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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루민
오카베 에쓰 지음, 최현영 옮김 / 리드비 / 2025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리드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카베 에쓰 저자(최현영 옮김)의 <내가 아는 루민>

이 작품은 열여섯 명의 증언과 루민의 에세이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 인물의 본질을 파헤치는 창의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인터뷰와 에세이가 번갈아 전개되며, 한 사람에 대한 시각의 다양성을 매혹적으로 드러낸다.
인기 에세이스트이자 매력적인 여성 나카이 루민을 둘러싸고, 동창·동료·가족 등 16명이 각자의 루민을 이야기한다. 독자는 엇갈린 증언 속 진실과 왜곡을 분별하며, 마지막 루민의 에세이로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오카베 에쓰는 1964년 오사카 출신으로, 2008년 단편 <메마른 뼈의 사랑>으로 유·괴담문학상 단편 부문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에로스와 괴담, 오컬트와 미스터리를 버무려 독특한 세계를 펼치며,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거짓말을 사랑하는 여자>의 소설판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처럼 진실과 욕망의 어두움을 깊이 탐구한 작가다.
소설 속 ‘나’는 숨겨진 과거를 안고 루민 주변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한다. 누군가에게는 온화한 베스트셀러 작가, 다른 이에게는 교활한 나르시시스트로 비치는 루민의 이중성이 부각된다. 증언을 좇다 루민의 에세이를 마주하며 모든 이야기를 새롭게 읽는다.
가장 강렬했던 건 ‘한 사람을 완벽히 파악하기’가 얼마나 불완전한 일이고, 결국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치밀하게 그려낸 점이다. 루민에 대해 “착한 사람”과 “악마”라는 정반대 평가가 쏟아지며, 관계의 미묘함과 기억의 일그러짐이 선명하다. 읽으며 주변 이웃도 내 관점의 일부일 뿐이고, 나 역시 타인에게 낯선 면모로 비춰질 수 있다는 서늘한 깨달음이 배어든다.

인터뷰, 에세이 구조 진행 방식도 뛰어났다. 각 증언이 단서처럼 긴장감을 이어 심리 미스터리를 완성하며, 자극 없이도 차가운 여운을 간직한다. 루민 캐릭터는 특히 인상적이다. 화려한 작가의 겉모습 뒤 불편한 나르시시즘과 가스라이팅이 스며들어, 현대 사회의 심리 문제를 자연스레 환기한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면을 가진 이”를 겪은 독자라면 여러 장면에서 가슴이 철렁거릴 터다.
결국 이 작품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여지를 둔 태도가 빛난다. 루민의 진면모를 독자의 경험으로 메우게 해 책을 덮은 뒤에도 사람들을 되새기게 한다. 이력서나 한마디 평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시대에 은근한 경고를 던지는 미스터리와 심리, 인간 관계 문제를 다룬 작품 애호가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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