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두 얼굴의 룸메이트 - 치즈에서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아이러니한 미생물의 세계
마르쿠스 에거트.프랑크 타데우스 지음, 이덕임 옮김 / 책밥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균과 박테리아, 미생물은 지구상의 첫 번째 생명체였다. 이들은 43억 년 동안 진화하면서 지구 구석구석까지 번성하였다. 인류가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세균은 지구상에 있었고 세균의 행성에 인류가 끼어든 것이리라. 우리가 이 지구별에 살 수 있었던 것도 단세포 생물들의 덕분이다. 우리는 세균과 박테리아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깊은 심해 속의 미생물이나 시베리아 툰드라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일상생활 속의 주변에 있는 미생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세탁기, 청소용 수세미 속에 서식하는 세균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최근의 코로나 사태로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실 대학교 때 미생물을 전공해서 배우긴 했지만 전공과는 친하지 않아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전공자도 이런 식이니 배우지 않은 사람은 세균, 바이러스, 박테리아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고, 뭐가 다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말하는 미생물에는 세균,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기생충 등이 포함되며, 지구상에는 약 1조 종의 미생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우리에게 해롭지 않으며 일부는 유익하고, 심지어 도움도 된다. 세균은 박테리아와 동일한 개념이며 미생물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콜레라균, 대장균, 살모넬라균, 포도상구균 등 여름철에 자주 들어봤을 균들이 여기 해당된다. 반면 바이러스는 아주 미세한 크기의 감염성 입자이다. 세균은 독립된 하나의 세포로 생명의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바이러스는 DNA나 RNA로 구성된 중심부를 단백질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세균과는 달리 스스로 분열 또는 숙주 없이 단독으로 생명 유지를 하지 못한다. 슬슬 오래전에 이런 내용들을 배웠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세균들 중에서 위험하거나 유해한 탑10을 소개하고 있는데 살모넬라, 노로바이러스, 캄필로박터, 로타바이러스, 대장균, 독감 바이러스, 포도상구균, 곰팡이, 요충, 리스테리아균, 옴 등 이상 10종의 미생물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번쯤 들어봤거나 처음 들어본 미생물에 대해서도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저자는 미생물이 없는 인류의 삶은 매우 암담할 것이라고 말한다. 치즈나 사랄미, 와인, 맥주와 같은 식재료를 생산하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미생물에서 인슈린과 구연산, 에탄올과 같은 중요한 화학물질이나 필수 물질을 얻기도 한다. 뱃속에 미생물이 없다면 소는 풀을 소화할 수 없을 것이고, 인간들도 미생물의 도움이 없다면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기는 커녕 방귀조차 뀌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또 식물들은 공기에서 질소를 뿌리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생물을 이용한다. 미생물을 이용해 수정을 하기도 한다. 하수처리장에서 미생물은 하수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먹어치우고, 바이오가스 시설에서는 폐기물을 통해 에너지가 되는 메탄가스를 생산하기도 한다. 미생물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있는 곳에까지 인간은 물론, 지구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은 우리 집과 주변에 없는 곳이 없고, 우리 몸에도 미생물은 수없이 살고 있다. 인류의 룸메이트인 미생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세균과 박테리아라고 하면 혐오감부터 느낀다. 그리고 끔찍하고 무서운 존재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우리 몸에는 최대 1만 5000가지나 되는 다른 종류의 미생물이 편승하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도 수천종의 박테리아가 검출된다고 한다. 혐오하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문과 TV에 가장 다양한 미생물이 발견되었는데 가장 먼지가 잘 쌓이면서도 청소를 잘 하지 않는 장소이기 때문이란다. 실내 미생물은 주로 사람과 반려동물에 의해 길러지는데 그 외에 공기와 집먼지, 먹는 물, 집에 들여운 음식도 미생물에 영양을 공급한다. 우리가 미생물을 키우고 먹여살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중 가장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수세미이다. 수세미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의 밀도는 사람의 대변과 맞먹는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똥으로 그릇을 닦고, 접시를 씻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우린 이런 것들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다. 수세미에선 수많은 박테리아가 발견되고, 사용된 수세미 안에 함유된 미생물의 양은 인간 몸안에 들어있는 미생물의 양과 맞먹는다니 실로 어마어마하다. 박테리아는 습한 곳을 좋아한다. 그리고 수세미의 표면에는 무한한 수의 모공이 있는데 그 모공은 미생물이 자라고 퍼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수세미로 닦은 음식물 찌꺼기에서 균들은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는다. 부엌 수세미는 미생물의 최고의 럭셔리 호텔이다.


저자는 수세미 외에도 주방에서의 감염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부엌은 집 안에서도 가장 위생적으로 민감한 공간이지만 감염의 우려가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조리대를 깔끔하게 청소하지 않는다면 감염의 위험은 커진다. 육류를 잘못 취급하면 균의 감염이 되기 쉽고, 교차오염도 주의해야 한다. 행주에 더러운 손을 닦거나 요리하는 중간에 도마를 깨끗이 닦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흔히 냉장고에 보관을 하면 박테리아가 죽어서 안전할거라고 생각하지만 냉장고에 남여 음식을 보관하는 것은 생각보다 안전하지가 않다. 도마처리도 잘하지 않으면 세균을 키우는 꼴이 된다.


우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무서워하고, 감염을 걱정하면서도 세균이 집안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룸메이트란 생각은 그다지 하지 못한다. 부엌 수세미, 변기 시트, 세탁기, 휴대전화, 쇼파와 냉장고 등 세균은 우리 주변 모든 곳에 숨어 있고, 우리는 세균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먹여살리고 있다. 이런 무서운 룸메이트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딱 한마디로 조언을 한다. 손을 씻어라.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바로 손을 씻어라!라는 것이며 이는 가정위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의무적이기도 한 조언이라고 한다. 손의 소독을 철저히 할 경우 감염 가능성이 최소 1/3은 낮아진다고 한다. 가정위생에서 손 씻는 행위는 작은 노력에 비해 커다란 이득을 얻는 것이라 한다. 다만 손을 씻는 것에도 규칙이 있다. 요즘 코로나 대응으로 질본에서 권고하는 비누칠을 하고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구석구석 씻으라고 하는 바로 그 규칙이다. 이것만 잘 지켜도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