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데...

<표해록>을 리뷰해주세요

표해록 :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 ㅣ 샘깊은 오늘고전 10
방현희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9년 6월

표해록은 최부라는 선비가 제주에서 표류를 하게 되어 천신만고 끝에 중국(당시 明)을 거쳐 귀국하게 되는 일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요즘에 맞게 다듬어 쓰고 그림을 보태어 읽기 좋게 출판되어 있습니다. 
 

 처음 읽다보면 아이들이 읽기엔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데 바로 그즈음 친절한 설명이 들어있어 짧은 소견을 부끄러워 했습니다.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진데도 손색이 없는 드라마틱한 일정 속에서 특히 초반 표류하는 대목에서는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만일 그가 궂은 날씨와, 자신을 원망하는 일행과, 빈번이 마주치는 해적들 앞에서 침착하게 상황 판단을 하고 설득을 하고 의연하지 않았다면 일행 모두가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을지 장담 할 수 없습니다. 물론 표류한지 15일째에 ‘높은 사람이라고 점잔만 빼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그제서야 일을 했다는 것이 어린이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는 의문입니다만.. ^^

 잊혀진 옛 것이나 구태의연함이 아닌 선비로서의 기개와 정신 또한 아이들이 배워 마땅할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중국에 당도한 후 관리들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사대주의적 사고이지요. (이 시점에서 책표지에 있는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란 대목이 아이들에게 아시야=중국 이란 생각을 갖게 해 주진 않을까 살짝 우려해봅니다.)

 귀국길에 지나온 도시 중에 항주에 대한 소개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를 타면 2시간이면 가는 곳을 500여년 전엔 그렇게 오래 걸렸다는 사실도 아이들에겐 신선한 충격일 것입니다. 그 500년 전의 기록을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게 될 많은 것들이 이 책이 주는, 그리고 최부선생이 후손에게 주는 선물일 것입니다.