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없어 고민입니다
구로카와 이호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넥서스BIZ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유독 눈치가 없는 사람이 있다. 눈치가 없고, 분위기를 못 읽고, 배려가 없고, 무신경하고, 요령이 없고, 무슨 일에건 시큰둥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군대에서는 이런 사람을 고문관이라고 부른다. 주위의 사람의 기색을 살필 줄도 모르고, 평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그래서 으레껏 해야할 일을 하지 않거나, 누가 가르쳐주기 전까지는 그 일을 해야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이들에게는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는 것은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직장이건 군대건 어디서건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을 할때면 미움을 받기 일쑤다. 단순히 눈치가 없다는 것을 넘어서 쓸모없고, 머리가 나쁘다고 낙인 찍히고 단체 생활에서 큰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게을러서 요령을 피우거나, 성격의 문제로 그런 것이 아니라 주변의 상황을 보고도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는 못하는 것이다. 주변의 상황이 눈을 통해 보이기는 하지만 뇌가 그것을 자신과 연관된 행동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상황을 보면서도 그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것을 통해 학습하지도 못한다. 이는 공감장애라고 부르는 뇌의 문제의 하나이다. 공감장애는 상황을 인지하는 수가 적어서 그 상황을 보고도 이해하고 판단하지 못한다.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판단이 어렵고, 현상을 제대로 보지못한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도 쉽게 생각하고, 얕보고,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공감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보고 인지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반대로 본인이 인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온 에너지를 쏟는다. 뇌가 인지하는 것이 적은만큼 인지한 것에 대해서는 일사천리로 이루어내는 경향이 있다. 공감장애가 있지만 성격이 외향적이고 활발한 사람은 주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분위기를 이끌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점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감장애가 있으면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은 단체생활에서는 분명 어려움을 겪고, 힘들어하겠지만 한가지 재주가 뛰어나서 창조적인 분야에서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전문가 영역에서는 이런 사람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


공감장애가 학교나 직장생활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큰 문제로 작용하게 되면 발달장애로 보고 대책을 세울수 있지만, 어중간한 공감장애라면 원만하지 못한 사람, 못난 사람, 고집이 쎈 사람, 어리버리한 사람, 고문관, 무능력한 사람 등으로 치부되며 단체생활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게 된다. 연애나 결혼 생활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직장에서도 오래 일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공감장애는 능력이 없거나, 사랑과 정성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은 서로 힘든 일이다. 서로가 에너지를 빼았기고, 불필요한 오해로 갈등을 겪기 쉽다.


반대로 공감장애인 사람도 사교성이 좋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공감장애인 사람은 주위의 분위기를 잘 읽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판단과 타인의 시선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그것 때문에 상처받거나 좌절하지도 않는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마이 페이스대로 자신이 주도하여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분위기 메이커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공감장애는 분명 뇌의 문제이지만 그동안은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고집이 세다거나, 게으르거나, 오만하다는 식으로만 치부되었었다. 공감장애는 자폐증이나 ADHD의 경우처럼 미러 뉴런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미러 뉴런이 불활성화 되어서 나타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이 공감장애가 사랑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공감장애인 사람을 이끄는 방법은 가르쳐주는 것이다. 가령 인사하기의 경우 공감장애인 사람은 주위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인사라는 개념도 없기 때문에 인사하는 것에 서툴다고 한다. 그러니 먼저 인사를 하며 본보기를 보이고, 인사를 시키고, 인정을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공감장애가 있어서 인사도 잘 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성이 없고, 숫기가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하는데, 먼저 인사를 해주고, 인사를 하도록 계속 유도하면 공감장애가 있는 사람은 인사하는 타이밍 등을 배울 수 있고, 사회성을 쌓는 길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공감장애를 가진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공감장애를 가진 사람은 주위 사람의 기를 빨아먹는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지치게 하고, 심적으로 힘들게 한다. 뇌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고,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서로의 능력을 활용하면서 좋은 관계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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