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로나시대, 식품 미신과 과학의 투쟁 - 2021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에런 캐럴 지음, 김홍표 옮김 / 지식공작소 / 2020년 5월
평점 :

요즘의 음식문화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먹거리로서의 역할을 넘어서 몸을 건강하게 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면역력을 높이는 등의 식품의학 차원으로까지 진화하였다. 약이 아니라 매일 먹는 음식으로 몸을 다스리고, 건강을 유지하자는 취지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는다는 행위를 멈출 수는 없는데, 매일 먹는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인 셈이다. 과거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한끼 먹기도 힘들었다는데 오히려 최근엔 먹거리가 너무 풍성해지고 많이 먹다보니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과잉의 부작용이다. 이렇다보니 최근엔 무엇을 얼마나 먹을 것인가 하는 것이 화두가 되었고, 평소의 식습관이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은 먹는 것에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되었다.
건강하게 먹고, 몸에 나쁜 음식은 멀리한다는 기본적인 취지는 나쁘지 않으나 문제는 식품에 대한 온갖 잘못된 정보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 단순히 직관적으로 어떤 것은 좋을 것이다, 어떤 것은 나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출처도 모르는 식품의 효능이나 건강적인 기능이 정설처럼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판매자가 일부러 왜곡된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식품을 과학이 아닌 미신으로 먹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바로 몇달전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하자 생강이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카톡을 통해 떠돌며 생강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급속도로 퍼졌다. 카자흐스탄에서도 같은 이유로 생강소비가 급속도로 늘었다고 한다. 또 한 교회에선 소금물로 코로나를 막는다며 스프레이로 신도들의 입에 소금물을 뿌리기도 했고, 식품은 아니지만 과산화수소가 만병통치약이는 소문이 번져서 코로나 예방을 위해 과산화수소를 복용하는 사람도 있었고, 트럼프는 무려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자는 말까지 했었다. 이렇게 근거도 없고, 출처도 모르는 잘못된 건강 상식을 사람들은 미신처럼 믿고 따른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이 소문에 의해서나, 자신의 상식에 의존해서 혹은 습관적으로 식품을 고르고 섭취하는 일이 상당히 많다. 식품에 대한 미신으로 식품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근거없이 좋다고 하거나, 반대로 근거도 없이 나쁘다고 믿는 경우인데 이런 케이스도 너무 많다. 책에서는 고기, 버터, 글루텐, GMO, 알코올, 커피, MSG, 비유기농 식품 등 나쁜 음식이라는 주홍글씨가 붙은 11가지 식품을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진실을 파헤친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가이드도 제시한다.
나쁘다는 편견에 잡혀있던 11가지 식품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사실 그것들은 나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과학적 근거가 없이 직관적인 자신의 상식이나, 뜬소문, 습관적인 행동으로 그것들이 나쁘다고 피해온 것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전처럼 상식, 뜬소문, 습관으로 식품을 판단하고 먹기를 거부하거나, 먹으면 안된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상식과 소문, 습관에 의존하지 말고, 미신이 아니라 과학의 식탁을 꾸려야 한다.
저자는 심지어 의사의 말도 완벽하게 믿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의사들은 반드시 진실이라고 화긴하는의학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조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책에는 이런 사례들도 소개하고 있다. 또, 식품에 대한 과학연구조차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식품과 그 효과의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해하거나, 잘못된 실험방식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릴 때도 있고, 식단연구 등에서는 기억편향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 아픈 사람들이 특정 식품을 많이 먹었다고 진술하면 그 식품이 나쁘다고 말해지는 식이다.
때론 대중매체가 연구 결과를 과장해서 보도하고 과학을 모르는 대중은 그 기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과거 먹거리X파일이라는 방송에서 대만카스테라 반죽에 식용유가 들어갔다며 나쁜 식품으로 낙인 찍자 전국의 대만카스테라 가게는 망해버렸고, MSG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착한 식당으로, MSG를 사용하는 식당을 나쁜 식당이라고 규정하며 MSG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몰아가기도 했다. 더 과거에는 공업용 우지 라면 파동도 있었다. 대중매체가 자극적으로 보도한 것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이 고정화되버려서 식품에 편견을 가지게 하는 경우 또한 많이 있다. 책에서는 과학과 의학적으로 결론이 난 내용조차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첨부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하고 있다.
저자는 식품의 본성상 건강을 해치는 식품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식품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거나, 전혀 먹지 않을 때 건강에 해로울 수가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얼마나 먹어야 많이 먹는 것인지, 얼마만큼 먹지 않으면 부족한 것인지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섭취하는 양의 문제이지 그것을 먹는 그 자체에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감염병 시대에 자신을 지키는 최고의 무기는 과학이고, 편견없는 식품을 올바른 식습관으로 섭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