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 클레이 하우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소설은 춤의 신에게 닿으려 했던 한 독특한 천재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요로즈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하루는 일본 지방 도시의 시골 산간 마을에서 태어나 강변에서 점프하다가 발레 선생님인 쓰카사에게 스카우트된다. 그렇게 여덟 살에 발레를 만나고, 열다섯 살 때 바다를 건너 발레 유학을 가서 발레단에 들어가게 되고, 본격적인 무용수 겸 안무가로 거듭나게 된다. 1장에서는 하루의 발레단 동료인 후카쓰 준, 2장에서는 하루가 교양을 쌓는데 도움을 준 외삼촌인 시다 미노루, 3장에서는 하루의 어릴 적 친구이자 음악적 뮤즈인 작곡가 다니자와 나나세가 화자로 등장해 하루가 얼마나 독특했는지, 독보적으로 뛰어났는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등 저마다의 시선으로 그의 예술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4장에서는 요로즈 하루 자신이 화자가 되어 작품 세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 등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까지 다룬다.
1장 뛰어오르다
녀석은 “텐 사우전드 스프링스(ten thousand springs)라고 대답했다. 에릭은 놀란 눈으로 ”그것 참 멋진 이름이구나“ 하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p10
녀석의 눈부신 춤을, 지금 이때뿐인 요로즈 하루의 감동과 창조의 순간을 목격하는 행운을 독차지하는 기쁨과, 어째서 이런 기적적인 녀석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무용수가 되었을까 하는 분함을 음미하며 우두커니 서 있었던 것이다. p100
두 사람이 그곳에 때마침 함께 있으면, 둘이 의식하건 말건 서로에게 어떤 힘이 작용하거든. 그야 눈앞에 있으니 무시할 수 없잖아. 준비된 보완 관계랄까. p121
환한 빛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는 녀석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 아주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123
2장 싹트다
난 말이야, 뭔가가 납득이 되면 여기가 딸깍 하고 울리거든.
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댔다. p135
그러나 그의 아름다움은 마치 그의 이름과도 같이, 산들거리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상쾌했다. p180
봄바람이 떠났다.
내 눈에 그는 영원히 아름다운 아이다.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나는 어딘가에서 매화 향기를 느끼고 있었다.
아직 우리 집 정원의 매화는 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분명, 그가 피운 꽃향기를 맡고 있었다. p240

3장 솟아나다
하루가 춤추면 밝고 큰 공간이 느껴졌다. 그를 중심으로 벽과 천장이 점점 멀어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마치 그가 내뿜는 오라가 크게 부풀어서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처럼. p246
네가 나의 춤에서 음악이 들린다고 말해준 것처럼 나도 너의 음악에서 춤이 보여. p304
하루는 이래야 한다. 요로즈 하루로서, 요로즈 하루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p332
”하루는 자연계를 표본으로 삼아서 예전부터 그것을 춤으로 표현하려 해왔거든.“ p341
4장 봄이 되다
나의 선생님은 쓰카사 선생님과 세르게이고, 그밖에도 내가 영향을 받은 무용수와 안무가는 많지만 나의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장 자메뿐이다. p374
그 집의 그 장소가 없었다면, 그리고 미노루 삼촌이 없었다면 내 춤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p396
나는 세계를 전율케 하고 있는가?
그건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수많은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앞으로도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춤출 것이다.
불안은 없다.
나는 이 이름에 만 개의 봄을 품고 있으니까.
p472

‘스프링’은 온다 리쿠 데뷔 30주년 기념작이라고 한다. 작가님께서는 이번에 이 소설을 출간하시면서 “지금까지 여러 소설을 썼지만, 이렇게까지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건 처음입니다.”라고 소감을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만큼 작가님의 노고와 애정이 듬뿍 들어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스프링’의 발레는 ’초콜릿 코스모스‘의 연극, ’꿀벌과 천둥‘의 피아노와 더불어 온다 리쿠 작가님 ‘예술가 소설’ 3부작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2016년 ‘꿀벌과 천둥’으로 일본 문학 사상 최초로 나오키상과 서점 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적 있다.) 그가 이번에 ‘발레 소설’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출판계는 물론 무용계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온다 리쿠 작가님의 작품은 ‘꿀벌과 천둥’에 이어 두 번째 접한다. 이번에도 작가님의 예술에 대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그 안에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읽다 보면 작가님 특유의 입체적인 문장들이 그려내는 환상적인 예술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취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발레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펼쳐지는 주인공 요로즈 하루의 천진난만함, 독특함, 아름다움, 천재성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읽는 내내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또한 그가 정신적, 기술적 성장을 이뤄내는 과정,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과정을 심도 있게 접하면서, 성공을 위한 도전은 끝이 없음을 느끼게 되었고, 더불어 나의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제본임에도 불구하고 예쁜 표지, 우수한 제본 품질의 책을 제작하여 보내주신 클레이 하우스 출판사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이 책을 출간 전에 미리 첫 독자로 읽어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이름에 만 개의 봄을 품고 있는 하루의 아름다운 도전을 계속해서 응원할 것이다. 정식 출간되면 구입하여 다시 읽어봐야겠다!
#도서제공 #스프링 #온다리쿠 #클레이하우스 #일본소설 #일본예술소설 #온다리쿠30주년기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