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 세상에는 함께 했을 때 반드시 서로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산더미만한 트롤을 함께 쓰러뜨는 것도 그런 것들 가운데 하나다. 32.
여성의 몸으로 자녀 둘을 먹여살리겠다고 쉬지 않고 일해왔지만 시댁의 착취, 회사의 무지 등등으로 많은 것들을 손해보고 양보하며 살아오신 박영선 님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가족을 위해 많은 걸 양보하고 포기하다보니 어느새 환갑을 넘긴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중간중간 눈물이 났다.딸세포라는 출판사는 여성의 입으로 여성의 서사를 말하는 책을 펴내겠다고 한다. 1인 출판이라고 해얄지 독립출판이라고 해얄지 잘 모르겠지만 대형출판사와 대형서점 위주의 독서와 사고를 한 나에게 큰 울림을 준 책을 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엄마, 내가 그 말을제대로 못 했네. 나를 키워 줘서 고마워. 나는 정말 그리 생각한다. 엄마가 나를 먹여 살린 정도가 아니라, 살렸다고, 그때 엄마가 우리를 데리고 나가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진짜 진짜 고마워.˝p.245
시집 얘기를 듣는데 내가 다 바짝바짝 약이 올랐다. 엄마는 돈뜯긴 게 여태 분한지, 액수까지 또렷하게 기억하며 열변을 토했다.내가 화나는 대목은 따로 있었다. 애 낳고 몸조리도 못 한 며느리를두고 집 밖으로 나돈 할머니, 그리고 막내 고모와 얽힌 이야기들이다. 엄마는 나중에 할아버지 임종까지 지켰다. 김씨 집안 식구 중에 그 긴 돌봄 노동에 대해 고마움을 표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의 노동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계산받아야 하는 걸까.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