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서점
여원 지음 / 담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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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원 작가의 저승서점.. 자살한 영혼이 염라대왕의 선택을 받아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선 영혼 들을 구제하고 정화시킨다는 내용에서 한국형 판타지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죽음을 다루는 소재이기에 다소 무겁고 슬픈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클리셰로만 이뤄진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만 흐르는 책도 아닙니다. 충분히 슬퍼할꺼리가 있고 소설 속이지만 타인의 죽음을 바라 보는 심정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숙희... 그녀에게 형벌인지 제2의 기회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상치 못하게 목숨을 잃은 여러 영혼들의 한을 풀어줄 임무가 맡겨집니다. 그들의 삶을 책으로 기록하고 그 책이 팔려나갈 경우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역할이죠.. 저승사자인 인현이 그녀의 임무를 보조하고, 염라대왕은 숙희에게 생사이탈권을 제외한 다양한 능력을 부여해 줍니다..

연작식 구성으로 이뤄져 있기에 다양한 영혼의 가지각색 사연이 등장합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 부친과 화해하지 못하고 퍽치기에 당한 청년, 매사에 회의적이다 살해 당한 여성, 연인을 먼저 잃고 자신마저 연쇄 살인범에게 당하는 남성 등 숙희가 다뤄야 할 영혼들의 사정은 참으로 기구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하나씩 이를 해결해 가면서 자신의 죽음 또한 다시 돌아보게 되는 숙희... 남을 도우면서 스스로를 구제한다는 일종의 성장 소설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에겐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바로 죽음 이후의 세계입니다. 여기에 편승한 대표적인 사례가 '종교'라면 문학은 이를 창작의 상상력으로 활용합니다. 우리가 접할 수 없는 세계이기에 사후를 그린 소설이나 매체는 항상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재미있는 상상력이 좋은 문장력을 갖춘 작가와 만난지라 꽤나 즐겁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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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 -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보는 초예측 지정학
최준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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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작가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는 기존 유튜브에 연재되었던 내용 중 알짜만을 뽑아낸 책입니다. 경제와 주택, 에너지, 인구와 기후 등 총 5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여러 나라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호주 등 당연히 들어갈만한 나라들도 많지만 미얀마, 카자흐스탄, 쿠바, 말리 등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국가들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 나라가 처한 지리적 현실뿐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낳은 각자의 근현대사 또한 요약 정리되어 있기에 이해가 쉽고 여러모로 상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이죠..


별다른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꽤나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자원 천국 국가들도 있지만 역시나 이 또한 어떻게 쓰여지고 개발되어지는가가 관건이 됩니다. 오히려 별다른 자원 없이도 선진국 대열에 오른 나라도 많이 소개됩니다.

오스트리아의 주택 정책,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사회복지 정책 등은 우리에게 반면교사로 작용합니다. 은근히 사회주의의 장점만을 뽑아내어 적용한 정책 들이 많더군요. 복지라면 흔히들 포퓰리즘을 연상하고 경끼를 일으키는 일부 세력이 존재하지만 좋은 정책은 우리 역시 적극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로 꼽히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변화된 세계 환경 또한 책에서는 꼼꼼하게 짚어 나갑니다. 당장 자원 침탈(?)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나 나름 미국과 잘 지내다가 다시 날벼락을 맞은 쿠바 등이 대표 사례로 등장하죠. 우리 또한 관세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남얘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단순히 상식만을 전달하는 책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또한 제시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상속세, 증여세를 폐지한 스웨덴이 점차 복지국가로서의 틀을 상실해가고 빈부격차가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사례 등은 우리 역시 주지해야 할 사실이겠죠...

조금 어렵게 읽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게 세계에 대해 풀어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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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새 우는 소리
류재이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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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이 작가 등 6명의 작가의 단편 작품이 실려 있는 '귀신새 우는 소리'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전설을 재구성하여 만든 이야기집입니다. 기존 이야기를 토대로 현대적 감각이 실리다 보니 더욱 기괴하고 무섭게 이야기들이 전개됩니다.

그렇지만 구미호, 반쪽이, 용녀, 쥐, 창귀 등 한국인이라면 어느 정도 많이 익숙해진 요물 들이 등장하는지라 공포감이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귀신 나오는 전설의 고향 정도를 볼 수 있는 분들이라면 한밤중에 혼자서 보더라도 별 문제 없을 것이란 이야기죠.

그렇지만 읽는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한 책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요괴, 요물 들이 새롭게 변주되어 때론 주인공으로 때론 더욱 사악한 존재로 이야기 하나하나를 지배합니다.

각 이야기별 서사 자체도 무척 새롭습니다.

가족에게 재앙이었던 여우누이는 이 소설 속에선 명탐정이 되고, 피리 불던 박진사에 반해 결혼했던 박연폭포의 용녀는 사악한 이무기로 화해 많은 사람을 잡아먹는 존재로 등장하죠. 호랑이에게 붙어 인간을 지배하고자 했던 창귀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갑니다... 설화 속 반쪽이는 이제 저승사자와도 딜을 하는 존재가 됩니다..


공포 그 자체로 다가오는 일본 등 타국가 전설과 달리 우리네 전설은 무언가 구수한 정서가 녹아 있습니다. 오리지널판 여우 누이 정도를 제외하곤 요물들 또한 무언가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존재들로 나오구요. 휴머니즘적이고 권선징악적 요소 또한 빠지지 않습니다.

이 소설집 또한 많은 변주가 이뤄졌음에도 그러한 한민족의 정서가 그대로 느껴지더군요.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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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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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자키 유.. 이 소설로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입니다. 데뷔작이 한국에서까지 번역되어 나왔으니 나름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 받은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려낸 소설입니다. 어찌 보면 청소년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 코이치로가 처하게 되는 비참한 상황을 본다면 사실 성인 문학에 가깝습니다. 일단 아버지에 대한 살인 의도를 담은 폭력 행사 이후 가출하게 되는 코이치로의 여정이 그려지니까요.. 물론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코이치의 부친이 제공했기에 우리는 주인공의 입장에 서서 그의 성장기를 지켜보게 됩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속어가 있죠... 코이치로 역시 엄청난 고난을 맞이하게 되죠. 깡통을 주워가며 버틴 노숙자 생활 및 소위 노가다라 칭하는 인력 시장 노동을 몇년 간 하며 전혀 희망 없는 삶을 살아 갑니다. 이후 친해지게 된 '아재' 아이바 씨를 만나 타코야키 노점상을 열게 되는데 조금씩 코이치는 삶의 생기를 찾습니다.

그렇지만 아재 또한 암에 걸려 곧 세상을 떠나게 되죠. 코이치는 결국 도쿄의 작은 공장으로 옮기데 되는데.....

비록 어렵게 살아가는 코이치로였지만 그에겐 타고난 성실성이 있었습니다. 이는 곧 주위의 도움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코이치 또한 자신도 모르게 타인들을 도우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가 겪었던 고난은 그를 더욱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되고 다시 고향을 찾을 용기를 얻게 되죠...

소설 후반부 반전이 존재합니다. 그토록 미워했고 죽기를 바랐던,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거두었다 생각했던 아버지에 대한 부분이죠. 이 부분은 직접 소설을 읽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야겠네요...

고난을 이겨내고 끝내 자신의 길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숱하게 접하게 되는 클리셰입니다. 그렇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 및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입체성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코이치로처럼 우리 모두는 반드시 행복해질 자격을 가진 존재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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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붉은 별 - 소설 박헌영
진광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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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붉은 별... 조선의 레닌이라고까지 칭해지던 박헌영이란 인물을 제대로 표현한 제목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좌우로서의 판단을 일단 접어두고 박헌영이란 존재를 바라 본다면 그는 분명 일제와 맞서 싸운 위대한 독립운동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 식민 통치 시절 3번에 걸쳐 15년 이상의 형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분입니다. 또한 김일성과 달리 남북간 전면전이 아닌 점진적이면서도 보다 평화로운 통일 방안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한국 전쟁 이후 이런 신념 따위야 실현될리 없었지만요..

한때 식민지 조선에서의 사회주의 지도자하면 무조건 1순위로 꼽혔던 박헌영이었지만 해방 이후 남북으로 분할되어 미소 군정이 실시되던 상황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는 한참 후배인 김일성에 밀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전쟁이 종결되고 몇년 후 미제 프락치란 오명을 쓴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맙니다.

남북한 양쪽에서 잊혀진, 아니 모두에게서 욕을 먹는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죠.. 실상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할 위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구요.. 그가 지은 죄라면 외세에 좌지우지하지 않고 1인 독재가 아닌 사회주의를 실현하려고 했던 것과 끝내 김일성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이겠죠... 결국 그의 이상이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죠..


박헌영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지만 그가 워낙 험한 시대를 살아갔던 풍운아이다 보니 당시의 역사 자체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호언장담하다 막상 전쟁이 터지자 바로 튀어 버린 이승만 같은 지도자, 서울을 지키고자 했으나 수복 후 오히려 부역자로 몰려 재판도 없이 처형된 수많은 양민들...

이 소설은 박헌영 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갔던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애도이자 헌사로 느껴집니다.

임진왜란 이전까지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영웅적인 인물이 맞듯이 한국전쟁 이전까지의 박헌영 또한 재평가가 필요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너무나도 치열했던 삶을 속인이 감히 몇마디 언어로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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