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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성인이 된 기윤이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의 자리에서 '민재'라는 이름을 들으며 시작되는 이 책은 어느 덧 고등학생인 기윤과 민재의 세상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난 그들과 내 과거의 공통점이라고는 단지 '고등학생인 적이 있었다'라는 경험뿐인 것 같은데도 내 이야기인 것 같고 우리 아이들 이야기 인 것 같은, 그 세상에 푹 빠지게 된다.
기윤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진짜 주인공은 민재인 듯 하다.
부유한 배경, 슬픈 과거, 책을 엄청 많이 읽는 독서가, 말러교향곡 5번 4악장을 듣는 민재는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뚜렷하지만 아버지의 감시 아래에서 늘 자기만의 세상에 목말라한다.
책의 느낌은 밝음 보다는 어두움에 더 가깝지만, 책을 읽는 내내 둘의 우정과 학창시절 때의 경험들이 참 빛나고 부럽게만 느껴진다.
다 읽지 않은 책이 많은데도 책을 사는 민재에게 기윤이 이유를 물었을 때, 민재는 자신의 책장에 책을 꽂는 것을 하나의 지도를 만든다고 비유한다. 그 지도에 내가 여행한 곳(읽은 책)과 내가 여행할 곳(읽을 책)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민재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세상은 학문이라는 위만으로 소화할 수 없는 곳이다 지혜와 영감이라는 소화기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민재가 비로소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끝나버린 세상은 비극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내딛지 못 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보았을 때, 민재야말로 진정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덧1) <레지스탕스>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에 저항했던 파리 시민들, 이들은 드골의 자유 프랑스 군과는 달리, 프랑스의 자유해방을 위해 자발적으로 결사된 비공식적 조직이다.
덧2) 표지나 주제에서 느껴지는 무게와는 조금 다르게 가독성 꽤 좋은 책이다. 하루 이틀이면 완독이 가능하니 가볍게 읽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
덧3) 데미안은 한 번 더 읽고 싶어지고, 위대한 개츠비, 달과 6펜스를 빠른 시일내에 꼭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책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