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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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영하의 새로운 시도라고 해야 하나? 구전되는 이야기들은 지역에 따라 화자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김영하는 이를 '아랑은 왜'란 소설에 도입했다. 정절의 상징이자 처녀 귀신의 대표 명사가 되어버린 아랑을 소재로 한 이 소설에는 희한하게도(?) 아랑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단지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이 소설에 있어 2가지를 하나로 엮어 주는 매개로서의 역할과 과거 사건의 시발점...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
또 하나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마치 소설의 구조가 쉽게 풀어 쓴 논문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구조로 소설을 진행하겠다. 이런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인물을 배치한다. 이런 식으로 소설의 구조와 캐스팅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구조라든가 막판 반전의 발칙한(칭찬이다) 상상력은 아주 쓸 만한 하지만, 글쎄...왠지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아랑은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좀더 그녀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있었더라면 그녀에 대한 상황의 이해를 도왔더라면 좋았겠는데, 어째 작가 자신에게만 사랑스러운 아랑이 된 건 아닌지.. 극적인 사건 전모를 위해 아랑의 이미지는 그렇게 훼손되어야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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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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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보다 약간 더 나이 많은 세대에게 전설 같은 이름이 되어 있는 여자의 이름, 전혜린. 왜 그녀의 이름이 전설이 되어 남아있는지 책을 읽은 지금도 정확히는 알 수 없고, 단지 추측만을 해 볼 뿐이다. 그녀의 저서와 역서는 이제 몇 권 남지 않았고 2-3권의 그녀의 수필집만으로는 그녀에 관해 확연히 알 수는 없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그녀는 열정을 가진 여자였고 당시의 사회적 상황들은 그녀의 열정을 다 포옹하기엔 무리였다는 것.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있다. 유학, 그것도 유럽 유학은 드물던 시절에 독일에 유학을 가서 겪은 유학생의 눈으로 본 소소한 그곳의 학업, 그리고 일상들... 다시 귀국해서의 해외생활을 해 본 한국인으로서의 우리 나라 일상을 바라본 전혜린 특유의 시각. 딸 정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장 아베제도 라는 인물에게 쓴 그녀의 열정이 폭발하는 편지...

그녀의 명성에의 이해는 충분히 하지 못했으되, 한 권의 책만으로도 그녀가 가진 열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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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삶을 꿈꾸는 식인귀들의 모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김남주 옮김 / 작가정신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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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소설을 맨 처음으로 이 책을 택해 읽은 건 상당한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의 비틀린 냉소적인 유머가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이 책이 아닐까 싶으니까...(다른 책들의 질이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다른 소설들은 다른 요소에 의해 이 냉소적인 유머가 가려질 위험성이 크기에 그러하다) 이 책에 실린 2개의 단편의 주된 소재는 '아이' 이다.

아이들을 잡아먹는 식인귀 집안. 흔히 상상하는 게걸스런 흉측한 괴물이 아니라, 그들은 아주아주 귀족적인 풍모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약점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런 집안에서 태어난 식인귀 발튀스와 그의 집사로 해악이라 생각하는 식인 습관을 저지하려는 카르치오피가 첫 번째 단편의 주인공이다.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도 결국은 자신의 주인을 악에서 구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되자 극단적인 방법으로 주인을 구출(?)해낸 카르치오피. 그러나 절망한 발튀스는 곡예단에 들어가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자신의 목숨과 바꿔가며 보복(?)하는데, 그 결말은 반전이면서도 씁쓸한 맛의 환상 같다.

아이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약을 우연히 개발한 화학자가 나오는 2번째의 단편은 또다른 감동과 씁쓸한 맛을 안겨 준다. 아이를 싫어하던 화학자가 아이들을 지워버리던 와중에 한 아이가 지워지지 않아 유괴해 버리게 되고, 그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애정을 가지게 되며 벌어지는 결말...

이 2가지 이야기에서 아이란 분명히 각각의 이야기에서 상징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이 아닌가 싶고, 2번째 이야기는... 아직 확실히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인간들의 손에 닿을 수 없는 동경의 대상인 듯...

하여간 그 결말의 씁쓸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고운 색으로 채색되는 그런 인상적인 단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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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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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폴 오스터를 기대하고 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폴 오스터 답다..란 생각은 절정 부분에 계약에 관한 대화에서만 그런 분위기를 느꼈으니까. 폴 오스터의 소설 중 가장 그 흡인력이 약한 작품이란 생각(그나마 몇 개 읽은 소설들 가운데서).

자신을 협박하는 편지가 온다고 사건을 의뢰하러 온 전직 야구선수인 정치인. 그리고 그 의뢰를 받은 주인공은 전직 검사인 탐정. 그리고 의뢰인의 아름다운 아내. 의뢰를 한 직후에 의뢰인 채프먼은 곧 죽고, 범인으로 의심받는 그의 아내 주디. 여기에 마피아의 냄새가 좀 가미되고.. 흔한 미국 영화나 소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추리소설 형식을 취한 만치 적당한 궁금증 유발과 흥미는 있었지만, 폴 오스터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 폴 오스터의 걸작은 절대 이 소설은 아니다. 아까운 소설가를 이 소설을 처음 접함으로써 호감을 잃기는 아쉽다. 그의 다른 소설을 먼저 보고 그에게 관심이 있을 때 이것도 같이 보길 권하고 싶다. 하여간 이 소설을 읽고서 폴 오스터가 야구광이란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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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기다리며 - 게이코 아토리 단편선집 3
게이코 아토리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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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그림이다... 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림도 예쁘지만 화면을 예쁘게 꾸미는 연출력이 탁월하다. 겉 표지와 안의 그림이 별 차이 없는 것도 확실히 작가의 능력이고.. 단편들이 주는 느낌은 다정다감하면서 따뜻하다. 4권의 단편집들이 고만고만하게 괜찮긴 하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며 작가의 능력도 배양되는 것인지, 3,4권이 더 낫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나 이 3권의 경우 잠들지 못하는 밤이나 달밤의 체리보이에 나오는 퇴마사 능력을 가진 두 아이들이 벌이는 에피소드가 즐거웠다. 사실 가장 재미있는 거 본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1페이지짜리 요츠야 시부야 이리야 조우시가야다. 음침한 분위기의 한 사람을 두고 우왕자왕하는 나머지 3명의 이야기가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이 작가의 본격 장편이 있다면 한 번쯤 봐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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