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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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 추리소설 뿐 아니라 호러 소설에도 대가로 꼽히는 일본의 소설가입니다. 한국에서도 확실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기에 나오는 작품마다 거의 빠짐 없이 번역 출간되고 있죠. 저 또한 미쓰다 신조의 팬임을 자처하는 독자입니다.

이번에 읽게 된 '걷는 망자'는 일본의 민간 괴담과 오컬트 적인 요소를 결합한 미스터리 물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두려워하는 허당 탐정(?) 덴큐 마히토와 그에게 다양한 미해결 괴담을 제공해주는 여대생 도쇼 아이가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해가는 5편의 연작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단편의 제목들만 보더라도 꽤나 섬칫하게 느껴집니다..


모든 이야기는 수십년 전 발생했고 여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괴담의 형태로 시작됩니다. 그렇지만 허당이면서도 추리력만은 예리한 덴큐에 의해 그 사건의 배경과 트릭이 밝혀지죠. 독자 입장에선 거의 예측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어찌 보면 싱겁게 사건이 해결되는 듯 하지만 해결에 이르기까지의 긴장감, 그리고 실제 요괴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이 소설을 읽는 백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격적인 호러물을 기대한다면 살짝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들은 어느 정도 유머와 위트를 가미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여실히 담겨 있습니다. 조금 힘을 빼고 썼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재미 자체가 떨어지는건 결코 아닙니다.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괴담 그 자체입니다. 호러물로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추리까지 가미되니 사실 두 배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미쓰다 신조 월드라는 관용어까지 탄생시킨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들이 허술할리 없는 이유입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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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R. F. 쿠앙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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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중국계 미국 작가인 R.F 쿠앙의 신작 소설입니다. 미국 출판계의 이면 및 모순적인 관행 등을 제대로 비틀어 배경으로 삼아낸 소설입니다. 참고로 작가 쿠앙이 1996년 생으로 채 만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입니다.

이 소설에선 비극적 죽음을 맞아 일찍 퇴장하지만 끝까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동양계 작가 아테네 리우는 쿠앙의 자전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쿠앙 역시 20대 나이에 벌써 다섯권의 베스트셀러 작품을 내오고 있는 작가이니까요.

소설 첫 줄부터 쇼킹한 시작을 보입니다. 주인공 격인 주니퍼가 친구이자 대성공을 이룬 작가인 아테나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는 것으로부터 전개되죠. 주니퍼는 아테나가 초고로 남겨 놓은 '최후의 전선'이란 작품을 가져오게 되고 자신의 창작을 더해 드디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게 됩니다. 작품 상당 부분을 주니퍼가 재창작했음에도 전체적인 아이디어와 서사는 엄연히 아테나의 생성물이었습니다. 즉, 주니퍼는 죽은 친구 아테나의 작품을 표절하게 된 것입니다.

단순히 표절 행위 자체만을 주제로 삼는게 아니라 역인종차별, SNS를 통해 펼쳐지는 악플과 거짓 뉴스의 생성 과정이 정말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원죄를 가진 주니퍼는 이 과정에서 점점 망가져 갑니다. 예전엔 화이트워싱이 논란거리였다면 정치적 올바름을 가장한 블랙워싱, 오리엔탈워싱 등이 더욱 극성을 부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SNS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구요.. 사람들은 늘 자기가 믿고자 하는 것만 믿고, 온라인을 통해 누군가를 욕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 되어버렸으니까요.


표절작가, 거짓말을 일삼던 작가로 찍혔음에도 주니퍼는 자신의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미국 출판계가 이미 상당한 상업적인 가치를 띄게 된 그녀를 가만히 놔둘리는 없기 때문이죠. 아이러니하게 남의 작품을 훔쳤다는 사실이 그녀가 이미 주목 받는 하나의 '상품'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당 부분 다크한 블랙 유머가 지배하고 있는 소설이지만 출판계에 연관된 이들에게 이 소설은 어찌 보면 사실에 근거한 공포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의 자전적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읽는 동안 정말 내려 놓기가 힘든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저의 집중력을 확 끌어당긴 소설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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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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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신작 '최씨네 종말 탈출기'는 소위 콩가루 가족의 소동극, 단합극을 그린 가족 소설입니다. 한겨레문학상, 제주 4.3 평화 문학상 등의 최종 후보작으로까지 선정되었던 작품입니다.

콩가루 집안이라 표현된 것은 소위 이혼녀, 은둔형 외톨이, 트랜스젠더 등 사회적 소수자 들이 이들 가족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가장이라 할 수 있는 할아버지 최씨마저도 물욕을 탐하고 가족 들의 개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등 가부장적 체재의 핵심에 이른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꼰대죠...

이들 가족 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인물은 이 소설의 화자 역할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손녀 '최한라' 뿐입니다. 어린이의 시각에서 한라가 바라보는 여러 가족들의 이상한(?) 모습이 무척 코믹하게 그려지며 가족은 인위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의 울타리임이 소동극으로 펼쳐집니다.


이 가족의 터전 옆에 어느날 이단 사이비 종교 시설이 들어섭니다. 십계명을 강조하는 모 종교의 아류죠... 이들이 하는 짓이 최씨 가족의 눈에 너무나 수상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최씨 가족의 길흉을 한번도 틀린 적이 없던 점쟁이 할머니가 최씨 가족이 맞게 될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예언합니다.

이들 가족이 종말을 벗어나기 위해 벌이는 코믹한 소동과 사이비 종교 집단과의 한판 승부가 결말부를 화려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장식합니다.. 처음엔 표지를 보고 아동, 청소년 소설로 오해했지만 명백히 성인을 대상으로 쓰여진 소설입니다.

다양한 개성, 결점을 가진 가족 구성원 들의 특징이 재미있게 묘사되었고, 그들이 갈등 구조에서 벗어나 하나의 목표를 갖고 단합에 이르는 과정을 잘 그려낸 소설이었습니다. 특히나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대부분의 사건이 묘사되었기에 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보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그게 이 소설의 숨겨진 매력이기도 하구요. 결말 부분에 느껴지는 작은 감동은 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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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이산화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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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 작가의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는 판타지, SF 장르의 소설을 주로 출간하는 고블에서 발간한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한국형 SF 장르물은 근래 들어서 굉장히 선호하게 된 분야입니다. 해외 작품 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릴 바 없는 퀄리티를 자랑하는 SF물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산화 작가 역시 소위 '제대로 된' 작품을 쓸 줄 아는 SF 작가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소설집에는 무려 10편이나 되는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근래 읽게 되는 SF 장르 소설의 특징은 당연히 과학기술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지만 허를 찌르는 비약과 반전이 인상적인데 이 소설집 역시 그러한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의 경우, 우주선에 실려 있는 기록이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 맛을 보지 못했던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행방을 추적하는 줄거리로 이뤄진 작품인데 가볍게 전개되는 내용과 달리 꽤나 암울한 결말이 의외성을 부여하네요.

한편한편 굉장히 재미있으면서 SF 장르에 상당히 충실한 내용들이었습니다. 마치 아서 클라크의 고전 SF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까지 드네요. 물론 현대 사회를 반영한 '과학상자 사건의 진상' 같은 단편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학내 왕따 문제를 SF적 상상력을 동원해 풀어가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수록된 열 편이 모두 똑같은 퀄리티의 재미로 채워져 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읽는 재미를 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던 소설 들이었습니다. 가끔 지루한 단편은 재미난 장편보다 훨씬 독서 진도가 더딘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들은 단숨에 읽게 되더군요. 그만큼 흠족했던 내용으로 가득찬 소설집이었습니다. 이산화 작가... 앞으로의 집필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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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깊은별 지음 / 담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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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은 깊은별 작가(작중 원철이라 불리우는 이)의 자전적 자기 개발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입니다. 스스로 별이 되고자 자신만의 모델이 되어줄 별을 찾아나선 작가의 젊은 시절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북극성을 찾아나섰지만 어느새 작가 스스로가 북극성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길을 찾아 주고 있다는 결론의 이야기죠.

대학 초년 시절 학교 축제에서 큰 실수를 범한 원철은 소위 말하는 '왕따'가 되어 학창 생활을 이어갑니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된 멘토 '심성 교수'는 그에게 자신만의 별을 찾는 여정을 권하게 됩니다. 살짝 도피성이기도 하지만 원철은 군대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동기 두명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를 단련하고 독서에 심취하는 성향을 가지게 되죠.


처음엔 사람이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사람을 만들게 됩니다. 원철은 이렇게 습득하게 된 자신의 루틴을 지금까지 철저히 지키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물론 그 와중에 시행 착오도 겪습니다. 너무 철저하게 살다보니 연인과의 이별, 임용 고시 합격 후 부임한 학교에서 역시나 별종 취급을 받기도 하는 등 그에게도 시련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멘토를 통한 행동 교정, 그리고 가족 상담을 통해 자신의 원초적 트라우마를 지우는 등 끝없는 노력이 그와 함께 합니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 원철은 자신이 살아 왔던 삶의 자세를 엮은 책을 출판하고자 합니다. 이 또한 쉽지는 않은 일이기에 그의 지금까지의 노력은 과연 보상 받을 수 있으련지..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이 책은 명백히 자기개발 서적입니다. 남의 인정만을 갈구했던 결코 완전하지 못한 인간 '원철'의 성장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실패는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자신만의 별을 찾는 과정에서 그가 그토록 원했던 주위의 인정 또한 얻어냈습니다..

소설적 형태를 띄고 있기에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쉽게 읽히는 자기 개발 서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남은 원철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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