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선명한 무언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왜 좋아했는지, 얼마나 오래 소중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별했는지.상처받고 외롭고 두렵지만, 용기와 위로 한마디로 언제든 다시 진화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좋다.사회에서는 재능에 천재성을 부여하지만 화려한 껍질을 벗긴 재능이란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현듯 그것을 ‘계속하게 되는 힘’에 다름 아니다.적어도 내게 산다는 건 그저 ‘있는’것이다. 존재하는 것. 너무 의미가 많아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 모순적인 세상에서, 너무 많은 존재 속에서 의미를 잃은 내가 꿋꿋하게 존재하는 것. 방법은 간단하다. 나를 죽일지도 모르는 위험 요소로부터 도망치면 된다.나는 우리 가족들이 각자의 꼭짓점에서 스스로를 잘 지탱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서로의 몫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 선란도 마찬가지야. 아빠와 언니가 각자의 위치에서 잘 버티고 서 있듯이, 너도 네 자리를 없애거나 이동하는 게 아니라 네가 해야 할 일을 잘 버티고 하는 거야. 비록 선란이가 말한 것처럼 엄마 삶의 몫을 각자가 3분의 1씩 나눠 가지니까 버티기에는 더 무겁겠지만, 서로 무너지지 않고 버텨만주면 모두가 넘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용기만이 아니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마저 이겨내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