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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피
나연만 지음 / 북다 / 2024년 10월
평점 :
살인이라는 행위는 인간에게 신성(divine)을 부여한다.
생명이라는 고귀한 본질을 앗아가는 주체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신성은 선이 아니라, 악이므로, 좀 더 정확히 지칭하자면 암흑의 신성(악마성)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항상 문학, 예술에서 살인은 빛을 잃지 않는 소재이다.
그리고 이 책 역시, 그 살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설 전면에서 독자들에게 제기하는 주제는 살인의 행위 및 그 종류에 대한 물음이다.
첫째, 복수를 위한 살인, 둘째, 쾌락을 위한 살인, 셋째, 유전적 본능으로서의 살인.
극 중에 등장하는 이 셋은 어떻게 다른가, 또한 그 중 일부는 구원 받을 수 있는가.
첫째는 의지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이고, 둘째는 쾌락은 거부할 수 없는 측면에서 반(semi)의지적, 반능동적 행위이며, 셋째는 거부할 수 없는 의존적, 피동적 행위가 된다.
그리고 태생적, 사회적으로 이 모두는 구원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행위로 자기 자신만은 내적인 구원에 다가갈 수 있다.
첫째는 고통의 해소를 통해 외적으로 주어진 지옥을 타개할 수 있고,
둘째는 쾌락적 감정승화를 통해 자기의 본능적 불만족을 충족하게 되며,
셋째는 운명과 굴레에 순응함으로써 더 이상 고뇌와 내적 불화를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렇게 금기 행위이지만, 사람을 미혹하는 살인은 그 대가를 치르게 하고, 그것이 바로 '돼지의 피'이다.
즉 돼지의 피는 인간의 추악함과 악마성이 내놓는 대가를 상징하며,
(종종 인간은 생물학적, 문화적 측면에서의 밀접성으로 인해 돼지에 비유된다)
동시에 살인의 부산물이자, 살인의 자각을 촉발하고 악의 세계에 돌입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상이다.
그리고 이렇듯, 저주 받은 인간성의 굴레는 본문의 한 구절처럼 '죽어야 끝난다'.
p.s. 살인과 본능에 대한 최고의 수작으로 영화 '미스터 브룩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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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디지털 감성 e북 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