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뒤에 숨은 심리학 - 카오스부터 행동경제학까지, 고품격 심리학!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 관련 팟캐스트 방송을 듣다가 경제를 행동심리학 중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하는 것을 듣고 행동심리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은 교양시간에 배우기도 했지만 그저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는 학문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습니다. 심리학은 그 말처럼 심리를 다룬다는 선입견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행동심리학이란 용어는 약간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행동은 심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행동은 심리의 발현이라는 것이니 행동심리학이란 학문도 자연스러운 것인데 왜 이질적으로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봐야하듯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심리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행동심리학은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일상의 보편적인 심리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굉장히 실용적이고 사람의 심리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고품격의 학문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들었던 궁금증은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각자의 가치관과 생각이 다 다른 각양각색의 심리를 가진 사람들로 모여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전부 다른 사람의 심리를 하나의 이론으로 '사람은 이렇다'라고 명제화시킬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이런 성향이 있다던가, 이런 경우엔 이렇게 반응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모든 사람의 성향을 획일화 시킬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높은 비율로 그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당장 나부터도 반골기질이 있고, 남들과 똑같아지는 획일화, 보편화, 일반화 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책에 나오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경향성을 가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개성을 추구하고, 개인화된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도 인간이라는 동물적 큰 틀 안에서 높은 비율과 광범위한 범위에서 결국 비슷한 유전적 동질성이나 비슷한 경향성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이란 학문이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책에서는 다양한 심리현상을 다루는 심리학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하나의 주제에 관해 몇 가지 실험이나 예시로 그 이론과 심리를 파헤칩니다. 특히 경제와 관련된 행동경제학, 결정 장애,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개념적 소비 등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던 자신의 잠재의식이 얼마나 가치를 판매하려는 사람에게 휘둘리는지, 피동적으로 소비되고 있는지 알게 해줍니다. 역으로 이런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다면 영업이나 장사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또 통계의 함정, 인간의 판단, 확증 편향과 기억, 마인드 버그와 편견, 관점의 차이, 편 가르기 같은 이슈들에서는 온라인 상에서 넘쳐나는 정보들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혹은 우리는 얼마나 공정하고 올바른 입장에서 정보들을 취사선택하고, 얼마나 바르고 제대로 된 가치판단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가령 통계의 함정 편에서 예시로 등장한 이혼률 통계의 모순은 그것을 다루는 우리 언론들이 얼마나 정보를 자기 입맛에 맞게 조작하고, 퍼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런 의심없이 그대로 믿어버리는지 세삼 느끼게 합니다. 책에서는 그것을 숫자 장난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런 식의 숫자 장난, 조작질이 현재의 언론지형에선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장난에 속고 있음에도 그리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확증 편향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오류인데 무의식적인 선택 편향인 확증 편향을 프레임 효과라고도 부릅니다. 저자는 이 확증 편향이 인간이 변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자기중심적이며 얼마나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합니다. 확증 편향은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에 숨어서 우리를 지배합니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삶의 가치관이나 종교, 정치적 판단과 선택에 까지 깊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확증 편항의 성향을 가지는 것을 이용해서 특정 언론이나 특정 정치세력들은 노골적으로 프레임 효과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책에도 이런 정치적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런식의 프레임 효과는 색깔론이나 지역감정, 이념갈등 등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쟁과 편가르기만을 유발하여 정말로 꼭 필요한 생산적인 토론은 사라지게 됩니다. 덕분에 온라인 상에선 온갖 진흙탕 개싸움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증오와 불신을 부추기는 확증 편향의 프레임 짜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좀 더 현명하고, 객관적인 판단과 선택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이슈는 프로이트와 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프로이트는 성과 정신분석을 연결지어서 연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인간의 행동이란 생물학정 충동과 본능을 만족시키려고 하는 욕망에 의해 야기되고, 그런 행동을 일으키는 에너지를 리비도라고 했습니다. 프로이트 심리학의 키워드는 성에너지인 리비도였습니다. 성적 충동과 욕망이 인간을 이해하는 첫 번째란 것입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의 의식은 '이드, 에고, 슈퍼에고'라는 3단계의 층으로 구성되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드는 리비도의 원천이고 이 단계에서는 원시적이고 육체적인 욕구만이 존재합니다. 아이들이 떼를 쓰고 요구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에고는 겉으로 드러나고 현실 속에서 반응을 보이는 나의 자아를 뜻합니다. 일종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드를 억누르고 사회 속에서 살기 위해 현실적으로 반응하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고도 에고가 형성되지 못하면 자기중심적이 되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와 같은 사람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초자아인 슈퍼에고는 자아보다 상위에 있는 개념으로 부모, 도덕, 교육, 사회를 통해 깨달은 이상과 가치를 의미합니다. 이드나 에고를 억제하는 존재가 슈퍼에고입니다. 이드가 강하면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고, 슈퍼에고가 강하면 자기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슈퍼에고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지나치게 억제하려 들기 때문에 금욕주의자, 성직자, 철인에서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싸이코의 무대가 되는 베이츠 모텔은 지하실이 있는 2층 건물인데 이것이 이드와 에고, 슈퍼에고를 의미한다는 설명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땐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책을 통해 이드, 에고, 슈퍼에고에 대해 이해하고 나니 영화 속에서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어졌는지 알 것 같습니다.


책은 굉장히 쉽고 재미있습니다. 이론적인 심리학 개론이 아니라 우리의 흔한 일상에 접점이 있는 실용적인 심리학을 다루고 있어서 무심코 흘려넘겼던 많은 행동들에서 인간의 심층심리를 엿볼 수 있고, 우리가 행하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깊은 심리적인 이유가 들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행동의 근원을 이해하고, 인간의 행동과 거기 숨은 속뜻을 파악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실용적이고 생각할 것도 많고, 상식도 높혀주는 실용심리학 추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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