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이야기 - 정태남의 이탈리아 도시 산책
정태남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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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로마이야기의 저자 정태남 작가는 건축가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만 30년 가까이 살아왔던 분입니다. 왠만한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더욱 로마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고 할 수 있는 분이죠. 건축가로서의 안목 또한 뒷받침 되어 있기에 이 책을 보고 나면 마치 로마란 도시에 다녀온 느낌까지 듭니다.

책은 고대 로마 시대, 그리고 르네상스 및 바로크 시대, 그리고 카톨릭의 중심이 되고 있는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 시대의 건축물과 유적 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단 사진 자료가 너무나 풍성하게 삽입되어 있습니다. 책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단순하게 정면 사진만 촬영한게 아니라 다양한 각도, 내부에서 촬영한 사진들까지 같이 나오기에 실제 로마 여행을 가더라도 이 정도 시각으로 로마를 관찰하긴 어려울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 자료뿐 아니라 각 유적, 건축물이 들어서게 된 역사적, 인물사적 배경 또한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기에 마치 옆에 역사에 정통한 가이드를 두고 탐방을 하는 느낌까지 들죠. 실제 이 책에 나온대로만 로마 여행을 하면 놓칠게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단순한 문화사 서적이 아니라 여행 가이드 북 역할까지도 충분한 책입니다.

사실 로마공화국, 제정 시대의 많은 역사적 유적 들은 기독교 도래 이후 상당 부분이 고의적으로 파괴되고 의도적으로 방치되어졌습니다. 역사의 암흑기를 낳았던 중세 기독교 시대의 암울한 유산이죠. 그럼에도 베드로 대성당이 지어졌기에 그 무지스런 행위를 조금은 만회하고 있는 듯 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세계 최고의 성당으로 꼽히는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비단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마를 방문한지 2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몇몇 랜드마크 건축물을 제외하곤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진 상황이죠. 이 책을 보면서 새록새록 살아나는 기억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정말 다시 한번 로마란 도시를 제대로 여행하고 온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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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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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스카리 유바... 일본의 떠오르는 SF 신예 소설가입니다. 요즘 추세에 맞게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먼저 발표하고 이후 종이 책으로 출간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젠 일본을 대표하는 SF작가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죠.

이번에 읽게 된 '인간들 이야기'는 그의 다섯번 째 소설로서 모두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편한편이 모두 사이언스 픽션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고 각기 개성이 매우 뚜렷하기에 소위 '읽는 재미'를 갖춘 소설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소설이 SF 장르라기 보다는 그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듯 한 느낌입니다.

기후 위기로 다시 빙하기에 접어든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를 그리더니만 어느새 서로를 감시하는 재미가 넘치면서 결국 최악의 독재자를 위하게 되는 시대 또한 그려냅니다.

투명인간이 등장하는가 하면, 지구인이 차린 라멘(일본 소설이라 라멘이 맞습니다) 가게를 찾는 다양한 외계인 들이 등장하고, 어느 날 방 안에 떡하니 들어선 정체모를 바윗돌.... 그리고 과연 외계 생명의 정의를 외계 자체가 아니라 학술 회의에서 찾게 되는 아이러니한 모습 또한 등장하죠..

6편이 너무나 다양한 소재를 갖고 등장하다 보니 무언가 겹치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한편한편이 모두 새롭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은 조지 오웰의 1984를 오마쥬한 '즐거운 초감시 사회' 편이었습니다. 어떤 정보 기관이 아니라 국민 서로서로에게 감시를 맡기다 보니 어느새 남을 훔쳐보는 즐거움에 빠지게 되어 감시 사회가 기꺼이 유지된다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일본 작가를 또 한명 알아가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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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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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작가의 신작으로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미군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수지 사이에서 1970년 대 초반에 태어난 제이드... 혼혈인으로서 왠지 모를 차별과 소외를 경험하며 자라납니다. 화목해야 할 가정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만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엄마를 무시하고 심지어 구타까지 자행하는 아빠... 그런 아빠에 맞서기는 커녕 늘 굴종적인 모습만 보이는 엄마... 급기야 바람을 피우는 아빠를 직접 목격하기까지 합니다.

어느날 엄마를 구타하려는 아빠를 목격한 제이드는 강하게 맞서고자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건 엄마의 따귀였습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기 힘든 제이드... 아빠도 밉지만 대항조차 못하는 엄마를 같은 여자로서 결코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느새 제이드의 마음 속에서도 엄마는 차츰 지워져만 갑니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잠깐 엄마와 화해하는가 싶더니만 엄마인 수지 아니 영숙은 곧 세상을 뜨게 되죠..

엄마의 유품과 마주하게 된 제이드... 그리고 영숙의 서사가 펼쳐집니다.

영숙, 미국인과 결혼한 이후 수지로 불리웠던 영숙의 과거는 참으로 비극적이고 불행하였습니다. 그녀가 남편에 감히 맞서지 못하고 제이드의 멸시를 감당해야 했던 사유가 소설 후반부에 펼쳐집니다.

기지촌, 양공주.... 비참했던 한국 전쟁이 낳은 비극적 역사의 한 단면입니다. 읽는 내내 분노와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만 내몹니다. 그녀들의 인권은 당연히 무시되고, 오히려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나라가 앞장서 종군위안부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게 과연 나라였을까요? 고도화 성장의 이면에 잔악했던 독재 정권의 탄압 및 많은 국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이 소설은 영숙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읽는 내내 먹먹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 시절 그녀 들에 대한 이해와 동감 또한 함께 느꼈던 소설이었습니다. 이래서 과거는 잊지 말아야 하고 과거로부터 배워야만 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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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박성신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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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 DNA를 이루는 한 부분이고 간략히 정의하자면 세포의 수명을 결정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즉, 텔로미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수명 연장 내지는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박성신 작가의 소설 텔로미어,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고 생체시계를 50년 이상 뒤로 돌릴 수 있는 신약이 실용화되는 세상을 그린 SF 장르의 소설입니다. 거기에 연쇄 살인이 더해지니 SF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노화는 모든 인간이 겪게 되는 숙명입니다. 노화의 끝에는 생명의 소멸이 기다리죠. 모든 인간이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생체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평균 수명이 과거에 비해 엄청 길어진 현대에서 더 이상 노인의 공경의 대상도 아니거니와 오히려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이 소설 세계관에 나오는 신약을 복용하면 75세 노인이 25세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몸이 삐걱대지 않고 가장 아름다웠던 인생의 황금기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죠. 제2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떤 노인인들 이 약을 거부할까요..

그런데 노인들을 상대로 젊어질 수 있는 약을 판다고 사기를 쳤던 이들이 연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살인범을 쫓는 형사, 그리고 신약 연구와 관련된 부친을 둔 복지관에 일하는 여성, 그리고 부인을 사기에 잃게 된 노인 등 여러 인물 들이 복잡하게 얽힌 플롯으로 등장합니다. 어느 정도 짐작되는 반전이 등장하긴 하지만 끝까지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소위 읽는 재미가 넘치는 작품이죠.

먼 미래에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노화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은 현재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꿈꾸고 있는 기술이긴 하지만요. 소설은 이 부분을 정말 잘 다뤄냈습니다. 제대로 풀어나간 SF 소설의 정석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픽션이 주는 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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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처럼 비지처럼 달달북다 5
이선진 지음 / 북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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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진 작가의 빛처럼 비지처럼... 여러 작가의 초단편 소설 모음인 달달북다 시리즈의 다섯번 째 작품입니다. 12편의 작품이 기획되어 있는데 각 3편씩 특정 주제를 택해 소설의 방향성이 정해집니다. 이번 작품은 성소수자를 다룬 퀴어 소재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종교를 중심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노골화하는 현 상황에서 나름 틀을 깨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이하게 이 소설은 한 집안의 남매 모두가 동성을 좋아하는 성소수자로 그려집니다. 차이라면 오빠는 가족 모두에게 커밍아웃을 했다면 동생인 유정은 오빠에게만 했다는 것이죠. 비록 5대까지는 불가하겠지만 4대째 내려오는 손두부집을 물려 받아 운영하는 것이 유정의 목표입니다.


소설은 오빠의 블라인드 데이트에 유정과 동성 애인과 함께 하여 의외의 인물(?)인 세중을 만나 보내는 하루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60여 페이지에 불과한 단편이지만 그럼에도 꽤나 많은 서사가 펼쳐집니다. 네 인물의 대략적 캐릭터 묘사 는 물론이거니와 엘리베이터에 갇히기도 하는 등 은근히 깨알 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커밍아웃을 했든 안했든 그들 또한 일반인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인과 다름에 '이반'이라고 스스로 자조하는 성소수자들이지만 우리와 다를게 전혀 없는 한 인간들입니다. 그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이들이 오히려 더 문제가 아닐까요..

빛과 비지... 사실 전혀 안어울리는 조합의 제목입니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고 나면 왠지 모르게 어울리는 조합으로 느껴집니다. 이 세상에 없어도 그만인 존재는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개인적으론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모기와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혐오 같은건 없었으면 합니다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 가는 이들... 그렇지만 이들을 우리 방식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다수를 지칭하는 '우리'지만 어떤 상황에선 그 우리가 혐오를 받는 소수가 될 수 있습니다. 로마 시대 초기의 기독교 같은 종교가 그랬고 나치 독일 치하의 유대인들이 그랬죠.. 세상은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때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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