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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붉은 별 - 소설 박헌영
진광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반도의 붉은 별... 조선의 레닌이라고까지 칭해지던 박헌영이란 인물을 제대로 표현한 제목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좌우로서의 판단을 일단 접어두고 박헌영이란 존재를 바라 본다면 그는 분명 일제와 맞서 싸운 위대한 독립운동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 식민 통치 시절 3번에 걸쳐 15년 이상의 형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분입니다. 또한 김일성과 달리 남북간 전면전이 아닌 점진적이면서도 보다 평화로운 통일 방안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한국 전쟁 이후 이런 신념 따위야 실현될리 없었지만요..
한때 식민지 조선에서의 사회주의 지도자하면 무조건 1순위로 꼽혔던 박헌영이었지만 해방 이후 남북으로 분할되어 미소 군정이 실시되던 상황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는 한참 후배인 김일성에 밀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전쟁이 종결되고 몇년 후 미제 프락치란 오명을 쓴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맙니다.
남북한 양쪽에서 잊혀진, 아니 모두에게서 욕을 먹는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죠.. 실상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할 위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구요.. 그가 지은 죄라면 외세에 좌지우지하지 않고 1인 독재가 아닌 사회주의를 실현하려고 했던 것과 끝내 김일성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이겠죠... 결국 그의 이상이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죠..
박헌영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지만 그가 워낙 험한 시대를 살아갔던 풍운아이다 보니 당시의 역사 자체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호언장담하다 막상 전쟁이 터지자 바로 튀어 버린 이승만 같은 지도자, 서울을 지키고자 했으나 수복 후 오히려 부역자로 몰려 재판도 없이 처형된 수많은 양민들...
이 소설은 박헌영 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갔던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애도이자 헌사로 느껴집니다.
임진왜란 이전까지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영웅적인 인물이 맞듯이 한국전쟁 이전까지의 박헌영 또한 재평가가 필요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너무나도 치열했던 삶을 속인이 감히 몇마디 언어로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