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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혜린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아이를 키우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두었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스타트어에 도전하는 저자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난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만, 아이 키우면서 일하는-말로는 표현이 잘 안 되는-사소한 듯 디테일한 내용들에 백프로 공감하며 읽었다.
부부가 같이 일해도 아이 식판을 못 닦았을 때 죄책감은 엄마의 몫.
어린이집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아이의 신발을 보고 울컥하는 것도 엄마의 몫인 세상.
그러고도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나에게 첨으로 엄마라는 버거운 삶을 살게 하는 아이가 나에게 제일 큰 위안이 되는 존재라는 점.
어쩜 하나하나 다 '그래''맞아'를 연발하며 읽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힘든 상황에 대한 표현도 재치있게 해서 너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젖이 돌면 아이템이 돈다느니.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내가 젖소인지 이겼소인지 모르겠다느니.
키즈까페에서 동업자와 피티하는 모습, 전화로 밤에 회의하는데 아이들이 잠을 자지 않아 서로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며 함께 하는 모습 등등 사실 맘 아프지만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꽤 많다.
우리 어머님들 세대가 '낀 세대'라며 불쌍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젊은 시절에 시댁어른들을 모시 고 살림도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정작 본인이 시댁얼ㄴ이 된 현재는 며느리뻘들이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 그 대접을 못 받아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재 내 세대 역시 다른 의미의 '낀 세대'이다. 육아와 직장일을 병행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정작 사회는 아직 워킹맘을 보는 시선이나 제도, 시설등이 자리를 못 잡고 있어서 너무 힘이 든다. 갑자기 늘어난 워킹맘 숫자만큼 이 사회가 아이 키우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것도 급격히 알려져 최저 출생률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일하며 애 키워봤는데 뭔들 못하랴
나도 엄마가 되고 나서 내가 안 게으르다는 걸 알았고
내가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무한행복과 무한능력을 주는 우리 아이들은 어느 정도 갖춰진 제도 안에 살 수 있도록 바라본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그 엄마에게 육아를 떠넘기는 아빠들과, 사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