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이 주는 묵직한 무게.가벼운 말들이 나풀나풀 떠다니다 마음 속 한 곳에 깊게 뿌리를 내린다.정세랑 작가의 글들은 늘 그랬다.내 어금니가 다 시큰거릴 정도지만 손에 땀을 쥘 정도는 아니었다.돌아서서 생각하면 섬뜩하기가 그지없는 글이지만 읽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참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분이구나, 부러워졌다.특히 ‘해피 마릴린‘과 ‘닭 발은 창가에‘는 몇 번을 더 읽어 볼 정도로 마음에 콕 박혀버렸다.
출발선을 지나 반환점을 돌고 결승선에 다다라 다시 출발선에 선 러너의 이야기.글을 참 재미있게 잘 썼다.읽는 내내 웃음이 터졌고, 같이 달리는 듯 숨이 차오르기도 했다.각자의 믿음, 신념을 가지고 달리던 다른 러너들의 이야기에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삶이 던지는 크고 작은 물음표에 나의 대답은 무엇일까?내게는 아무튼, 무엇이 있을까?
서로가 서로를 숙적이라 생각했던, 와쿠라 유사쿠와 우류 아키히코는 세월이 흘러 경찰과 유력 용의자로 다시 만나게 된다.심지어 유사쿠의 첫사랑 에지마 미사코는 아키히코의 아내가 되어있었고, 한 평생을 질기게도 이어져 온 인연의 끝을 이제 보려 한다.예전에 분명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내용이 제대로 기억이 안 나 다시 읽었다.보통 다시 읽는 책들은 어느 정도 읽다보면 기억이 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제6장 결착을 읽을 때까지 기억이 안나서 익숙한 등장인물의 새로운 이야기 보는 느낌이었다.유사쿠와 아키히코는, 운명 공동체였기 때문에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각인된걸까?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마음 속에 따뜻함이 퍼진다.수많은 추리소설을 읽었고, 저마다 짜릿한 반전이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처럼 따뜻했던 건 없었다.누군가는 자기복제라고 하지만, 같은 사람이 만든거니 큰 결은 비슷할지 몰라도 작품 하나 하나 다 다른데... 아쉽다.소설이 나올 때마다 기대하게 되고 역시나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히가시노.
하루 아침에 동생이 사라졌다.아니, 증발했다.비밀이 없는 자매사이였는데, 동생의 궤적은 모르는 것 투성이다.젊고 아름다운 동생을 트로피 와이프 삼은 제부의 짓일까?남편을 빼앗긴 전처의 복수일까?동생을 남몰래 훔쳐보던 스토커 짓일까?그것도 아니면, 동생이 스스로 사라진 걸까?민카 켄트의 세번째 국내 발표작.훔쳐보는 여자, 내가 너였을때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이번 신작도 기다리다 드디어 완독!아무래도 많이 읽다보니 어쩔 수 없는 건지, 영미 소설의 심리 스릴러는 결이 다 비슷하다.그래도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숨은 반전은 없는지, 책의 구성은 어떤지에 따라 또 달라서 재미있다.얼른 다음 작품이 나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