을 수 있게 한다는데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는 어떤 식으로 사전 없이 원서를 읽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린왕자의 내용을 난이도별로 구별하여 쉬운 문장을 1단계에서 소개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은 5단계에서 소개하려는 것인가? 그렇다 하여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이 필요할텐데? 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책은 이렇다. 어린 왕자의 내용을 단계별로 나누어서 각 단계에 맞는 쉬운 문장과 표현에서부터 원문까지 난이도에 맞게 조절하여 재구성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쉬운 문장으로 원문의 내용을 쉽게 표현하여 쓰고, 단계가 높아질수록 점점 원어에 가까운 원래의 어려운 표현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말하자면 1, 2단계는 원문을 프리뷰하는 식으로 설명을 하거나 혹은 쉬운 표현으로 줄거리를 요약해놓듯이 스포일러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원어의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쉬운 문장으로 요약하여 간추려서 말을 하고, 단계별로 점점 살을 붙혀나가는 것이다.


1단계에서는 어린왕자의 내용을 초등학교 수준의 어휘만 알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재구성했고, 시제도 현재시제만 써서 문장 구조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았다. 2단계는 1단계의 문장에서 사용된 동사의 시제가 단순 시제로 바뀌었다. 1단계에서 현재시제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문장을 추가하여 적어놓는다. 1, 2단계는 원문의 문장과는 별개의 요약설명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레벨3은 원문 핵심을 서술하는 문장을 추가하고, 중등 어휘 수준의 문장으로 구성되고, 레벨4에서는 원문의 어려운 문장 구조를 쉽게 이해하도록 변형하고, 마지막 5단계에서는 원어를 소개한다.


앞서 대화를 할 때 표현하기 어려운 말은 쉬운 말로 대체하여 말하면 된다고 했는데 원서를 읽을 때도 원어를 쉬운 말로 대체하여 부담없이 읽으면서 기본적인 줄거리와 큰 틀을 잡아놓고 조금씩 어려운 표현으로 다시 살을 붙혀나가면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앞선 레벨에서 읽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어떤 의미인지 뜻과 늬앙스를 유추할 수 있어서 사전 없이도 원어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영어 실력이 너무 낮은 사람은 불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도 원어로 책을 읽는 것이 힘든 사람에겐 이런 방식이 유효하다. 처음부터 5단계의 원어를 읽으려면 힘들지만 레벨1부터 낮은 수준의 어휘와 표현으로 시작하여 레벨을 높혀가며 단계별 독해 연습을 따라하다보면 마법처럼 힘들이지 않게 원어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영어 읽기를 할 때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원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책으로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원서로 넘어가야 하는데 레벨에 꼭 맞게 단계별로 책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레벨1의 원서를 읽을 수 있게 되고나서, 레벨2 수준의 책을 구해서 읽는다 하더라도 처음 읽었던 책과 연관이 없는 새로운 책이라면 체감상으론 레벨2를 넘어서는 어려운 책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같은 책을 단계별로 내용을 달리하여 표현해놓으니 이전 단계의 어휘와 표현들을 베이스로 계단을 오르는 듯이 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독해법으로 이 책을 통한다면 자연스럽게 원어를 읽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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