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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인원 - 끝없는 진화를 향한 인간의 욕심, 그 종착지는 소멸이다
니컬러스 머니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평점 :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세계적 규모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공장은 멈추고, 도로에서 차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사람들은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도시는 물론 휴양지 까지 사람의 발길이 닿았던 모든 곳에서 사람의 흔적이 지워졌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자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로 돌아오거나 대기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야생 동물들은 사람이 사라진 도시의 거리를 활보하고, 맑아진 강물엔 고기들이 돌아왔으며, 환경오염과 인간들의 간섭으로 인해 서식지를 떠났던 동물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케이스도 보고되었다고 한다. 또 교통량과 공장 가동 감소되면서 대기환경도 크게 개선되었다. 지구 대기의 오염물질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올 봄에는 매년 우리를 괴롭히던 미세먼지 대신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인류에겐 코로나가 살인 바이러스지만 지구에겐 인류가 기생충이었던 셈이다.
인류는 우리가 만든 과학 기술과 문명의 발전으로 쾌적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해 왔지만 그로 인해 지구적 차원에서는 환경 오염과 생물의 멸종을 초래하고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며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우월하다고 말하는 인류가 바로 자신이 만든 그 과학기술로 인해 인간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의 터전인 지구의 생태계와 문명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이기심과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진화를 해 왔고 그 결과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진화라는 프로세스는 세대가 거듭될수록 환경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는 뜻인데 인간만 그 자연의 섭리를 역행하여, 환경에 적응하기보단 환경을 정복하려는 쪽으로 진화를 해온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이런 사고방식에서 자아도취와 자기파괴의 나르시시즘이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 신의 형상을 한 피조물이고, 특별한 존재이며,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 우월하고, 뛰어나고, 영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유전자는 미개한 선충의 유전자 수와 크게 다르지 않고, 유전학적으로도 버섯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리 뛰어날 것이 없는 평범한 존재이다. 이런 인간이 이기심에 지구와 다른 지구상의 생명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유전적으로도 별반 뛰어나지 않고,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현명한 존재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책의 제목은 인간이 그런 별것 아닌 존재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유인원이란 표현을 쓴 것이다. 저자는 이기심에 자신만을 생각하며 파괴행위를 멈추지 않는 인간은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로 불릴 자격이 없다고 한다. 대신 자기 중심적인 인간이란 뜻의 '호모 나르키소스'로 불리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말처럼 인간의 자기파괴적인 모습은 벌써 몇 십년 전부터 문제가 되어왔었다. 7~80년대에서부터 영화나 에니메이션의 주제로 환경파괴나 과학기술로 멸망한 지구와 같은 이야기가 있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자기파괴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의 기술개발은 오래전부터 우려하던 문제이고, 멈추지않고 점점 가속화되어 왔던 것이다. 그동안 많은 학자와 환경 단체들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무시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만큼 우리의 멸망의 시계는 계속 흐르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남은 시간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계속 기후변화가 생기고, 생태계에 이상이 발견되고 있지만 인류는 개발을 멈추지 않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계속 급속도로 줄여나가고 있다.
얼마전 바다 거북이의 코에 박혀있던 빨때를 빼내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영상으로 충격을 받았고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이제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우리별 지구와 그 안의 무수히 많은 생명들, 그리고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어야만 한다. 이제는 이기심이 아니라 공존을 생각해야할 때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우리에겐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우리 이기적인 유인원이 지구를 망쳐버리기 전에 이기심을 버리고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고 공생하여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