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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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신문에서 연재되는 '광수생각'을 하나씩 스크랩하며 보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저자의 책이 꽤 많이 나왔지만 나한테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아마도) 박광수는 곧 광수생각이었다.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제목부터 어떤 사연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도 현재 삶이 그렇게 유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좋은 날이 있는데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니 얼마나 치열하게 삻아온 걸까.

(하긴, 광수생각의 그런 내용이 나오려면 치열한 삶을 살았을수도 있겠다 싶긴하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고운 노란색 책이라니! 삶의 아이러니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 걸까.

 

책의 구성은 익히 봐왔던 박광수 저자의 구성과 그리 다르진 않다.

그림이 들어가고,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들어가고.

하지만 그림도 많은 걸 내려놓고 한껏 심플해졌고 글도 치매걸린 어머니의 얘기, 어린 시절 도벽에 대한 고민 등 멋부린 글이 아니라 본인의 내면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담아내 진지하고 진심을 담은 듯했다.

 

이 책을 보면서 괜히 울컥했던 페이지가 있는데 치매 판정을 받은 후배와의 대화 중에.

"이제 엄마와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 그래야 후회가 덜 될 거야."

내 말에 후배가 결의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 엄마를 위해 그래야겠어"

후배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너의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고 너를 위해서야"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는 본인의 마음말이다.

이 책은 내가 좋아했던 <광수생각>의 에세이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이 널리 읽혀 광수생각을 잇는 저자의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다.

 

덧. 한글자만 달라져도 책의 성격이 많이 달라지니 주의하자.

<살면서 쉬'었'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가 되는 순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못한 고된 노동자의 고백록이 되어버린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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