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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자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범죄자 검거율 100%를 표방하며 국민의 DNA를 수집하는 대국민 통제 시스템이 가동된다.
정부의 계획은 완벽해 보였다, NF13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경찰청 특수 분석 연구소 주임 분석원, 가구라 류헤이.
그는 본인이 설계한 DNA 수사 시스템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던 중 주요 인물의 살인 사건 용의자로 본인이 지목되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
분명 류헤이는 아니다, 하지만 류헤이가 아닌 ‘그’가 저질렀을 수도 있다.
시라토리 리사의 도움으로 도주하면서 사건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모굴’을 찾아나선다.
NF13은 누구인가? 다테시나 남매가 만든 프로그램 ‘모굴’은 무엇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면 일단 사고 보는데, 이번 작품도 출간과 동시에 구매를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 읽게 됐다.
책의 두께도 두께지만 DNA 수사 시스템이라니, 좀 지루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치만 첫 장부터 좀 더 일찍 읽지 않은 내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흡인력이 뛰어났다.
작중 등장인물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모든 사건들이 한 사건으로 귀결된다.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현대 과학 문명을 소설 속에, 그것도 추리 소설에 잘 녹여내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그의 상상력에, 필력에 감탄을 마지 않으면서도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의 씁쓸함은 어쩔 수 없나보다.
현대 인간 사회 속에서 과학이 정치적으로 사용될 때 발생할 그 폐단도 문명의 이점을 앞세워 포장할 수 있을까?
결국 과학도 인간이 만든 것인데 그 시스템에 허점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작가가 전하고자 한 메세지는 소설 속 등장 인물인 시가 다카시의 말에 함축돼있지 않을까.
“어느 세상에나 신분이란 게 존재해.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아.”
오랜만에 만난 수작이었다.
다음 작품이 곧 나온다던데, 빨리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