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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작가의 신작으로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미군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수지 사이에서 1970년 대 초반에 태어난 제이드... 혼혈인으로서 왠지 모를 차별과 소외를 경험하며 자라납니다. 화목해야 할 가정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만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엄마를 무시하고 심지어 구타까지 자행하는 아빠... 그런 아빠에 맞서기는 커녕 늘 굴종적인 모습만 보이는 엄마... 급기야 바람을 피우는 아빠를 직접 목격하기까지 합니다.
어느날 엄마를 구타하려는 아빠를 목격한 제이드는 강하게 맞서고자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건 엄마의 따귀였습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기 힘든 제이드... 아빠도 밉지만 대항조차 못하는 엄마를 같은 여자로서 결코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느새 제이드의 마음 속에서도 엄마는 차츰 지워져만 갑니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잠깐 엄마와 화해하는가 싶더니만 엄마인 수지 아니 영숙은 곧 세상을 뜨게 되죠..
엄마의 유품과 마주하게 된 제이드... 그리고 영숙의 서사가 펼쳐집니다.
영숙, 미국인과 결혼한 이후 수지로 불리웠던 영숙의 과거는 참으로 비극적이고 불행하였습니다. 그녀가 남편에 감히 맞서지 못하고 제이드의 멸시를 감당해야 했던 사유가 소설 후반부에 펼쳐집니다.
기지촌, 양공주.... 비참했던 한국 전쟁이 낳은 비극적 역사의 한 단면입니다. 읽는 내내 분노와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만 내몹니다. 그녀들의 인권은 당연히 무시되고, 오히려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나라가 앞장서 종군위안부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게 과연 나라였을까요? 고도화 성장의 이면에 잔악했던 독재 정권의 탄압 및 많은 국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이 소설은 영숙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읽는 내내 먹먹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 시절 그녀 들에 대한 이해와 동감 또한 함께 느꼈던 소설이었습니다. 이래서 과거는 잊지 말아야 하고 과거로부터 배워야만 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