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소설은 1991년 12월에 발생한 전대미문의 아동 동시 유괴 사건을 다루고 있다. 1991년 12월 11일 오후 6시 전후 아쓰기에서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아이 다치바나 아쓰유키가, 다음날 12일 오후 1시 전후 야마테에서 4살 남자 아이 나이토 료가 납치된다. 12일 오후 10시 전후 첫 번째 사건의 피해자 다치바나 아쓰유키는 바로 구조되지만,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 나이토 료는 돌아오지 않는다. 야마테 유괴 사건은 그렇게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했는데, 발생 3년 후인 1994년 12월 14일, 피해자 나이토 료가 외조부모 기지마 시게루, 기지마 도코의 집 앞에 제 발로 돌아온다. 세간에서 ‘공백 3년’을 요란스레 떠들어 대지만, 아이는 굳게 입을 다물 뿐이다.


차례

서장 - 유괴

제1장 - 폭로

제2장 - 접점

제3장 - 목적

제4장 - 추적

제5장 - 교점

제6장 - 주거

제7장 - 화단

제8장 - 도망

제9장 - 공백

종장 - 재회

주요인물

나이토 료(야마테 유괴 사건 피해자), 다치바나 아쓰유키(아쓰기 유괴 사건 피해자), 몬덴 지로, 나카자와 요이치, 기시 사쿠노스케씨, 쓰치야 리호, 기지마 시게루, 기지마 도코, 나이토 히토미, 노모토 마사히코, 노모토 다카히코, 노모토 유미 등



유괴 사건 발생 30년 후, 사건 당시 신참이었던 노 기자 몬덴 지로가 당시 담당 형사 중 한 명인 나카자와 요이치의 부고를 접한 후 찾아갔다가 유괴되었다 제 발로 돌아온 나이토 료의 현재 근황을 알게 되면서, 밝혀지지 않았던 ‘공백 3년’을 좇는 인생 마지막 취재를 시작하게 된다.


시오다 다케시 - 소설가를 꿈꿨던 신문기자 시오타 다케시는 ‘쇼기(일본 장기)‘ 취재 경험을 살린 장편소설 ’반상의 알파‘(2011)로 데뷔했다. 사건 이후 삶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을 조명한 ’죄의 목소리‘(2016), 가짜 뉴스를 통해 현대사회를 그려 낸 ’일그러진 파문‘(2018), 치밀한 인터뷰 기법을 통해 한 인간을 드러내는 ’주홍색 화신‘(2022) 등을 통해 탁월한 대중성과 진지한 주제 의식을 인정받았다. ’존재의 모든 것을‘은 전작들의 장점이 그대로 스며들고, 작품 세계가 더 넓게 확장돼, 작가의 최고점이 되었다는 극찬을 이끌어 냈다.

“결국 자네는 왜 신문기자를 하는 건가?“

다시 나카자와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p85

“아마 이 회사에서 마지막 현장 취재가 될 것 같습니다.” 187p

“몇 번이나 말하지만 사실화를 그린다는 건 ‘존재’를 생각하는 거야.“ p510



작가님의 이전 작품인 ’죄의 목소리‘를 인상 깊게 읽어, 이 작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꼭 읽어보고 싶었다. 총 548p의 벽돌 책 두께의 방대한 분량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기자 출신인 작가님의 세심한 필력 덕분에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소설의 내용은 사실 간단하다. 동시 유괴 사건이 발생했고, 그중 한 피해자 아동이 3년 뒤에 제 발로 돌아오는데, 친모에게 방임학대를 당하며 살았던 때보다 더 말끔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하여 온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유괴 당했던 그 공백 3년 기간에 대해서 굳게 입을 다문다. 중간중간에 사건 내용이 반복되어 나오며, 범인도 중반부부터 누구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지만, 실재 사건을 방불케 하는 집요하고 묵직한 서사가 후반부로 갈수록 정점에 이르며, 고민해 보면 좋을 주제의식까지 갖추고 있기에 긴 여운을 남긴다. 또한 이렇게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라 압도적인 리얼리티 서사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로맨스, 감동, 힐링(아름다운 그림 작품, 풍경 등 묘사)의 내용도 담고 있어, 참 다양한 매력을 지닌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다 했습니다.”라고 말씀하신 시오타 다케시 작가님의 노고와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벌써부터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너무 기다려진다. 꼭 읽어볼 것이다!

#도서제공 #존재의모든것을 #시오다다케시 #이현주 #리드비출판사 #사회파미스터리소설 #미스터리소설 #일본소설 #아동동시유괴사건 #미스터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요하고 묵직한 서사가 일품인 소설입니다.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클레이 하우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소설은 춤의 신에게 닿으려 했던 한 독특한 천재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요로즈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하루는 일본 지방 도시의 시골 산간 마을에서 태어나 강변에서 점프하다가 발레 선생님인 쓰카사에게 스카우트된다. 그렇게 여덟 살에 발레를 만나고, 열다섯 살 때 바다를 건너 발레 유학을 가서 발레단에 들어가게 되고, 본격적인 무용수 겸 안무가로 거듭나게 된다. 1장에서는 하루의 발레단 동료인 후카쓰 준, 2장에서는 하루가 교양을 쌓는데 도움을 준 외삼촌인 시다 미노루, 3장에서는 하루의 어릴 적 친구이자 음악적 뮤즈인 작곡가 다니자와 나나세가 화자로 등장해 하루가 얼마나 독특했는지, 독보적으로 뛰어났는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등 저마다의 시선으로 그의 예술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4장에서는 요로즈 하루 자신이 화자가 되어 작품 세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 등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까지 다룬다.

1장 뛰어오르다

녀석은 “텐 사우전드 스프링스(ten thousand springs)라고 대답했다. 에릭은 놀란 눈으로 ”그것 참 멋진 이름이구나“ 하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p10

녀석의 눈부신 춤을, 지금 이때뿐인 요로즈 하루의 감동과 창조의 순간을 목격하는 행운을 독차지하는 기쁨과, 어째서 이런 기적적인 녀석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무용수가 되었을까 하는 분함을 음미하며 우두커니 서 있었던 것이다. p100

두 사람이 그곳에 때마침 함께 있으면, 둘이 의식하건 말건 서로에게 어떤 힘이 작용하거든. 그야 눈앞에 있으니 무시할 수 없잖아. 준비된 보완 관계랄까. p121

환한 빛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는 녀석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 아주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123

2장 싹트다

난 말이야, 뭔가가 납득이 되면 여기가 딸깍 하고 울리거든.

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댔다. p135

그러나 그의 아름다움은 마치 그의 이름과도 같이, 산들거리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상쾌했다. p180

봄바람이 떠났다.

내 눈에 그는 영원히 아름다운 아이다.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나는 어딘가에서 매화 향기를 느끼고 있었다.

아직 우리 집 정원의 매화는 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분명, 그가 피운 꽃향기를 맡고 있었다. p240



3장 솟아나다

하루가 춤추면 밝고 큰 공간이 느껴졌다. 그를 중심으로 벽과 천장이 점점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마치 그가 내뿜는 오라가 크게 부풀어서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처럼. p246

네가 나의 춤에서 음악이 들린다고 말해준 것처럼 나도 너의 음악에서 춤이 보여. p304

하루는 이래야 한다. 요로즈 하루로서, 요로즈 하루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p332

”하루는 자연계를 표본으로 삼아서 예전부터 그것을 춤으로 표현하려 해왔거든.“ p341

4장 봄이 되다

나의 선생님은 쓰카사 선생님과 세르게이고, 그밖에도 내가 영향을 받은 무용수와 안무가는 많지만 나의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장 자메뿐이다. p374

그 집의 그 장소가 없었다면, 그리고 미노루 삼촌이 없었다면 내 춤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p396

나는 세계를 전율케 하고 있는가?

그건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수많은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앞으로도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춤출 것이다.

불안은 없다.

나는 이 이름에 만 개의 봄을 품고 있으니까.

p472



‘스프링’은 온다 리쿠 데뷔 30주년 기념작이라고 한다. 작가님께서는 이번에 이 소설을 출간하시면서 “지금까지 여러 소설을 썼지만, 이렇게까지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건 처음입니다.”라고 소감을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만큼 작가님의 노고와 애정이 듬뿍 들어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스프링’의 발레는 ’초콜릿 코스모스‘의 연극, ’꿀벌과 천둥‘의 피아노와 더불어 온다 리쿠 작가님 ‘예술가 소설’ 3부작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2016년 ‘꿀벌과 천둥’으로 일본 문학 사상 최초로 나오키상과 서점 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적 있다.) 그가 이번에 ‘발레 소설’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출판계는 물론 무용계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온다 리쿠 작가님의 작품은 ‘꿀벌과 천둥’에 이어 두 번째 접한다. 이번에도 작가님의 예술에 대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그 안에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읽다 보면 작가님 특유의 입체적인 문장들이 그려내는 환상적인 예술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취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발레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펼쳐지는 주인공 요로즈 하루의 천진난만함, 독특함, 아름다움, 천재성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읽는 내내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또한 그가 정신적, 기술적 성장을 이뤄내는 과정,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과정을 심도 있게 접하면서, 성공을 위한 도전은 끝이 없음을 느끼게 되었고, 더불어 나의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제본임에도 불구하고 예쁜 표지, 우수한 제본 품질의 책을 제작하여 보내주신 클레이 하우스 출판사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이 책을 출간 전에 미리 첫 독자로 읽어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이름에 만 개의 봄을 품고 있는 하루의 아름다운 도전을 계속해서 응원할 것이다. 정식 출간되면 구입하여 다시 읽어봐야겠다!


#도서제공 #스프링 #온다리쿠 #클레이하우스 #일본소설 #일본예술소설 #온다리쿠30주년기념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1 - 달콤상큼 한 스푼의 마법 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1
노무라 미즈키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노무라 미즈키 저자(이은혜 옮김)의 '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1) 달콤상큼한 스푼의 마법'을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문학소녀 시리즈'로 노무라 미즈키 작가님의 작품을 접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달의 여신같이 아름다운 파티시에 도카가 만드는 달콤한 디저트와 음료, 검은 연미복을 입은 잘생긴 스토리텔러 가타리베가 있는 양과자점 ‘달과 나’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마다 고민과 사연을 안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스토리텔러 가타리베는 손님에게 맞는 매력적인 디저트를 추천하며 달이 전하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새콤달콤한 옷을 입은 촉촉하고 상큼한 보름달 ’위크엔드‘

폭신한 부드러움 속에 상큼함을 품은 케이크, 설렘이 가득한 ’샤를로트‘

빨간 라즈베리의 향긋함 속에 독을 감춘 ’레이어 케이크‘

아릿하게 혀를 찌르는 ’후추 비스퀴‘
장미와 달이 품고 있는 시원한 과즙 ’비치 멜바‘
진한 버터의 풍미와 케러멜옷의 바삭함을 지닌 ’퀸아망‘
진화와 결별의 ’미제라블‘
달콤하고 바삭한 초승달 ’바닐라 킵펠’
에필로그
레이지의 일기

노무라 미즈키 - 후쿠시마현 출신. 어릴 적부터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하면서 작가를 꿈꾸었다. 2001년 ‘아카기야마 탁구장에 노랫소리가 울린다’로 제3회 엔타메 대상 소설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동안 작가님의 SNS를 구독하여 소개해 주시는 달콤한 디저트 정보를 계속 접해왔기에, 신간 ‘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를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은 일상에 지친 30대 오카노 나나코, 전업주부 마키하라 후미요, 디저트를 좋아하는 료코와 요시히사, 레이지, 무기의 사랑 이야기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과 사연, 그리고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양과자점 ‘달과 나’를 방문하여 아름다운 파티시에가 만드는 달콤한 디저트에 스토리텔러가 곁들이는 신비로운 이야기로 인해 마음속 쌓여있던 응어리를 풀고 치유받으며 한층 더 성장하는, 특별하고 반짝이는 존재가 됩니다.


"고객님이 선택하신 샤를로트에도 달이 건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지금 느낀 설렘을 이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간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47



"가끔 제가 참을 수 없이 외롭고 누군가의 온기를 그리워하면 그때는 파티시에가 제게 달을 주시겠어요? 가게에서 처음 파티시에가 만든 달을 주셨던 때처럼요."

도카도 수줍게 대답했다.

"네. 언제든지요."

p224


이 중에서 무기의 언니 도카가 레이지의 삐뚤어진 사랑 때문에 트라우마를 갖고 자신감 없이 살아가다가, 스토리텔러 가타리베를 만나게 되면서 밝게 변화하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인생에 한 번쯤은 큰 행운이 찾아온다고들 말하는데, 도카에게 그 행운은 아무래도 가타리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레이지도 점점 도카를 향한 가타리베의 따뜻함, 진실한 사랑을 지켜보며 본받게 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읽는 내내 지친 제 마음도 녹고, 위로와 응원을 받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이야기 속에 디저트를 향한 작가님의 애정이 물씬 느껴져 좋았습니다. 2권 그다음 이야기가 너무 기대됩니다. 맛있는 디저트에 따뜻한 이야기를 곁들인 힐링 소설 한편을 읽고 싶다면, ‘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를 추천합니다.



#도서제공 #이야기를파는양과자점달과나 #노무라미즈키 #이은혜 #알토북스 #힐링소설 #일본소설 #일본힐링소설 #힐링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소설은 갑작스러운 '오토미'의 죽음으로 상실감에 빠진 의붓딸 '유리코'와 남편 '료헤이'가 유언에 따라 49재를 축제처럼 준비하면서 천천히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오토미가 남은 가족들을 위해 그려놓은 '레시피 카드'에는 자신의 죽음을 오래 아파하지 않고 슬픔을 툴툴 털어내길 염원하는 사랑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이를 보고 딸 유리코와 남편 료헤이는 그동안 오토미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던 후회로 마음 아파하지만, 오토미의 뜻에 따라 상실감에서 벗어나 애틋하고 다정한 애도의 방식으로 보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옴마를 만나고 싶다. 진심으로 좋아했다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만약 괜찮으면 묻고 싶은 게 있다. 옴마만 답해줄 수 있는 것... p9

이부키 유키 - 1969년 미에현 출생. 주오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잡지 편집자로 근무했다. 2008년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로 제3회 포플라사 소설대상 특별상을 받으며 데뷔했고, '49일의 레시피'를 포함해 발표한 작품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흥행을 몰고 왔다.



49재를 준비하기 위해 복지센터에서 오토미에게 그림 편지를 배웠던 가출 소녀 원생 '이모토'의 등장도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이모토'와 연회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 추가로 합류한 '하루미'가 유리코, 료헤이와 서슴없이 친해지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집 정리나 바깥양반의 밥, 법회 같은 자질구레한 걸 한 49일 무렵까지 돌봐주면 좋겠다고요." p18

오토미가 남은 가족들을 위해 이모토에게 미리 부탁하여 대비를 해두었다는 점, 자원봉사 일을 할 때 인연을 맺었던 소녀들이 49재 준비를 도와준 점 등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오토미의 배려 깊고 따뜻했던 성품, 훌륭한 선생님이었음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앞서 말한 오토미가 남긴 '레시피 카드'와 49재에서 선보이는 오토미의 '인생 연표'가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토미가 그동안 '레시피 카드'에 딸 유리코를 그려 넣었다는 점이 뭉클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남편과의 문제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유리코가 의붓 딸인 자신을 사랑으로 키운 오토미의 마음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하고, 오토미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점 등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오토미의 '인생 연표'는 오토미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인연이 되었던 모든 사람들이 같이 채워나가는데요, 오토미를 더 깊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 본인들의 삶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뜻깊었습니다. 또한 연표의 빈칸을 채우면서 오토미가 하루하루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지, 오토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따뜻하고 다채로웠는지 등을 추억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유리코가 연표를 끌어안고 울었다.

"이게 옴마의 인생... 우리, 옴마의 인생이었어."

료헤이는 그 모습을 응시했다.

언젠가 자신의 시간도 멈출 날이 온다. 유리코의 연표에 그렇게 적힐 날도 머지않아 분명히 올 것이다. p294


만약에 그랬다면, 딱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오토미, 당신은 행복했었소? p312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죽음을 따뜻하게 애도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고, 상실감과 슬픔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하루빨리 이겨내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올겨울 감동적인 소설 한 편을 읽으며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면, 이부키 유키 저자의 '49일의 레시피'를 추천합니다!


#도서제공 #49일의레시피 #이부키유키 #모모출판사 #김윤수 #장편소설 #베스트셀러 #일본소설 #일본소설추천 #일본힐링소설 #일본힐링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