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다의 이번 시리즈는 가치 있다. 외면 받기 십상인 단편소설을 모음집이 아니라 하나씩도 출판할 수 있다는 것을, 무시 받기 십상인 퀴어소설이라는 장르를 신진 작가들이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의미 있는 기획 속에 또 하나의 단편소설이 나왔다. 주인공은 커밍아웃한 오빠가 겪는 곤란함을 보고 망설인다. 엄마한테 두부로 뺨을 맞는 것도 그렇지만 딱히 대안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 오빠다. 그리고 자신과 그 연인 사이에서는 빛처럼 빛나는 사랑이 왜 그 둘을 벗어나면 비지처럼 찌꺼기 취급을 받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오빠와 그 친구, 자신의 친구와 언어를 유희하며 잡담을 나누고 현실을 토로한다. 아라뱃길이 나쁜가, 한강이 나쁜가 ... 짝짝이가 나쁜가, 짝짜꿍이 나쁜가. 삼천 리는커녕 삼 리도 못 갈 것 같은 오빠의 자전거를 타보며 어느 쪽이 더 나쁜가에 대해 사유한다. 그런 장난 같은 치기를 지켜보며, 독자는 어느새, 무언가를 혹은 어느 쪽을 나쁜 것이라고 규정 지으려는 것이 맞는 것일까라는 물음에 다가간다. 서로 자신은 뭐 같냐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이 있느냐고 묻는 인물들을 보며, 그 목소리는 소설 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들에게 던지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을 받는다. 느슨한 이야기 속에 등장인물들의 팽팽한 긴장과 걱정이 존재한다. 강물에 돌을 던지고 나서 다른 돌멩이들과 생이별을 당하게 했다고 말하는 주인공에 친구는 말한다. 네가 굳이 돌멩이 입장에서 생각해? 넌 너만 생각해. #빛처럼비지처럼 #이선진 #북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