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고양이는 과도한 스킨쉽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쓰다듬거나 브러쉬질을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껴안거나 이리저리 만지는 것은 고양이를 짜증나게 해서 물거나 할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에게 항상 거리감을 유지라하는 조언을 많이 한다. 사랑하지만 일정한 선을 넘으면 싫어하는 고양이. 하지만 그 선을 지키면 고양이와의 관계는 문제가 없다. 고양이를 짜증나지 않게 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는 심리적 거리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그런 고양이의 행동과 표현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 사랑하는 법, 원하는 것을 얻는 법, 혼자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갖는 법 등 인간관계의 기술과 인생의 교훈을 배우자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브룩시를 보며 고양이의 행동과 표현에서 인간의 그것을 오버랩시켜 바라본다. 고양이들은 영특한 동시에 바보같이 유치했으며, 애정에 굶주려 있는 동시에 거리를 유지했으며, 평범함과 특별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고양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홀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고양이에서 교훈을 받아서 우리도 고양이에 빙의하여 고양이처럼 우아하고 품위있는 자세로 행복에 젖어보자고 권유한다.


고양이는 세상 모두가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가 선택한 사람이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헬렌 톰슨-


고양이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누리고 즐길 줄 안다. 저자는 인생의 미로를 헤맬 때 고양이를 찾으라고 말한다. 지극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고양이의 삶을 보며 그동안 가면을 쓰고 아닌 척, 괜찮은 척하던 모습 뒤에 숨겨진 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보고,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말하는 고양이처럼 꾸미려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넌 너고, 난 나라는 마음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상대에게 사랑받기 위해 꾸민다면 사랑받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이다.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게 꾸미려 들지 말고,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사랑하자는 것이다.


유난히 신경 쓸 일이 많았던 날엔 날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고, 낮잠은 게으른게 아니라 여유니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 난 전사도 영웅도 아니니 눈치 볼 것도 없고, 눈치보는 에너지를 아끼라고 한다. 또 상대가 원한다고 그걸 다 들어줄 필요도 없다고 말해준다. 상대가 원한다고 모두 거기 응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나를 받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냥 무시하라고 말해준다. 그것은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사람은 생각보다 별 거 아니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3미터 정도는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이건 내 경험에서 나온 거야. 믿어도 돼


그리고 혼자서도 당당하게, 함께여도 일정한 거리를 둘 줄 아는 지혜를 배워서 자신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자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조언을 건내며 적당한 거리는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우치게 한다. 함부로 타인의 삶과 감정에 불쑥불쑥 끼어들어 휘젓는 일을 삼가고, 나 또한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적당한 고양이적 거리두기를 강조한다. 친구를 많이 사귀는 건 얼마나 피곤한 일인데 내가 꼭 그래야 하냐며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차라리 혼자가 되겠다고 뭐 어때!라고 말한다. 혼자인 걸 겁내지 말고 외로워하지도 말라고 하며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이 피곤하다면 차라리 내가 편하게 혼자가 되는게 낫다고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를 사귀고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면 혼자가 되는 걸 선택하자고 한다. 관계의 중심은 친구가 아니라 바로 나이니까. '우리'에 '내'가 없다면 그 관계는 옳지 않은 것이다.


모든 고양이들은 자기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좋아한다

-피터 그레이-


고양이가 말해주는 메세지를 통해 복잡한 세상을 바라보면 그 속에서 편안함과 고요함, 즐거움과, 슬기로운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고양이는 사랑, 우정, 일, 인간관계 등 우리의 버거운 어른살이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준다. 길지 않은 짧은 글 속에서 때론 통쾌하고 때론 따뜻하고 때론 도도한 기분 좋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고양이의 메세지는 내 삶을 바꾸는 한마디가 된다. 고양이의 메세지의 바탕에는 자기애가 들어있다. 이타적이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보다 우선 나를 사랑하고, 나의 기분, 나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자기를 먼저 돌아보고, 자신을 먼저 생각하자고 한다. 우리는 항상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언제나 상대를 우선순위에 놓다보니 정작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나'의 행복은 뒤로 미뤄지고, 자신에게 소홀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고양이는 나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해봤냐고 물어본다. 그런 적이 없다면 어서 당장 고백하라고 재촉한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하는 법이라고, 그래야만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거라고 알려준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의 예쁜 고양이 삽화와 고양이가 건내는 메세지가 잘 어우러져서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예쁜 고양이 삽화를 보는 재미도 있고, 알록달록한 글을 읽는 것도 즐겁다. 메세지가 짧은 것은 마치 츤데레의 고양이가 시크하게 한마디씩 말을 거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고양이는 다정하게 구구절절 말을 하지도 않고, 말을 꼬거나 돌려말하지도 않을 것 같다. 시크하고 도도한 고양이의 이미지에 잘 맞게 필요한 내용을 핵심만 말한다.


책엔 따로 목차도 소제목도 없다. 비슷한 내용으로 묶여있지도 않고, 챕터도 없다. 그래서 꼭 책을 차례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손에 잡히는대로 아무 곳이나 펼쳐서 그 부분부터 읽으면 된다. 그것도 고양이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인생의 조언 중 하나이다. 고정관념은 쓸데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니 과감하게 깨부수라고 말한다. 물론 거기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 고리타분한 시선, 편견, 편협한 사고에 갇혀있다면 당장 그것을 찢어버리자고 한다. 그러니 꼭 1페이지부터 차례대로 책을 읽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마음대로 책을 읽어보자. 위로가 간절한 날, 삶의 지혜가 필요한 날, 인생 친구와 대화하듯 책을 읽다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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