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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삶을 꿈꾸는 식인귀들의 모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김남주 옮김 / 작가정신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소설을 맨 처음으로 이 책을 택해 읽은 건 상당한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의 비틀린 냉소적인 유머가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이 책이 아닐까 싶으니까...(다른 책들의 질이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다른 소설들은 다른 요소에 의해 이 냉소적인 유머가 가려질 위험성이 크기에 그러하다) 이 책에 실린 2개의 단편의 주된 소재는 '아이' 이다.
아이들을 잡아먹는 식인귀 집안. 흔히 상상하는 게걸스런 흉측한 괴물이 아니라, 그들은 아주아주 귀족적인 풍모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약점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런 집안에서 태어난 식인귀 발튀스와 그의 집사로 해악이라 생각하는 식인 습관을 저지하려는 카르치오피가 첫 번째 단편의 주인공이다.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도 결국은 자신의 주인을 악에서 구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되자 극단적인 방법으로 주인을 구출(?)해낸 카르치오피. 그러나 절망한 발튀스는 곡예단에 들어가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자신의 목숨과 바꿔가며 보복(?)하는데, 그 결말은 반전이면서도 씁쓸한 맛의 환상 같다.
아이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약을 우연히 개발한 화학자가 나오는 2번째의 단편은 또다른 감동과 씁쓸한 맛을 안겨 준다. 아이를 싫어하던 화학자가 아이들을 지워버리던 와중에 한 아이가 지워지지 않아 유괴해 버리게 되고, 그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애정을 가지게 되며 벌어지는 결말...
이 2가지 이야기에서 아이란 분명히 각각의 이야기에서 상징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이 아닌가 싶고, 2번째 이야기는... 아직 확실히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인간들의 손에 닿을 수 없는 동경의 대상인 듯...
하여간 그 결말의 씁쓸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고운 색으로 채색되는 그런 인상적인 단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