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 영화부터 스포츠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세계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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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이라는 제목만 보면 철학이나 요즘 유행하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공감서적처럼 느껴지는데 사실은 말그대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학문인 유체역학에 관한 책이다. 유체란 물과 공기, 몸안을 순환하는 혈액,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 맥주처럼 흐를 수 있는 모든 액체와 기체를 합쳐서 유체라고 하고, 유체의 특성과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을 유체역학이라고 한다. 유체역학은 주로 비행기 날개나 자동차 주변의 공기 흐름, 선박의 주행 안정성,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흐름과 같은 특정 분야의 과학과 기술에 응용되고 있다. 유체역학은 복잡한 수식과 이론으로 인해 학문의 난이도도 굉장히 높고, 응용분야도 한정적이라 전공자들 외에는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고, 일반적으로는 배울 필요조차 없는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학문이었다.


하지만 유체역학 이론은 최근들어 우리의 일상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는데 영화, 교통, 의학, 예술, 경제 등 유체역학과는 연결점이 없어 보이는 우리 삶의 곳곳으로 들어와서 기존의 문제를 유체역학이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서는 유체역학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 연구 성과를 이야기한다. 영화, 교통, 의학, 미술, 경제, 건축, 스포츠, 전쟁, 요리 등 총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공역학 등에서 응용되던 유체역학 이론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분야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유체역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속 유체역학
21세기 영화 발전의 역사는 컴퓨터그래픽의 발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영화계에서 특수효과는 많은 발전을 해왔고, 그중에서도 특히 CG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인공적인 느낌이 없이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진다. 이제는 CG없이 영화를 찍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CG작업중 일반적인 움직임을 가지는 영상의 표현은 쉽지만 물이나 바람과 같은 유체의 움직임을 CG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일반적인 고체의 움직임은 그 궤적을 비교적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유체는 정형화된 물체가 아니라서 형태가 자유롭게 바뀌고, 유체 내부에서도 서로 힘을 주고 받는 등 유동을 수식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매우 난해하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CG를 구현하는 것은 결국 유체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정확히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교통 속 유체역학
교통도 일종의 흐름이다. 도로 위의 자동차들은 불연속적인 점이지만, 차량의 수가 많으면 이 점들이 모여 마치 연속적인 유체와 유사하게 행동한다. 차량이 빠르거나 느리게 이동하고, 촘촘하거나 성글게 모여있고, 이따금씩 정체되는 현상은 유체의 속도, 밀도, 유동 저항의 개념과 비슷하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흔히 보이는 병목현상 역히 유체역학에서의 그것과 유사하다. 교통을 흐름을 유체역학의 흐름의 관점에서 보면서 교통류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이럴 적용하여 교통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의학 속 유체역학
우리 몸속에는 두 가지의 중요한 흐름이 있는데 바로 혈액의 흐름과 공기의 흐름이다. 우선 혈류는 배관을 타고 흐르는 물의 흐름과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펌프의 압력으로 배관을 통해 물을 운송하듯이 심장 박동을 통해 분출된 혈액은 혈관을 타고 몸 구석구석을 움직인다. 심장은 펌프, 혈관은 파이프, 혈액은 유체에 해당되는데 이런 유사성을 이용하여 인공 심장, 인공 혈관, 인공 혈액 등을 개발하는데 유체역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 동맥경화와 중상동맥경화와 같은 혈액의 유속이 느려지고 유동이 불안정한 질병을 치료하는데에도 유체역학이 이용되고 있다. 인체 내의 또 하나의 흐름인 공기 흐름, 즉 호흡은 외부의 공기를 인체 내부로 운송한 뒤 다시 밖으로 내보내는 흐름의 반복이다. 호흡기 내의 공기 유동을 계측하면 호흡기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생리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술 속 유체역학
다른 분야는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데 미숙 속에도 유체역학이 응용되고 있다니 도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고흐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 이 작품에 표현된 별빛 등의 소요올이가 자연에서 관찰되는 난류의 물리법칙과 매우 유사함이 밝혀졌다. 또 에도시대 목판화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라는 작품은 후지산을 배겨으로 거센 파도의 거품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는데, 이때 발생하는 파도를 유체역학을 이용하여 실제로 재현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화가들은 유체가 흐르고, 터지고, 휘몰아치는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고, 그들의 창의력은 물감 등 유체로 된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내었다.


경제 속 유체역학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필수적인 흐름이 바로 돈의 흐름이다. 유체역학은 금융 시장 속으로 들어가 주가의 흐름이란 현상과 맞물려 금융 시장의 해석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유체역학과 금융 시장의 만남이라니 새로운 접근이다. 시간에 따른 변화, 움직임에 대해 연구하는 동역학이 주식 시장을 분석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또 금융 시장의 가격 변동을 브라운 운동의 수학 모델로 모형화하는 작업도 있었다. 여기서 브라운 운동이란 매우 작은 이자가 액체 또는 기체와 끊임없이 충돌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브라운 운동은 거의 무작위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는데 주가도 이것처럼 무작위 행보를 하지만 정규 분포 곡선을 이용하면 미래의 특정 주가가 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고 한다.


건축 속 유체역학
사람이 물과 공기를 들어마시는 프로세스를 거치고, 혈액이 몸을 순환하듯이 건축물 역시 공기와 물이 그 내부를 채우고 있다. 건축에서는 공기의 흐름, 환기를 통해 냉난방을 가동한다. 공기의 흐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통로를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일은 건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건물의 난방을 공기를 데워서 하는 방식 외에 물을 가열하여 순환시키는 방식도 있다. 또 상하수도 시설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수로의 정교한 설계도 필요하다.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의 온돌 난방에는 열전달의 세 가지 방식인 대류, 전도, 복사 등의 복합적인 과학 원리가 숨어있다. 또 한옥의 대청은 방과 방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일 뿐 아니라 바람 통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고층 건물이 많아지면서 도시풍 또는 빌딩풍으로 불리는 바람이 많이 형성된다. 바람이 건물을 만나면 양쪽으로 갈라지며 소용돌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심할 경우엔 이로 인해 건물이 흔들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체역학을 이용하여 바람을 분산시키는 기술이 적용된다.


스포츠 속 유체역학
수영에서는 물의 저항을 줄여주는 전신수영복을 착용하고, 사이클, 마라톤, 쇼트트랙 등의 경기에선 바람의 저항을 줄이는 전략이 많이 사용된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날 스포츠 선수는 과학자들과 팀을 이뤄 기록 단축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공을 이용한 구기 종목에서도 공기 흐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공을 빠르게 던지거나, 때로는 휘어지게 하는 종목 특성 상 구기 종목은 주변 공기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야구에서 변화구는 궤적의 변화를 이용하여 공의 경로를 예상에서 벗어나게 한다. 커브, 슬라이다, 포크, 싱커 등 공이 휘어지는 변화구는 공의 회전과 관련있다. 공이 날아가면서 회전하면 한쪽은 공기 속도에 회전속도가 더해져 더욱 빨라지고, 반대쪽은 방향이 서로 달라 속도가 느려진다. 이런 속도 차이는 베르누이 정리에 의해 압력 차이를 발생시켜 속도가 빠른쪽, 압력이 낮은 방향으로 공을 휘게 만든다. 바나나 킥이라 불리는 축구의 회전 킥에서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찾아볼 수 있다. 모양이 길쭉한 미식축구공은 구형의 공과는 다른 물리법칙의 영향을 받는데 팽이나 자전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자이로 효과의 영향을 받는다. 골프공의 무수한 작은 홈인 딤플은 난류를 발생시켜 공기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전쟁 속 유체역학
포탄의 궤도는 다른 말로 탄도라고 하는데 포탄의 발사각도와 초기 속도, 바람의 영향 등을 고려한 공기 저항 사이의 관계에 물리 법칙을 적용해서 탄도를 계산하는 탄도학은 오래전부터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대포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기 때문에 공기 저항과 대포 주변의 공기 흐름을 분석하는 유체역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포탄의 궤적이 포물선을 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아이작 뉴턴은 포탄의 발사각과 초기 속도를 알면 중력과 공기 저항 사이의 상관관계에 의해 궤적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요리 속 유체역학
조리 과정에서 대부분 열을 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열이 흐르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조리 기법이 만들어진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로 문 분자를 진동시키고, 오븐은 대류로 열을 순환시킨다. 가스불이나 연탄불은 직접 열이 전달되는 전도 방식이고, 숯불은 원적외선의 복사열을 이용한다. 조리 도구와 조리법 각각의 특성은 열의 전달 차이에서 오는 것이고 열의 이동은 대부분 유체의 흐름을 동반한다. 이를 이용하면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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