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유령들
M. L. 리오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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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유령들... 제목부터 일단 근사한 느낌입니다. 역대 가장 위대한 극작가로 꼽히는 셰익스피어를 제목의 일부로 넣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의 배경은 예술 대학, 특히 연극을 전공하는 학교이며 주요 등장 인물 또한 배우를 꿈꾸는 학생 들입니다. 또한 소설 곳곳에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온 대사들이 높은 빈도로 등장합니다.

일단 작가인 M.L. 리오부터가 원래 직업이 배우였던 분입니다. 소설의 전개 또한 연극식으로 전개되며 1막으로 시작되어 5막으로 종결됩니다. 주인공들의 이름부터가 또한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옴직한 고전적 이름들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집니다.

참고로 이 학교는 무사히 졸업할 경우 공연 예술계에 탄탄한 앞날이 보장되는 명문학교입니다. 그렇지만 학년이 상승할수록 재능에 한계를 보이는 학생들을 강제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구조이기에 서로간의 경쟁 의식과 열패감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죠. 즉, 남을 밀어내야만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시스템... 이 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누군가를 살해할 동기가 충분하게 쌓이는 셈이죠..

조금씩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연극처럼 이 소설 또한 한번에 휙 몰아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적절한 반전도 존재하고, 긴박한 장면도 존재하지만 이 소설의 진정한 재미는 차근차근 쌓아가는 빌드업 및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하는 인물 들의 추악한 실체를 보는 것이죠.

어쨌든 제대로 잘 쓰여진 미스터리물입니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살인이 굉장히 노골적이고 바로 범인이 드러나는 구조라면 이 소설은 조금 더 숨겨진 채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꽤나 독특하게 진행되는 소설입니다. 영상화까지 된다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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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사양 -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다자이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 더스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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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많은 일본인들이 일본 최고의 작가로 꼽는 인물입니다. 언제 조사하더라도 최소한 3위 안에 드는 작가죠.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동경제대에 진학했지만 사회주의에 심취했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드라마틱한 생애 또한 많은 이들의 감수성을 제대로 자극하죠..

소설 사양은 그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인간실격에 살짝 가려져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작가의 작품 중 재미 측면에서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양은 저무는 해를 가리키는 말이죠.. 한국에선 '사양세'에 접어들었다는 관용어로도 많이 쓰입니다.. 제목 그대로 태평양 전쟁 이후 몰락한 어느 일본 화족(귀족) 집안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폐번치현을 단행한 일본 정부는 그간 각 번을 지배하던 영주나 신정부 건설에 공을 세운 이들에게 유럽식 작위제를 본딴 화족제를 도입하게 됩니다. 황족 다음의 귀족제가 도입된 것이죠,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화족제는 폐지되고 수많은 이들이 허울뿐인 전직 귀족들로 전락합니다.

소설은 여전히 귀족의 품위가 남아 있는 어머니, 화자인 딸 가즈코, 아편 중독 등으로 방황하다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남동생 나오지, 나오지의 스승이면서 가즈코의 애정 대상이 되는 통속소설가 우에하라 등 4명의 이야기입니다.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이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을 연상케 하는 작품입니다. 제대로 몰락했음에도, 끝까지 알량한 귀족의 품격을 내세우고자 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만 벚꽃동산보다 훨씬 비극적이고 어두운 느낌의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한참 전에 이미 읽어 봤던 소설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또다른 느낌과 해석으로 다가오네요.

초판본 디자인이 주는 매력에 읽다가도 종종 표지를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다소 공허하게 들리지만 소설 곳곳에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소설 속 그 누구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사안들이고 심지어 다자이 오사무 본인 또한 끝내 닿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끝내야 했었습니다.

가즈코는 우에하라의 아이를 임신한 것으로 정신 승리하며 혼자 살아 남지만 솔직히 '아무 의미 없다'란 것이 이 소설 전반을 흐르는 기조일 것입니다. 패전 이후 일본인들이 뼈저리게 느꼈을 좌절감이 이 소설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역시나 위대한 작가의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는 여운을 남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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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조각들
연여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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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조각들.. 연여름 작가의 장편 SF 소설입니다. 연작가는 장르 문학에서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작가이며, 이 소설은 2025 부산국제영화제 스토리마켓 공식 선정작으로 뽑히기도 했네요. 중쇄 찍기 어려운 요즘 출판환경 하에서 출간 전임에도 이미 중쇄를 확정지은 소설이기도 합니다.

인류가 행성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점의 미래 사회가 이 소설의 배경입니다. 당연히 인간의 고장난 신체 또한 인공 장기 등으로 대체될 수 있죠..

화자이자 관찰자격인 뤽셀레는 저명한 화가인 소카의 집을 청소하는 직업을 얻게 됩니다. 뤽셀레의 전직은 행성 이동 우주선을 조종하는 파일럿이었지만 사고로 모든 사물이 흑백으로만 보이는 증세를 앓고 있고 그로 인해 연인 등 모든 것을 잃은 상태였었죠.

소카는 그리는 그림마다 고가에 낙찰되는 초일류화가였지만 선천적으로 폐가 약해 청정화된 집을 제외하곤 맨 몸 외출이 불가한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폐를 인공 장기로 대체할 경우 화가로서의 자격이 박탈되기에 이를 숙명처럼 여기고 지내고 있었죠.

그의 삶에 뤽셀레를 비롯 여러 인물 들이 자그마한 파동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화가로서의 자긍심과 막대한 부를 포기하고 마음껏 삶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얻을 것인지 소카는 끝내 선택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죠..


작가가 그려낸 세계관이 꽤나 핍진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서사 진행도 꽤나 빠른 편이기에 상당히 몰입해서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만일 소카의 입장에 나 자신이 위치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은근스레 대입까지 되더군요.

소설의 제목은 천재 화가 소카가 그려내는 작품을 상징합니다. 흑백증을 앓고 있는 뤽셀레의 입장에선 그 가치 판단이 불가하지만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모든 이들에겐 엄청난 찬사를 받고 있는 불후의 예술 작품들이죠. 소카가 그리는 그림은 그 자체로 인류에 대한 봉사이지만 소카의 개인적 삶을 극도로 제약하는 장애물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소설은 은근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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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도시, 서울
방서현 지음 / 문이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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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현 작가, 이전에 '좀비시대'란 장편 소설로 만나 뵈었던 분입니다. 대기업의 기만과 착취에 맞서 싸우던 학습지 교사의 분투와 좌절을 그린 작품이었죠. 허무하면서도 충격적인 결말이 인상 깊었던 소설입니다.

그의 두번째 장편인 '내가 버린 도시, 서울'에서도 작가가 가졌던 문제 의식은 여전히 빛을 발합니다. 달동네=똥수저, 오래된 주택가=흙수저, 아파트촌=은수저, 고급빌라촌=금수저로 나뉜 작금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부모가 남긴 부의 규모에 따라 어느 정도 신분제가 고착화된 사회가 된지 이미 오래이죠.


소설은 주인공 격인 버려진 자신을 건사해 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의 시각으로 전개됩니다. 폐지를 주워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와 소년은 달동네에서 판자집이나 다름 없는 단칸방에 거주합니다. 어쩌다 보니 독지가의 도움으로 주택가 반지하 단칸방으로 옮기게 되지만 똥수저의 삶이 바뀐 것은 아니죠.

그러나 열심히 공부를 파고든 덕에 전교 1등이 되자 반 친구들을 통해 은수저와 금수저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되며 자신이 처한 처지를 여실히 실감하게 됩니다. 역시나 마무리는 꽤나 비극적입니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사다리를 올라가기엔 이미 대부분의 사다리는 위로부터 걷어 차여진 상태니까요.

소년이 부의 불평등에 대해 질문하고 다닌 모든 이들의 답은 거의 같습니다. 교사건 목사건, 자영업자건 심지어 도를 닦는 도인이건간에 개인의 수양으로 이런 불평등 자체를 인정하는 것을 배우라는 한결 같은 훈시 뿐입니다. 이미 그들 입장에서도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상대적 가난은 어찌어찌 극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몸 누일 집도 없고, 밥 자체를 굶을 수 밖에 없는 절대적 빈곤은 결코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국가가 필요하고 이도저도 안될 때엔 혁명에 가까운 사회 변혁이 필요한 이유이죠..

읽는 내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읽는 재미 자체를 잃지 않는다는게 오히려 용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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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방정식 2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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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방정식... 1권의 무대가 주로 20세기 초반의 영국, 귀족 사회 및 1차 대전 시기를 그려냈다면 2권은 신대륙 미국이 주요 무대입니다. 꽤나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번의 생을 번갈아가며 서로에게 얽히게 된 매들린과 이안.... 공장 파업의 주동자이며 왕에 대해 불손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수배가 떨어진 사회주의자를 매들린은 숨겨 주게 됩니다. 그것도 이안의 자택 내부에...

1차 대전 시기 간호사로 봉사했던 매들린에게 상처 입고 숨어든 사람의 사상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죠. 그러나 이를 계기로 매들린은 감옥에 가게 되고 조금씩 관계를 회복하던 매들린과 이안은 오랜 이별을 하게 됩니다.


신대륙 미국에서 매들린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게 되죠. 그러나 만날 인연은 결국 만나게 되는 법... 이안은 미국까지 매들린을 찾아 오게 됩니다.

가까워질 듯 멀어지고 멀어진다 싶으면 가까워지는 그들의 인연... 생을 거듭하면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설정만큼 꽤나 조바심을 불러 일으키는 서사 전개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결혼까지 골인하지만 이번엔 세계를 뒤흔든 대공황이 터지게 되면서 다시 그들의 삶은 위협 받게 됩니다..

실제 있었던 역동적인 역사와 결합되어 이야기가 전개 되기에 매들린과 이안의 서사는 놀라울 정도로 현실성을 갖습니다. 그들의 삶 자체가 마치 실제 있었던 역사처럼 느껴지죠..


그럼에도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영원한 사랑'입니다. 전생이 집착과 연민에 의한 사랑이었다면 새로 시작한 삶은 치유 및 서로에 대한 관용으로 이어지는 사랑으로 전개됩니다.

현재와 전생의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매들린의 드라마틱한 서사는 그들의 사랑이 완결로 나아가는 것을 끝없이 응원하게 만드는 기재입니다.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의 전형을 따랐으면서도 또한 색다르게 느껴졌던 이유입니다. 작가의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 또한 상당했기에 역사 소설을 읽는 느낌이 더해져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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