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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거인 - 어린이 책을 고르는 어른들을 위하여 ㅣ 바깥바람 10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5월
평점 :
평소 읽는 책이라 하면 문학, 인문학 도서, 조금 다양하게 선택해 봐야 자연과학, 에세이 정도였다.
그렇기에 '슬픈 거인'은 전에 읽어보지 못했던 종류의 서적이어서 낯설었다.
어렸을적의 나는 상당히 책을 부정적으로 읽었던 것 같다.
글을 막 깨우칠 때쯤의 5~7살 즈음의 나는 할아버지가 받아온 책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그것도 부족해 바닥에 책탑이 쌓일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다.
대체로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들이었고, 책을 읽고나서 의문이 들었다.
"엄마, 이 책은 어린이가 읽어도 되는게 맞나요?"
인기많은 어린이들의 특징을 이야기로 풀어낸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책,
동네에 일어난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떠난 꾸러기들의 우당탕탕 천방지축 모험일지,
괴물이 나오는, 혹은 어려운 처지에 놓은 어르신이 등장하는 동화책.
분명히 어린이 화자가 들려주는 희망차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인기많은 아이의 특징 속에서는 여학생은 다정하게 잘 웃어주고 패션 감각이 뛰어나야 하며,
남학생은 리더십 있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을 보며 반발심이 들었다.
꾸러기들의 모험은 위험천만하고 자극적이었으며,
어떤 동화들은 지나치게 동정심을 유발했고, 도대체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언지, 아무 의미를 느낄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물론 이유없이 너무 좋다고 느껴서 열 번이나 다시 읽은 책도 있었고, 애정하는 책들도 분명 꽤 있었다.
"대체로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아닌 것이 어른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되는 편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어른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본문 130쪽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되돌아보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아직 분별력도 갖추어져 있지 않고, 생각과 감정이 아직 미숙한 어린 아이들이 읽을 책은
정말 섬세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세심하게 들어가 있는 책을 만들고, 또 고른다는 것은 힘든 일인 것 같다.
단순히 글자 수가 적고 화려한 그림이 많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권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들었다.
비슷한 경험을 하고도 어른이 되어 같은 행동을 하다니.
"어른 인물이 아니라 애들 인물에서 '나'를 보면서 달콤한 유혹과 씁쓸한 회환이 뒤섞인 감정으로 인물들이 살아 내는 제 몫의 삶을 따라다니는 게 독서 중인 나의 내면 풍경이다. (……) 나는 정말 어른일까?" - 본문 19쪽
딱 청소년 문학을 읽는 요즘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다.
청소년기에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는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어른이 된 지금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어른의 입장에서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쓰기는 더더욱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과 가까이 있는 직업임에도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기란 어렵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의 '피부'가 아니라 '폐부'를 찌르는 질문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저자의 아동, 청소년에 대한 비평은 날카롭지만 그속에는 아이들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다.
자녀를 둔 부모,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아동, 청소년 도서를 고를 때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 줄 것이다.
"이혼을 다루는 동화들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든든한 부모의 울타리 속에서 겪는 사춘기의 방향과는 또 다른 이유(離乳)를 감행해야만 하는 아이들 몫의 고독을 지켜주는 일일 것이다." -본문 135쪽
"아이들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 사랑이 있는 곳에 절망이란 없다." -본문 144쪽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그렇게 선명한 흑과 백 사이의 경계선 상에 흰색에서 검정색에 이르는 그리고 검정색에서 흰색에 이르는 옅고 짙은 수많은 회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 본문 160쪽
"문학 작품의 이해는 문장의 해독에서만 오지 않는다. 독자의 경험과 작품의 내용이 만나면서 이해의 폭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증폭될 수 있다." - 본문 207쪽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