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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ㅣ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다.
달콤한 사랑, 금지된 사랑, 순수한 사랑, 애증의 사랑 등등.
그 중에 동성애는 어디에 속할까.
위에서 나열한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겠지만,
그래도 현 시대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불안해야 하는 사랑'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런 불안과 초조로 뭉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메타포를 활용할 줄 아는 필자의 실력이다.
서정과 논리의 비약으로 대표되는 젊은 작가들과 달리, 상징과 은유를 사용하여 논리적인 서사를 이끌어간다.
또한 그 메타포에 너무 심취하여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의미를 우겨넣거나 자신만의 감성을 강요하며 공감성을 잃지도 않는다.
특히 소설 속 '거리'와 '사마귀'의 상징이 기억에 남는다.
분량은 짧지만, 거리를 걸으며 지나치는 풍경처럼 시간의 흐름을 서술하는 부분이 초반의 분위기를 잡아주며,
사마귀라는 색다른 소재와 인물 및 관계를 대비하는 것이 내용의 깊이를 확장한다.
위와 같은 수준급의 소설 기법을 통해 필자는 동성애라는 소재를 현실성 있게, 선명성 있게 인물들에게 투영한다.
항상 방어해야 하고, 그 당위성에 대한 논리로 무장해야 하는 사랑.
항상 의구심을 던지는 세상으로 인해, 자기 확신을 인위적으로 매번 투여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불확신이라는 것은 신속히 지나가길 바라야 하는 사랑.
이런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는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당위성이 있는 사랑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과연 확신을 갖는 사랑이 몇인가 될 수 있을까.
인물 간의 대화 속에 '사마귀는 죽은 척을 한다'는 말이 나온다.
날까로운 팔을 들고 있지만, 그 무기에 의존하는 만큼 세상을 두려워한다.
공격하는 자세, 기도하는 자세가 묘하게 공존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를 보며 사마귀를 떠올린다.
아울러 함께 걷는 거리의 옆 풍경처럼 모든 것이 지나가길 바란다.
지나간 후에는 비로소 불분명했던 것들이 분명해지고, 알고 싶었던 것들을 알게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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