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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R. F. 쿠앙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8월
평점 :
옐로페이스.. 중국계 미국 작가인 R.F 쿠앙의 신작 소설입니다. 미국 출판계의 이면 및 모순적인 관행 등을 제대로 비틀어 배경으로 삼아낸 소설입니다. 참고로 작가 쿠앙이 1996년 생으로 채 만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입니다.
이 소설에선 비극적 죽음을 맞아 일찍 퇴장하지만 끝까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동양계 작가 아테네 리우는 쿠앙의 자전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쿠앙 역시 20대 나이에 벌써 다섯권의 베스트셀러 작품을 내오고 있는 작가이니까요.
소설 첫 줄부터 쇼킹한 시작을 보입니다. 주인공 격인 주니퍼가 친구이자 대성공을 이룬 작가인 아테나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는 것으로부터 전개되죠. 주니퍼는 아테나가 초고로 남겨 놓은 '최후의 전선'이란 작품을 가져오게 되고 자신의 창작을 더해 드디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게 됩니다. 작품 상당 부분을 주니퍼가 재창작했음에도 전체적인 아이디어와 서사는 엄연히 아테나의 생성물이었습니다. 즉, 주니퍼는 죽은 친구 아테나의 작품을 표절하게 된 것입니다.
단순히 표절 행위 자체만을 주제로 삼는게 아니라 역인종차별, SNS를 통해 펼쳐지는 악플과 거짓 뉴스의 생성 과정이 정말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원죄를 가진 주니퍼는 이 과정에서 점점 망가져 갑니다. 예전엔 화이트워싱이 논란거리였다면 정치적 올바름을 가장한 블랙워싱, 오리엔탈워싱 등이 더욱 극성을 부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SNS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구요.. 사람들은 늘 자기가 믿고자 하는 것만 믿고, 온라인을 통해 누군가를 욕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 되어버렸으니까요.
표절작가, 거짓말을 일삼던 작가로 찍혔음에도 주니퍼는 자신의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미국 출판계가 이미 상당한 상업적인 가치를 띄게 된 그녀를 가만히 놔둘리는 없기 때문이죠. 아이러니하게 남의 작품을 훔쳤다는 사실이 그녀가 이미 주목 받는 하나의 '상품'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당 부분 다크한 블랙 유머가 지배하고 있는 소설이지만 출판계에 연관된 이들에게 이 소설은 어찌 보면 사실에 근거한 공포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의 자전적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읽는 동안 정말 내려 놓기가 힘든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저의 집중력을 확 끌어당긴 소설이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