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토요일 새벽 -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정덕시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점점 작아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끝과 경계는 점차 분명해지고, 갈 수 없는 곳, 넘어갈 수 없는 곳도 명확히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럴수록 이 세상에 대한 이해는 넓어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해한다는 것은 경계가 지어질수록, 세계가 좁아질수록 더 가능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런 세계에 대한 이해를 해가는 한 인물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에게 세상은 아직 넓기만 하다. 
그 막연함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을 감지하고, 그래서 불안이라는 습기가 늘 곁에 위치한다. 
아울러 그 무력감에서 오는 무료함에 더해 알 수 없는 허전함까지 소유한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는 우연인듯, 필연인듯, 자신이 이름 붙인, 타란툴라라는 종의 거미와 인생을 반려하게 된다.

이질적인 존재를 조감하고, 주재하는 행위에서 이 세상은 무엇인가라는 답을 찾고 싶었을 것이고, 
주어진 환경에서 대사작용을 하는 한낱 미미한 생명체로서 동병상련과 같은 공감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복잡한 감정들을 압도하는 것은 그 거미와의 시간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세계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역설적이게도 세상에 대한 이해는 확장한다. 

불확실과 불안의 대상이었으며, 자신이 방황하던 세계는 어느덧,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현실의 비바리움처럼 축소되고, 
주변 존재들과의 의견대립, 이해, 포용, 공감 등을 통해, 미숙함과 과거를 탈피하듯 성장해간다.       
분명해지는 것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고, 할 수 없는 것, 초월할 수 없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순간들이 고대했지만 손에 잡히지 않다가 어느새 도착해 있는 주말 새벽 같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낀다.  


#장편소설 #아르떼문학상 #상실의아픔 #상실의경험 #거미는토요일새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